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갈린 반도체 전망 "8인치 가동률 하락" VS "하반기는 버틸 것"

한지연 기자 2022. 7. 9.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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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실리콘웨이퍼/사진=SK실트론

반도체 품귀에 귀한 몸으로 떠올랐던 8인치 파운드리(시스템반도체 위탁생산)공정 가동률이 올해 하반기 들어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경기 둔화와 글로벌 인플레이션(물가상승)으로 소비재 판매량이 떨어지면서다. 업계는 하반기 들어 거시경제 영향에 따른 우려가 커지고 있다면서도 파운드리가 수주 기반인만큼 당장의 영향은 미비할 것이라 봤다.

"전세계적 소비 냉각기에 8인치 파운드리 수요도 뚝"
8일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가 8인치 파운드리 팹의 올해 하반기 가동률이 90~95%사이로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코로나19(COVID-19)이후 파운드리 수요가 공급보다 많아지면서 대부분의 팹은 거의 100%에 달하는 가동률을 보여왔다. 트렌드포스는 "소비재 향 반도체 제조 비중이 높은 팹의 경우 생산능력을 90%대로 유지하는 것도 힘들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물가 상승으로 인한 가계 소득 감소로 소비재 수요가 얼어붙은 것이 8인치 공정률 감소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됐다. 가전·TV·IT(정보기술) 제품에 쓰이는 전력관리반도체(PMIC), 스마트폰에 필수적인 디스플레이구동칩(DDI) 등 소비자향 제품에 8인치 기반의 아날로그 반도체가 들어간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세계 TV 시장 판매량은 4907만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4.9% 줄었다. 또 연간 출하량 전망치는 2억879만대로, 이는 2010년(2억1000만대)이후 가장 낮을 것이란 예측이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지난 5월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량이 9600만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0% 줄었다고 밝혔다. 월 판매량이 1억대 이하로 떨어진 것은 최근 10년만에 두번째다.

판매량이 떨어진 가전과 스마트폰 등 제조사들이 부품 재고 조정에 들어가면서 반도체 주문을 줄이거나 취소하는 흐름이 포착됐다고 트렌드포스는 전했다. 트렌드포스는 "서버와 자동차 등 산업용의 경우 아직 수요가 이어지고 있지만 소비재에 들어가는 반도체 주문 감소량을 상쇄할만큼은 아니다"며 "특히 DDI는 TV와 PC 수요 감소에 직접적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올해 수주물량 모두 확보…내년은 주문 다소 줄 수도"
업계는 스테그플레이션(물가상승 속 경기후퇴)로 인한 하반기 불확실성이 크다면서도 8인치 공정의 특수성에 따라 당장의 영향은 없을 것이라 봤다. 파운드리가 3개월~6개월 정도 주기로 계약을 하는 주문생산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선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자회사인 SK하이닉스시스템IC, DB하이텍 등이 8인치 파운드리를 공급한다. 그 중에서도 DB하이텍과 SK하이닉스시스템IC는 8인치 파운드리만을 전문으로 하는데, 두 회사 모두 이미 올해 초에 연간 수주 물량을 모두 채운 것으로 전해진다. 파운드리 1위인 대만의 TSMC도 2024년까지 수주 물량을 모두 채웠다고 밝혔다.

반도체 업계 한 인사는 "파운드리는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기업 간 계약이 진행된다"며 "세트(완제품)업체들이 제품 재고를 고민할 수는 있지만, 소비자 수요가 줄었다고 이미 진행한 반도체 주문을 취소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또 8인치가 레거시(성숙) 공정인만큼 공급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낮다는 점도 지금의 우려가 과도하다는 것을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8인치 공정은 12인치 공정보다 수익성이 낮아 추가 증설 투자 등이 보수적이다. 또 다른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8인치는 장비 구하기부터가 힘든탓에 애초 증설을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며 "그러나 아날로그 반도체의 용처는 꾸준히 있기 때문에 상황이 안 좋아진다고 하더라도 세트업체들이 재고를 가져가려고 하는 경향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내년 상황은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전방산업인 세트업계에 비해 반도체업은 경기 영향을 뒤늦게 받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와 달리 내년 상황은 쉽게 예측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세트업체들이 오더를 조금은 줄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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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연 기자 vividh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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