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잡기 고육책 [한은 빅스텝 임박①]

류난영 2022. 7. 9.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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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한은 역사 사상 첫 '빅스텝' 가능성 높아져
소비자물가 6% 돌파…24년 만에 처음
기대인플레 3.9%로 10년래 최고…고물가 고착화 우려
이창용 "인플레 기대심리 제어 않으면 고물가 고착화"
환율 1310원 돌파·한미 금리 역전 확실시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2022.05.26.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지난달 소지자물가 상승률이 외환위기 이후 24년여 만에 6%대로 치솟으면서 한국은행이 다음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우선, 한은이 오는 13일 열리는 금통위에서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전망에는 이견이 없다. 통화정책이 추구하는 최우선 목표가 물가를 안정시키는 것인 만큼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응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인상 폭이다. 한은은 1999년 기준금리를 도입한 이후 '빅스텝'을 단행한 적이 한 번도 없다. 반면, 물가 관련 지표는 '빅스텝' 필요성을 높이고 있다. 한은 내부에서도 소비자물가가 발표되기 전부터 6% 돌파 여부를 '빅스텝' 여부를 결정하는 주요 판단 잣대 가운데 하나로 여겨왔다.

통계청에 따르면 6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8.22(2020=100)로 지난해 같은 달 대비 6.0% 올랐다. 외환위기였던 1998년 11월(6.8%) 이후 23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또 일반인의 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 역시 과거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 한은에 따르면 소비자가 향후 1년간 예상하는 물가 상승률인 6월 기대인플레이션은 3.9%로 전월대비 0.6%포인트 급등했다. 이는 2012년 4월(3.9%) 이후 10년 2개월 만에 최고치다. 전월대비 상승폭(0.6%포인트)도 2008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사상 최대 상승 폭이다.

기대인플레이션이 높아지면 제품 가격 인상, 임금 인상으로 이어져 다시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등 물가 상승을 고착화하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앞서 지난달 21일 열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기자간담회에서 "국내외 물가 상승 압력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적절히 제어하지 않을 경우 고물가 상황이 고착화 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한은도 7,8월에 물가가 더 높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어 '빅스텝'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7% 넘는 물가가 현실화 되면 1998년 10월(7.2%) 이후 24년 만에 7%대를 기록하게 된다 .

원화 약세도 '빅스텝'을 뒷받침 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6일 장중 1310원을 돌파하면서 2009년 7월 13일(1315.0원) 이후 13년래 가장 높은 수준까지 치솟았다. 지난달 한 달 간 원화 가치는 4.95% 하락했다. 원화 약세는 수입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소비자물가를 더 끌어 올릴 수 있다.

한·미 금리 역전도 확실시 되고 있다. 현재 한국(연 1.75%)과 미국의 기준금리(연 1.5~1.75%) 상단은 같은 수준이다. 한은이 다음주 금통위에서 '빅스텝'을 단행하더라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오는 26~27일(현지시간)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에서 '자이언트 스텝'을 밟으면 금리가 역전된다.

시장에서는 미 연준이 이번 달 FOMC에서 '자이언트 스텝'을 밟을 것이 이미 기정 사실화 되고 있다. 한미 금리가 역전되면 국내 증시와 채권 시장 등에서 외국인 자본이 유출될 것이란 우려가 높다.

채권 시장과 글로벌 투자은행(IB) 등도 한은이 다음주 금통위에서 '빅스텝'에 나설 것이라는 데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5월 금통위 의사록 공개 직후 JP모건이 가장 먼저 '빅스텝' 전망을 내놓은 후 씨티은행,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모건스탠리 등이 잇따라 빅스텝 인상 가능성을 점쳤다. 모건스탠리는 국내 물가 지표가 나온 이후 전망을 '빅스텝'으로 수정했지만 최종 기준금리가 2.75%가 될 것이라는 기존 전망은 유지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6.0% 증가하면서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데다 높은 물가로 소비자들의 기대 인플레이션도 높아지고 있다"며 "금통위원들 다수가 기대인플레 상승으로 고물가가 고착화되는 것을 우려한다는 점에서 볼 때 이번달 금통위에서의 빅스텝 가능성은 높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ou@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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