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치대 없는데 동물치과는 있다?..잇따른 전문동물병원 의료분쟁

정세진 기자 2022. 7. 9. 09: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반려견 밍키가 이빨 치료를 받은 지 20여일만인 지난달 30일 사망했다. /사진=밍키 보호자 제공
과목별 전문진료를 하는 동물병원에서 분쟁이 잇따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반려동물 인구는 느는데 현행법에 수의전문의 관련 조항이 없어 수의사와 반려인 양측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분석한다. 주무부서인 농림축산식품산업부는 과목별 전문 동물병원에 대한 용역을 진행 중이라는 입장이다.
이빨 8개 발치후 사망·마취 중 사망…동물치과 병원에서 잇단 사망사고
8일 김모씨는 "아직 밍키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며 "병원을 상대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밍키(요크셔테리어)는 김씨가 13년간 키우던 반려견이다. 지난달 11일 출근한 김씨를 대신해 김씨의 부모님이 밍키를 데리고 서울 B동물병원을 방문해 스케일링, 발치 등 치료를 받았다. 김씨 가족은 병원 측으로부터 '밍키의 어금니 한 개를 발치한다'는 설명만 들었다고 주장한다.

병원 측은 이날 밍키를 치료하며 이빨 8개를 뽑았다. B병원 원장인 C씨는 "수술 전 '치아 상태가 안 좋아 어금니를 포함해 치아 여러개를 발치할 수 있다'는 설명을 했다"며 "밍키 마취 후 보호자 추가 동의를 위해 전화를 받지 않아 발치가 필요한 이빨 8개를 뽑았다"고 설명했다.

밍키는 수술한 지 20일째인 지난달 30일 서울의 또 다른 동물병원에서 사망했다. 전날 늦은 오후 뇌병변 의심 증상을 보이며 상태가 급격히 악화된 밍키를 입원시킨 지 하루만이었다. 김씨는 발치와 죽음이 연관이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B병원 원장 C씨는 "내원 당시 추가 검사를 조언했다"며 "발치와 죽음을 연결시키는 건 과하다"고 했다.

지난달 17일에도 서울의 한 동물치과병원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D씨는 반려견 테오(포메라니안·9세)의 치아검진 차 E동물치과병원을 찾았다. 테오는 검진 전 마취 도중 프로포폴 주사를 맞고 30여초 후 사망했다. D씨와 가족들은 해당 병원 앞에서 지난 1일부터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1.4㎏인 테오에게 프로포폴을 투약해 마취한 것은 무리한 진료'라는 이유에서다. E병원 원장은"테오의 죽음이 굉장히 안타깝다"며 "마취약물이 프로포폴이라는 걸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못한 건 제 불찰"이라고 했다.
왜 하필 치과병원에서?…"동물은 치과 치료시 전신마취해야"
수의사들은 과목별 전문병원 중에서도 치과동물병원에서 의료분쟁이 자주 발생하는 이유로 마취의 위험성을 꼽았다. 개나 고양이는 육안으로 구강 상태를 확인하려면 전신마취가 필요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수의사는 "동물은 사람과 달리 진료 협조를 받을 수 없어서 치과 치료에 부분 마취 개념이 없고 안쪽에 있는 이빨을 보려고 해도 전신 마취를 해야 한다"며 "때로는 CT나 엑스레이 촬영을 위해서도 전신마취를 해야 한다"고 했다.

말을 할 수 없는 동물을 상대로 한 마취는 보호자에겐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특히 소형견이나 노견 견주들은 마취에 더 민감해서 한 번의 마취로 검진과 시술·수술을 연이어 진행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이 과정에서 동물이 마취에서 깨기 전에 보호자에게 검진 결과와 시술·수술에 대한 동의를 받아야 한다. 경우에 따라 개의 마취 지속시간은 30분 내외인 경우도 있다.

견주 입장에서는 수의사의 설명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시간이 부족할 수 있다. 수의사 입장에서는 마취 부작용을 줄이려면 여유를 가지고 보호자 동의를 구하거나 자세한 설명을 하기 촉박한 상황도 발생한다. 한번 내원으로 검진, 스케일링, 발치 등을 동시에 진행해야 하니 과잉진료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다.
수의치대 없는데 치과전문병원?…"법이 현장을 못 따라가"
수의사들은 최근 치과·안과·피부과 등 전문 진료 과목을 표방하는 동물병원에서 의료 분쟁이 늘고 있다고 말한다. 포털사이트에서 '전문동물병원'을 검색하면 치과·안과·피부과·정형외과와 수의한방병원까지도 쉽게 찾을 수 있다. 반려인들 사이에서 전문 과목 병원으로 입소문을 얻으면 자연히 진료비는 높아진다.

다만 비싼 진료비와 높아진 반려인의 기대치에 부응할 수 있도록 이들 병원의 전문성을 검증해줄 기관이나 법적 근거는 전무하다. 수의업계에서는 주로 학회에서 발급하는 전문의 자격이나 해외연수 또는 수의대 석·박사과정에서 교육 등을 근거로 전문병원을 운영한다. 아시아수의안과학회에서 수의안과전문의 자격을 부여하는 식이다.

대한수의사협회 관계자는 "2019년 오영훈 전 의원이 전문수의자 제도를 도입하고자 수의사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지만 19대 국회가 끝나며 임기만료로 자동폐기됐다"며 "장기적으로는 사람의료처럼 전문수의사 제도가 법적으로 필요하다고 본다"고 했다.

의료지식이 부족한 소비자들은 인터넷 '리뷰'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2018년 치과동물병원에서 과잉진료 피해를 입었다는 F씨는 "치과전문 병원을 찾는 경우는 대부분 경제적 여유가 있어서 반려견에게 돈을 아끼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나는 이빨 15개를 발치하면서 진료비 200만원이 나왔지만 싼 편이었다. 많이 나오는 경우 400만~500만원도 나온다"고 했다.

법적근거가 없다보니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는 전문 동불병원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현재 시장에서는 1차, 2차 동물병원이 나누어져 있고 전문동물병원도 운영 중"이라며 "최근 연구 용역을 맡겨 현재 관련 현황을 조사 중"이라고 했다.

[관련기사]☞ 티아라 출신 한아름, 이혼 위기 극복→둘째 임신오은영에 침 뱉고 손 물고 '돌발행동'…초1 금쪽이둘째 아들 아베 총격에 '쇼크'…"94세 노모, 정신착란"송지효, 숏컷 이유 최초 공개 "술 마시고 내가 잘라"하루 5000만원씩 벌던 개그맨 이재훈, 귀촌한 사연
정세진 기자 sejin@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