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에서 카톡 못쓸수도?..카카오 vs 구글, 무슨 일 [뉴스 쉽게보기]

임형준, 박재영 2022. 7. 9.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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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갤럭시 스마트폰을 사용 중이신가요? 그렇다면 지금 스마트폰에 설치된 카카오톡 앱은 아마 최신 버전이 아닐 거예요. 자동 업데이트는 물론 직접 업데이트하는 것도 불가능하죠. 구글이 이를 막아놨기 때문인데요. 카카오가 구글의 정책을 따르지 않았다는 게 그 이유예요. 카카오가 계속 구글의 뜻에 따르지 않으면, 스마트폰에서 더 이상 카톡 앱을 내려받을 수 없게 할 거라는 예상까지 나오고요. 대표 정보기술(IT) 기업인 구글과 한국에선 구글 못지않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카카오의 대결이라니,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 카카오톡 앱이 최신 버전(v.9.8.6)으로 업데이트 되지 않는 모습/자료=카카오톡 앱 화면 갈무리

▶카카오가 맘에 안 드는 구글

스마트폰 앱을 어디서 내려받으시나요? 삼성 갤럭시 등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라면 보통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내려받으실 텐데요.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카톡 앱을 내려받았다면 업데이트 파일도 같은 곳에서 내려받을 수 있죠. 그런데 지금 구글은 카카오톡의 최신 업데이트 파일을 올려주지 않고 있어요. 구글이 카카오가 '인앱(in-app) 결제' 정책을 지키지 않았다는 걸 문제 삼기 때문인데요.

인앱 결제는 말 그대로 앱 안에서 결제가 이루어지는 거예요. 스마트폰으로 하는 결제 중 상당수가 여기에 해당해요. 우리가 스마트폰 카카오톡 앱을 실행하고 이모티콘을 구매하는 것도 인앱 결제죠.

다만 음식을 배달시켜 먹거나 인터넷 쇼핑을 하는 등 실물 상품을 구매할 때는 해당하지 않아요. 이모티콘이나 게임 아이템, 콘텐츠 구독료 같은 디지털 상품을 구매할 때만 해당되죠. 만약 우리가 디지털 상품을 구매했다면 이때 앱 개발사는 우리한테 받은 결제 금액의 최고 30%를 구글이나 애플에 수수료로 내야 해요. 구글과 애플이 앱마켓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애플과 구글이 만든 고급 백화점

앱마켓은 말 그대로 앱을 파는 마켓이에요. 앞서 언급한 구글 플레이스토어가 대표적이죠. 애플도 '앱스토어'를 만들어 운영 중이고요. 구글과 애플은 이런 앱마켓을 만들어서 누구나 직접 앱을 개발해 팔 수 있게 했어요. 보통 이 앱마켓을 백화점에 많이 비유하는데요. 구글과 애플이 앱마켓이라는 일종의 백화점을 만들고 누구든 여기서 장사를 할 수 있게 만든 거예요. 마치 입지도 좋고 인테리어도 좋고 손님들도 많이 찾는 백화점처럼 이것저것 팔기에 좋았죠. 그래서 많은 상인(카카오 같은 앱 개발사)들이 참여했고요.

그럼 구글과 애플은 어떻게 수수료를 받을까요? 직접 만든 결제 시스템을 통해서만 결제를 할 수 있게 만들고, 그중 일부를 수수료로 떼 가는 거죠. 백화점 안에서는 우리가 만든 카드 결제기만 쓰라고 하면서 이 카드 결제기에서 결제되는 금액의 일부를 가져가는 겁니다.

▶불만 커진 앱 개발사들

시간이 흐르면서 앱 개발사들의 불만도 커졌어요. 수수료가 너무 과하다는 거죠. 불만이 커지면서 우리나라에서는 애플이나 구글이 결제 방식을 강제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까지 만들었어요. '인앱 결제 방지법'이라고도 불리는데요. 이런 법을 만든 건 우리나라가 최초예요.

이에 구글과 애플은 한발 물러나 앞으로 결제 방식을 강제하지 않겠다고 했는데요. 하지만 수수료는 계속 받겠다고 했죠. 다른 회사에서 만든 카드 결제기를 쓸 순 있지만, 결국 우리 백화점 안에서 쓴 거니까 우리한테도 일정 부분 수수료는 내야 한다는 거예요. 다만 구글이나 애플에서 만든 카드 결제기는 안 쓰는 거니까 수수료를 조금 깎아주겠다고는 했어요.

그런데 수수료를 좀 깎아준다고 해도 앱 개발사 입장에선 오히려 손해일 수 있어요. 수수료를 두 곳에 내야 하니까요. 먼저 구글이나 애플 백화점에 수수료를 내고, 다른 회사의 카드 결제기를 써야 하니까 여기에도 수수료를 또 내야 하는 거죠. 이러면 오히려 수수료 총액은 늘어날 수도 있어요.

▶우회로 찾아낸 카카오

그래서 카카오는 일부 상품을 팔 땐 수수료를 아예 내지 않는 방법을 쓰고 있었어요. 이번에 구글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 바로 그 방법이죠. 카톡 앱에서 결제하는 대신 카톡 홈페이지에서 직접 결제를 할 수 있도록 한 건데요. 비유하자면 아예 백화점 밖에서 결제하도록 유도하는 거죠. 손님한테는 "좀 귀찮겠지만 밖에서 결제하면 저렴한 가격에 상품을 드리겠다"라고 설득하면서요. 그래서 카카오는 카톡 '이모티콘 플러스'를 구매하려는 고객들에게 자사 홈페이지 링크를 안내하고 있어요. 우리 홈페이지에서 결제하면 더 싸다고 강조하면서요. 이런 결제 방식을 '아웃링크 결제'라고 불러요.

카카오톡 앱에서 아웃링크 방식의 웹 결제를 유도하는 모습/자료=카카오톡 앱 갈무리
그런데 최근 구글은 아웃링크 결제 방식을 금지하겠다고 선언했어요. '말을 안 들으면 앱마켓에서 앱을 삭제해버리겠다'고까지 했죠. 그런데도 카카오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요. 카카오를 탐탁지 않게 생각하며 벼르고 있던 구글은 마침 이번에 카카오가 카톡을 업데이트한다고 하니까 이를 막은 거예요.

▶대표로 총대 멘 카카오

대부분의 앱 개발사들은 구글과 애플의 눈치를 보며 이들의 심기를 거스르는 행동은 피하고 있었어요. 괜히 나섰다가 앱마켓에서 앱이 삭제되기라도 하면 사업 자체를 접어야 할지도 모르니까요. 이런 상황에서 카카오는 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구글에 반기를 든 걸까요?

사실 앱마켓과 관련해서 구글에 대항할 기업은 전 세계에서 카카오가 유일하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일단 인앱 결제를 강제하는 걸 법으로 금지한 나라는 한국뿐이잖아요. 또 카카오는 국내에서만큼은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죠. 한국에서 카카오를 한 달에 한 번 이상 사용하는 사람은 4700만명이 넘는다고 하는데요. 사실상 전 국민이 사용하는 거예요. '앱을 삭제해버리겠다'고 엄포를 놨던 구글이 일단 업데이트만 막아놓은 것도 그만큼 한국에서 카톡의 영향력이 크기 때문으로 보여요.

게다가 이번에 구글이 카톡 업데이트를 막으면서 비로소 정부가 법을 근거로 개입할 명분도 생겼어요. 인앱 결제 강제 금지법의 요지는 '구글이나 애플 같은 앱마켓 운영사가 특정 결제 방식을 강요하지 못하게 하겠다'라는 건데요. 인앱 결제 외에 다른 결제 방식을 사용하는 앱의 업데이트를 막거나 삭제하는 등 인앱 결제를 강요했을 경우에만 법에 따라 조치할 수 있는 거죠.

그런데 지금까지 구글과 애플은 '우린 인앱 결제를 강요하지 않았다'라고 주장해왔어요. 수수료는 받지만, 다른 회사의 카드 결제기를 써도 된다고 허락했다는 거예요. 그런데 카카오는 구글이 아예 금지한 '아웃링크 결제'를 사용한 거고, 결국 구글이 카톡 업데이트를 막은 거죠. 인앱 결제를 강요했다고도 볼 수 있게 된 거예요. 이제 정부 판단에 따라 구글이 법적 제재를 받을 수도 있는 거고요.

▶구글 앱마켓에서 독립해볼까

또 이번 사건은 앱 개발사들이 구글이 만든 앱마켓에서 독립할 수 있을지 그 가능성을 실험해 볼 기회이기도 해요. 현재 카카오는 앱마켓이 아닌 웹페이지에서 직접 업데이트 파일을 내려받을 수 있도록 해놨는데요. 소비자 입장에선 귀찮고 불편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앱 개발사들이 시도해 볼 엄두도 못 내던 방법이에요. 그런데 이번 기회를 통해 구글 플레이스토어 없이도 업데이트는 물론 앱을 내려받는 것도 가능하다는 걸 알릴 수도 있겠죠.

모바일 다음 웹 페이지에서 `카카오톡` 검색 시 안드로이드용 앱 설치파일 다운로드 경로가 안내되는 모습/자료=모바일 다음 웹 페이지 화면 갈무리
또 구글 플레이스토어를 대체할 앱마켓들도 있어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선 '원스토어'와 '갤럭시스토어' 등 다른 앱마켓도 이용할 수 있는데요. 지금까진 잘 알려지지 않았던 곳들이지만, 이들에겐 이번 사태가 앱마켓 시장에서 구글과 경쟁할 기회가 될지도 모르죠.

참고로 애플은 이번 사태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어요. 카카오는 아이폰 사용자들에게는 아웃링크 결제를 제공하지 않고 있었거든요. 또 아이폰에선 앱스토어를 거치지 않고 직접 앱을 설치하거나 업데이트하는 게 아예 불가능해요.

▶전 세계가 주목하는 대결

구글도 억울하다는 입장이에요. 앱마켓 같은 플랫폼을 만들고 운영하는 수고의 대가를 수수료로 받는 건 당연한 권리라는 주장이죠. 아웃링크 결제 자체가 일종의 꼼수 아니냐는 거예요. 그리고 사실 카카오도 다른 사업 분야에선 플랫폼을 만들어 수수료로 수익을 올리고 있잖아요. 대표적인 게 택시 호출 서비스인데,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불공정한 행위를 했다는 혐의까지 받고 있죠.

결국 구글과 카카오는 지난 7일 정부와 함께 3자 대면을 했어요. 일단 현재 상황을 원만히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는 했지만 입장 차를 좁히지는 못했다고 하는데요. 어떤 방향이든 이번 사태의 결과는 구글과 카카오뿐 아니라 국내 IT 업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요. 다른 나라에서도 이번 사태를 주목하고 있어요. 해외에서도 인앱 결제 방지법과 유사한 법을 만들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거든요. 과연 구글과 카카오의 한판 대결은 어떻게 마무리될까요?

<뉴미디어팀 디그(dig)>

[박재영·임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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