징글징글한 폭염에 가축도 '덥다 더워'..축산농가들 한숨만
“사람도 더워서 쓰러지고, 죽는 마당에 저 작은 오리들은 오죽하겠습니까. 징글징글한 폭염이 하루빨리 지나가길 바랄 뿐입니다.”
9일째 전남 곳곳에 폭염 특보가 이어진 8일 오후 나주의 한 육용 오리 농가에서 만난 이종수씨(60)는 생후 20일쯤 된 새끼 오리들을 바라보며 걱정스러운 한숨을 내쉬었다. 오리 농가를 운영해 온 지 20년이나 됐지만, 요즘처럼 걱정되기는 처음이라고 했다.
올여름 무더위는 예년보다 열흘가량 빨리 찾아온 데다, 폭염 경보도 일주일 넘게 지속됐다. 폭염을 견디기 힘든 새끼 오리들은 대부분 가쁜 숨을 내쉬고, 일부는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평소 같으면 사람의 손길이 닿을세라 도망 다니기 바빴을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오리 막사 한쪽에서 대형 환풍기가 돌아가고, 안개 분무 시스템이 물을 뿌렸지만 더위를 쫓아내지는 못했다.
축 늘어진 새끼 오리들을 일으켜 세우고, 보살피느라 이씨는 잠시도 쉴 새가 없었다. 상태가 좋지 않은 오리를 식수대로 데려가 물을 먹이며 챙기다 보면 다른 막사의 새끼 오리들이 쓰러져 있다.
이씨는 “이번주가 가장 큰 고비”라며 “새끼 오리들이 성장기로 넘어가는 단계인데, 이때 가장 많이 죽는다. 오리는 무리를 이뤄서 모여있는 습성이 있는데 더위에 서로의 체온까지 더해져 집단 폐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어 축산 농가들은 속이 타들어 간다.
이씨의 오리 농가는 비교적 규모가 커 면적이 넓고, 시설이 잘 갖춰져 있는 편이다. 영세 농가에서는 이미 집단폐사가 이어지고 있다.
“사료 가격도 매년 오르는 상황에서 영세한 농장들이 언제 닥칠지 모르는 폭염 방지를 위한 시설 투자를 한다는 게 가당키나 합니까. 결국, 악순환의 반복입니다.”
최근 기후 변화에 따라 여름철 폭염 시기가 길어지면서 정부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축 스트레스 완화제나 선풍기 등 냉방기 지원이 대폭 강화돼야 한다는 것이다.
폭염 장기화로 나주·영암·무안 등 전남도 내 13개 농가에서 지금까지 닭·오리·돼지 등 3326마리가 폐사한 것으로 집계됐다. 계속되는 무더위는 사람도 버티기 힘든 수준이다. 질병관리청 집계에 따르면 온열 질환자 역시 지난 5월20일부터 이달 4일까지 광주에서 4명, 전남에서 39명 발생했다.
광주기상청은 주말인 9~10일 낮 최고기온이 34도 안팎까지 오르는 등 당분간 무더위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고귀한 기자 g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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