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위마저 눈치 보는 개딸..민주당 정치 지형에 어떤 영향?

최현주 2022. 7. 9.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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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6월 7일 국회에 첫 출근하면서 지지자로부터 꽃다발을 전해받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팬덤 정치'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난 3월 대선 이후 민주당에 대거 입당한 '개딸(개혁의 딸)'이 민주당의 정치지형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재명 책임론'이 언급되자 친문계 의원들에게 문자폭탄, 좌표 찍기 등 과격한 행보를 이어갔다. 특히 친문 홍영표 의원을 향해서는 폭탄 문제에 이어 인천 부평 지역 사무실에 '치매' 대자보를 붙이기도 했다.

이후 이재명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강성 지지자들을 향해 "'이재명 지지자'의 이름으로 모욕적 언사, 문자폭탄 같은 억압적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라며 "모멸감을 주고 의사 표현을 억압하면 반감만 더 키울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 의원의 당부로 이들의 행보가 잠잠해지는 것 같았으나 8·28 전당대회를 앞두고 더욱 거세졌다. 비대위가 전당대회에서 이 의원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룰을 추진하자 강하게 반발에 나선 것이다. 개딸들은 민주당 당사 앞에서 수박을 깨는 항의 집회를 열고, 6일 우상호 비대위원장에게 항의하는 의미로 삭발식도 예고했다.

강성 지지층 반발이 거세지자 우상호 비대위원장은 직접 '개딸'들을 만나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비대위원장이 직접 면담할 정도로 개딸들의 영향력이 당내에서 크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결국 민주당은 6일 당무위원회를 열고 당 대표 예비경선에서 '일반 여론조사 30%'를 반영하기로 한 전당대회준비위원회(전준위) 안을 그대로 의결하면서 이 의원에게 유리한 결정을 내렸다.

이 가운데 민주당 안팎에서는 지방선거 패배 이후로 팬덤 정치 쇄신의 목소리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당권 도전에 나선 강병원 의원은 "팬덤에는 두 가지가 있다. 어떤 정치인을 좋아해서 응원하는 팬덤을 누가 뭐라고 하겠느냐. 긍정적인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그 정치인과 생각이 다른 정치인을 문자 폭탄으로 보내고 공격하고 수박이라고 욕하고 인격 모독하고 색깔론으로 공격하는 배타적 팬덤은 민주주의의 적"이라고 비판했다.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그린벨트 결과 공유 파티 `용감한 여정`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개딸의 행보는 민주당의 역동성을 저해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다른 의견을 내거나 공개적으로 비판했다가는 팬덤 정치의 표적이 돼 인신공격, 협박을 당할 수 있어서다. 박 전 위원장은 팬덤 정치를 종식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개딸'의 표적이 된 것이 대표적 사례다.

박 전 위원장은 8일 자신의 SNS를 통해 "비대위원장에 취임한 날부터 지금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민주당 지지자들로부터 언어폭력에 시달리고 있다"라며 "저를 향한 욕설과 성희롱은 SNS뿐만 아니라 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에도 넘쳐났다"라고 했다. 이어 "난 특별한 사람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평범한 여성 중 한 명이고, 이런 공격은 저에게도 엄청난 고통"이라고 호소했다. 박 위원장은 "정말 참담하다. 기어이 이런 일이 벌어졌다"라며 "오늘 한 남성 유튜버가 제가 사는 집이라며 어떤 주택 앞에 서서 1시간가량 저를 비난하는 공개 스트리밍 방송을 했다"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신현영 민주당 대변인은 "온라인상에서 박 전 비대위원장에 대한 신상 털기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라며 "해당 사안을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원칙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논란이 커지자 이재명 의원도 지지자들에게 박 전 위원장을 향한 비난 자제를 당부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 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정당은 다양한 정치적 의견을 가진 사람들의 집합체로 서로 다른 목소리가 막힘없이 어울려야 한다"라며 "비난·억압은 이재명과 동지들의 방식이 아니다"라고 촉구했다.

한편, 박 전 위원장은 법적 조치를 경고한 상태다. 그는 "사이버 공격은 젊은 여성 정치인에 대한 명백한 테러 행위"라며 "더 이상 지켜보고만 있지 않겠다, 사이버 성폭력과 허위사실 유포·모욕범죄는 무조건 법적 조치하겠다, 선처는 없다"라고 밝혔다.

[최현주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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