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옆자리는 싫어..G20 외교장관들 이례적 '도시락 오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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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 외무장관, 우크라 침공 이후 첫 다자회의 참석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올해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 나타났습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리셉션에 참석해 라브로프 장관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며, 우크라 사태를 언급하고 러시아에 진출한 한국 교민과 기업들의 피해가 있어선 안 된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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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 외무장관, 우크라 침공 이후 첫 다자회의 참석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올해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 나타났습니다.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G20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한 겁니다.
하지만 반응은 냉랭했습니다. 지난 8일 G20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행사장에 도착한 라브로프를 향해 취재진으로 보이는 일부 사람들은 '언제 전쟁을 멈출거냐'며 큰 소리로 항의하기도 했습니다.
행사장 안에서도 라브로프 장관의 수난은 계속 됐습니다. 오전 세션에서 서방 국가들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강도 높게 비판하자, 라브로프 장관은 오후 세션에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라브로프 장관은 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의 책임이 아니라고 항변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또 러시아가 흑해를 봉쇄해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을 막고 있어 현재 위기가 발생한 것이라는 서방의 비난에 대해 곡물 수출을 막고 있지 않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러시아 장관이 발언할 때 다른 나라가 퇴장하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전반적으로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러시아의 책임을 묻는 발언들이 많이 나왔다"고 말했습니다.
■ 러시아 꺼리는 서방국들...'도시락'까지 등장
각국 외교장관들이 러시아와의 만남 자체를 꺼리면서 G20 외교장관 오찬 메뉴로는 '도시락'이 제공됐습니다.
통상 G20 공식 오찬은 좌석이 지정된 상태에서 옆자리에 앉은 사람과 자유롭게 얘기할 수 있는 형태로 진행되는데 올해는 이례적으로 각자 도시락을 갖고 가 원하는 사람과 식사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올해 G20 의장국인 인도네시아의 고심이 깊었을 겁니다.
외교장관 회의 전날인 7일 저녁 열린 환영 리셉션에도 미국, 일본 등 주요 7개국 외교장관은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일종의 '보이콧' 입니다. 반면 인도와 사우디아라비아의 장관 등 비교적 러시아와 가깝게 지내는 나라들은 참석했습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리셉션에 참석해 라브로프 장관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며, 우크라 사태를 언급하고 러시아에 진출한 한국 교민과 기업들의 피해가 있어선 안 된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 오후 회의 불참한 라브로프, 2014년 푸틴 모습 보는 듯
라브로프 장관의 모습은 2014년 호주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때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떠오르게 합니다.
당시는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한 직후로, 다른 정상들로부터 비난을 받자 푸틴 대통령은 '집에 일이 있다'며 일찍 자리를 뜬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당시 러시아는 G8(주요 8개국)에서 추방되기도 했습니다.
결국, 올해 G20 외교장관회의는 단체 사진도 공동성명도 내지 못한 채 막을 내렸습니다. 국제사회의 목소리에 귀를 닫아버린 러시아의 태도도 문제이지만, 미국 등 서방 대 러시아·중국 등으로 갈라진 구도 때문에 한 목소리를 내기 어려워졌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G20의 위상이 떨어졌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홍진아 기자 (gina@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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