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유입 책임전가 북한 속내는?
◀ 김필국 앵커 ▶
코로나 확산의 시작점으로 '풍선에 날아든 색다른 물건' 즉, 대북전단을 지목했던 북한이 연일 남측에 책임을 떠넘기며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습니다.
◀ 차미연 앵커 ▶
주민에게도 '색다른 물건'에 대한 감시와 통제를 당부하고 나섰는데요.
한편으론 발열 환자가 천 명대로 떨어졌다면서 방역에 자신감도 드러내고 있습니다.
◀ 김필국 앵커 ▶
코로나를 정치적 카드로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북한의 의도가 뭔지 김세로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 리포트 ▶
북한은 지난주 코로나 유입경로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조선중앙TV/코로나 유입 경로 보도] "4월 초 이포리에서 18살 난 군인 김 모와 다섯 살 난 유치원생 위 모가 병영과 주민지 주변 야산에서 색다른 물건과 접촉한 사실이 밝혀졌으며.."
남한과의 접경지역인 강원도 금강군 이포리에서 '색다른 물건'과 접촉한 군인과 유치원생으로부터 코로나가 유입됐다는 겁니다.
북한은 문제의 '색다른 물건'이 대북전단 풍선에 매달려 들어갔음을 암시했습니다.
[조선중앙TV/코로나 유입 경로 보도] "국경지역들에서 바람을 비롯한 기상현상과 풍선에 매달려 날아든 '색다른 물건'들을 각성 있게 대하고.."
4월 초 접경지역의 산과 부대에서 이상한 물건과 접촉한 뒤 4월 중순 평양으로 이동하던 이 지역 사람들 사이에 집단 발열 증세가 나타났으며, 이후 항체검사 결과 이들이 코로나에 걸렸음을 확인했다는 겁니다.
비슷한 시기 다른지역에서도 발열환자가 발생했지만 그건 코로나가 아닌 다른 질병이라고 주장합니다.
과연 남쪽에서 유입된 전단 등 물건들이 코로나의 진원지라는 주장은 근거가 있을까?
전문가들은 말도 안된다고 일축합니다.
[이재갑/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교수] "(풍선이) 날아가는 시간도 있고 이래서, 거기다 감염시킬 수 있는 수준 정도의 바이러스가 남아있으리라는 보장도 없으니까 사실은 가능성이 매우 떨어지는 거죠.."
심지어 민간단체가 대북전단을 살포한 시기는 그보다 한참 뒤입니다.
[차덕철/통일부 부대변인] "우리 측 민간단체가 대북전단을 살포했다고 주장하는 시기는 북측이 최초 접촉 시기로 언급한 4월 초보다 늦은 4월 25일과 4월 26일입니다."
북한의 역학조사를 신뢰할 수 없는 또 다른 이유는 검사방법과 시기입니다.
[조선중앙TV/코로나 유입 경로 보도] "신형 코로나 바이러스 '항체 검사'에서도 양성으로 판정되었으므로.."
환자가 코로나에 걸린 상태인지를 진단하는 '항원 검사' 즉 PCR이나 신속항원검사가 아니라 코로나 항체가 형성돼 있는지를 뒤늦게 검사한겁니다.
[신영전/한양대 의대 교수] "항체는 걸렸었다는 것만 보여주지 언제 걸렸었는지를 모르는 거잖아요. 임상증상만으로 유추할 뿐이죠. '그때 열이 있었으니까 그때 걸렸을 것이다' 이렇게.."
감염 시기를 특정할 수 없는만큼 이들로부터 코로나가 처음 전파됐는지, 아니면 이들이 다른 지역, 다른 사람들로부터 옮은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
[이재갑/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교수] "언제 걸렸는지 알 수도 없을뿐더러 그 사람의 최초 감염 시기를 확인하려면 유증상기에 PCR이나 이런걸 시행했었어야죠."
북한의 대응과 발표를 종합해보면 역학검사를 포함한 방역 역량의 허점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4월 중순 이미 집단 발열이 있었는데 전국에서 사람들을 모아 마스크도 쓰지 않은 채 열병식을 하고, 김정은위원장이 참가한 단체 기념촬영도 여러차례 진행했습니다.
이후 집단발열이 계속 확산되자 5월 4일 외출금지령을 내렸다가 곧 해제합니다.
코로나 발병을 인정하고 뒤늦게 격리조치를 취한 것은 5월 10일 이후.
한 달 넘게 진단도, 역학검사도, 방역도 하지 못한 채 대유행 상황을 방치한 겁니다.
[홍민/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4월에 중대 행사들을 거의 한 달 가까이하면서 거기에 결정적으로 오미크론이 확산됐다고 보는 건데 실제 조사 과정에서의 신뢰성 여러 가지를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열병식이 결정적 코로나바이러스 전파의 계기였다는 것을.."
북한이 최초 유입경로를 '남한'에서 유입된 물건으로 암시한 것은 방역 실패의 책임을 모면하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의 이번 유입경로 조사 기관에는 역학조사를 담당하는 의학, 과학분야 뿐 아니라 국가보위성, 사회안전성, 중앙검찰소가 포함돼 있습니다.
순수 '보건의료 문제'가 아닌 '공안사건'으로 접근한 겁니다.
그러다보니 코로나 예방책이라며 제시한 방법이 남한과의 접경지역의 색다른 물건을 발견즉시 신고하라든지, "주민과 학생들이 색다른 물건을 접촉하지 않도록" 하라는 등의 주민 통제를 강화하는 것입니다.
[정성장/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 "북한 사람들로 하여금 남한에서 보내는 대북전단에 대해서 더욱더 경계심을 갖게 하는 그런 의도가 많이 작용을 했다고 볼 수가 있습니다."
북한은 코로나 발병을 계기로 악성 전염병 전파 상황 관리지원체계를 완성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코로나를 진단할 수 있는 PCR 장비와 코로나의 변이를 확인할 수 있는 기술, 신속항원 검사키트를 자체 개발, 도입했다는 겁니다.
[신영전/한양대 의대 교수] "'자체 키트, 자체 PCR검사, 그다음에 자체 변이 확인을 위한 장치의 개발들은 계속 독려해왔고 작업에 진전이 있었다' 이 정도로만 받아들여야 할 거 같은데요. 상용화까지 된 거 같지는 않아요."
그러나 여전히 북한은 항원검사를 거쳐야 확인되는 '확진자'라는 표현 대신 '발열자' 즉 유증상자 통계를 발표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5월 중순 30만명대에 이르던 '유열자' 숫자가 현재 천 명대로 감소했다고 주장합니다.
[류영철/북한 국가비상방역 사령부] "현재 나라의 전반적인 지역들에서 유열자들이 계속 줄어들면서 방역 형세가 안정적인 호전 추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북한은 방역을 완화하고 학교와 보육기관 운영을 재개했습니다.
또 농업, 공업 등 전 생산현장에서도 정상 조업을 강조합니다.
[조선중앙TV/7월 5일] "방역조치들을 엄격히 조치하면서 당면한 영농사업, 중요 공업부문들과 공장 기업소들에서의 생산을 최대한 다그치며.."
심지어 당원 통제를 담당하는 간부 수천명을 모아 강습회까지 정상적으로 진행했습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북한의 환자 통계도 신뢰할 수 없는 데다가 백신도 없고, 감염을 통한 집단면역도 달성하지 못한만큼 언제라도 재유행이 올 수 있다고 판단합니다.
[이재갑/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교수] "감염된 사람이 아무리 많더라도 전 국민의 반도 안 되잖아요. (백신) 접종 안 한 사람이, 아예 전체 안 했고 감염된 사람만 있는 상황이니까 봉쇄를 풀면 'V자' 커브 형태로 다시 확진자가 늘어나거든요."
세계 모든 나라들이 그랬듯, 진단장비와 백신, 치료제 도입 밖에는 코로나 극복 방법이 없다는 겁니다.
그러나 여전히 백신 도입 소식은 없고, 국경 통제, 방역수칙준수, '규율'을 강조하면서 코로나가 극복되고 있다고 선전하고 있습니다.
통일전망대 김세로입니다.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unity/6386471_2911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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