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개미는 왜 '공매도'에 흥분하나 [불법 공매도 논란①]
기사내용 요약
유령주식·골드만삭스 등 시스템 결함 속속 발견
미온했던 불법 공매도 처벌 수위에 불만도 커져
개미들 "새 정부에도 실망, 10년간 공매도 계좌 조사해라"
[서울=뉴시스]신항섭 기자 = 금융당국이 공매도 관련 인력 충원과 조직 개편에 나섰지만 개미들의 불만은 여전하다. 그간 지속적으로 터진 불법 공매도에 대한 금융당국 대처가 미온적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불법 공매도에 대한 대책이 없다면 금지를 해야한다는 목소리에도 공매도 유지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정부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개인투자자들은 외국인투자자와 기관투자자들의 공매도 관행에 대해 여전히 강한 불만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공매도 조사 전담반을 설치해 불법 공매도 점검과 조사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이달초 한국거래소는 시장감시본부 산하 공매도특별감리부 인원을 기존 13명에서 17명으로 증원하고 구조를 개편했다.
하지만 이같은 발표에도 금융당국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불신은 여전하다. 이는 그간 불법 공매도와 연관된 사고가 연달아 터진 것이 주요 배경이다. 한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들은 빌리지 않은 주식을 내다 파는 ‘무차입 공매도’는 금지하고 있다.
유령주식 사태서 드러난 결함…낮은 처벌 수위가 불신 키워
2018년 4월6일 삼성증권은 직원 보유 우리사주에 대한 배당 과정에서 단위를 잘못 기입했다. 주당 1000원이 아닌 주당 1000주를 배당하면서 28억주가 입고된 것이다. 당시 삼성증권의 정관상 발행한도는 약 1억2000만주에 불과했다. 이를 넘어서는 유령주식이 배당됐고 일부 직원이 500만주 가량을 팔면서 시장에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
이는 공매도와 성격이 다르지만 결과적으로 금지되어 있던 무차입 공매도와 유사했다. 특히 그간 "무차입공매도는 불법이고 우리나라에선 불가능하다"고 목소리를 냈던 금융당국에 대한 불신을 키웠다. 전산상 전혀 제동 없이 주식이 발행되고 거래됨에 따라 금융당국의 감시 시스템에 대한 의문이 커진 것이다.
통상 신주 발행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증권신고서 등록이 이뤄지며 이후 금감원 승인 후 신주가 발행되면 예탁결제원에 등록된다. 이후 신주 발행사가 한국거래소에 증권신고서 정본과 주식 발행 결과보고서를 제출하고 한국거래소에서 승인해야 그 다음날 실제 거래가 가능하다.
그러나 당시 사태는 첫 절차인 증권신고서 제출부터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금감원과 거래소의 감독 실패, 예탁결제원 패싱 등이 언급되며 한국주식시장의 치명적 결함이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유령주식 사태 이후 단 일주일만에 다시 한번 무차입 공매도 사례가 적발되면서 불법 공매도가 가능하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지난 2018년 5월말 골드만삭스 서울지점은 300여 종목에 대한 매매주문을 처리하면서 일부 주식에 대한 대차(대여)를 확정하지 않고 공매도 주문을 낸 것으로 드러났다.
처벌 수위가 약했던 것도 금융당국의 불신을 키우는 역할을 했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불법 공매도로 골드만삭스에게 75억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골드만삭스 서울지점이 이틀간의 불법 공매도로 매도한 규모는 401억원 상당이다. 하지만 벌금은 절반이 되지 않는 수준에 그친 것이다. 또 골드만삭스는 다음해인 2019년 2월에도 무차입 공매도를 한 혐의가 드러났으나 과태료 7200만원에 그쳤다.
코로나19가 발생한 지난 2020년에는 일시적인 공매도 금지 조치가 있었지만 예외조항이 드러나면서 당국에 대한 불신이 더욱 커졌다. 주가 급락으로 은성수 전 금융위원장은 2020년 3월16일부터 공매도를 일시적으로 금지시켰으나 금지 첫날인 16일 4409억원의 공매도 거래대금이 확인된 것이다.
이에 대해 당국은 시장조성자에게 적용된 업틱룰 예외조항이라고 해명했으나 개인투자자들은 반쪽자리 정책이며 금융당국이 공매도를 금지할 의지가 없었다며 비판했다. 또 그 해 국정감사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무차입 공매도를 시도했다 실패한 정황이 한 달간 적어도 1만건이 넘게 나타났다는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적도 있었다.
개미들 "불법 공매도 여전, 당국 조사해라" 주문
하지만 공매도에 따른 투자자들의 피해가 지속되고 있고, 불법 공매도 적발에는 소극적이라는 입장이다. 이에 개인투자자들의 모임인 한국투자자연합회(한투연)은 지속적으로 공매도 반대 운동에 나서고 있다.
정의정 한투연 대표는 "일반 계좌와 달리 공매도 계좌는 특정되기 때문에 10년간 공매도 계좌의 수익을 조사하고 이에 따른 국민들의 피해 규모를 조사할 필요가 있다"면서 "현재 국내 공매도 시장은 외국인의 놀이터가 맞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외국인으로 둔갑하는 검은 머리 외국인 계좌에서도 공매도가 많이 나타나는 것 같다"며 "이에 대한 조사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5년간 금융위 예산 가운데 개인 투자자 보호를 위해 사용된 금액은 0원"이라며 "새 정부에는 기대를 했는데 현재까지는 매우 실망한 단계"라고 말했다.
특정 종목의 주주 연대도 목소리를 내고 있다. HLB주주연대는 지난달 중순 JP모건과 국내 특정 증권사 창구를 통해 불법 공매도와 시세 조정이 이뤄지고 있다며 금감원에 조사를 요구했다.
이들 증권사가 장 시작 동시호가 시초가 형성 시 시장가 대량 매도로 하락 출발을 유도하고, 장중에는 대량의 프로그램 매도로 매수 호가를 무너뜨려 투매를 유도한다는 것이다. 장 마감 동시호가 때는 시장가 대량 매도로 하락 마감을 유도하고, 통정매매를 활용해 시세를 일정 범위 내에 가둔다고도 주장했다.
주주연대 측은 "공매도를 통한 시세조종 주가조작 행위는 현재 주식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명백한 범죄"라며 "공매도 세력이 인위적인 주가 하락을 통해 이익을 보려는 목적으로 행하는 통정매매, 장중 매수 호가를 저가로 내 매도세를 유인하는 행위, 장 시작과 마감 동시호가에 대량 수량으로 개입해 주가를 낮추는 행위 등도 강력한 조사와 처벌이 필요한 불법 행위"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angseob@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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