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鮮칼럼 The Column] 결국엔 한·미·일 ‘3국 협력’으로 가야 한다
지난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 참석한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기시다 일본 총리는 3국 정상회담 사진을 찍을 기회가 그리 많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세 정상은 주요 합의 사항을 공개하지 않았다. 공동 선언문 발표도 없었다. 예전에 필자가 백악관 근무 때 정상 간 다자 무대를 준비한 경험이 있기에 이런 종류의 정상회담을 성사시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고 있다. 성과에 비해 품이 너무 많이 든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이번 한·미·일 3국 회담은 지난 몇 년간 외교적으로 급락한 관계를 정상화하는 매우 중요한 노력으로 봐야 한다. 3국 정상 간 만남이 약 5년(4년 9개월) 만에 이뤄졌다는 것은 이례적이다. 이렇게 오랫동안 3국 정상회담이 열리지 않는 경우가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
세 나라 간 협력이 많을수록 각 정상은 물론이고 나라의 안보에도 도움이 된다. 바이든 대통령에게 한국·일본과의 협력은 중국과 북한에 맞서 안보 연합을 형성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에 도움이 된다. 미국이 규범에 기반한 국제 질서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한국과 일본 등 주요 동반국들의 지원이 절실히 필요하다. 지난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정책에서 ‘3국 협력(Trilateralism)’은 논외였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3국 협력은 중국과의 관계에서 이전보다 대등하게 나서려는 새 정부의 바람과도 잘 맞는다. 한국 혼자 중국을 상대하면 중국으로부터 형편없는 대우를 받지만, 한국이 미국·일본과 관계가 돈독하면 중국은 한국을 함부로 대하지 못한다. 또 3국 협력은 아시아는 물론이고 글로벌 중추 국가로 도약한다는 윤석열 정부의 국가 전략과도 어울린다. 한국 일각에서는 일본과 관계가 불편해도 손해볼 게 없다는 주장도 있는데, 너무나 잘못된 생각이다. 사실 이전 정부가 안보 협의체 쿼드(Quad)나 인도·태평양 전략에 발언권을 갖지 못했던 이유 중 하나는 일본과의 관계가 나빴기 때문이다. 이에 한국은 홀로 남겨져 중국을 상대해야 했다.
3국 관계가 더 나아지면 기시다 총리는 중국을 상대할 때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대만을 노리는 중국에 대한 억지력도 강화할 수 있다. 한국과의 관계 회복은 기시다가 자신을 아베 전 총리와 차별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
최근 한 미군 고위 관계자가 사석에서 밝힌 대로 지금 안보 환경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이다. 우리는 아시아에서 중국, 러시아, 북한이 하나의 안보 블록이 되는 것을 목도하고 있다. 냉전 이후 보지 못했던 모습이다. 푸틴의 전쟁은 유럽의 평화를 산산조각 냈고 국제 질서를 위협하고 있다. 중국은 2030년까지 핵탄두를 1000개로 대폭 늘리겠다는 계획을 현실화하고 있다. 어느 해보다 더 많은 탄도미사일을 2022년 상반기에 시험 발사한 북한의 핵무기 개발도 멈출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한·미·일 공조가 제기능을 못하거나 한일 관계가 좋지 않은 것은 3국 모두에 결코 이롭지 않고 위험하다.
그렇다면 3국 협력을 어떻게 이행할 수 있을까. 우선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이 클린턴 행정부 시절 발족한 한·미·일 3자 대북정책조정감독회의(TCOG)를 활성화해야 한다. 둘째, 3국은 미사일 방어에 관한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여기에는 정보 공유뿐 아니라 북한이 발사하는 미사일을 추적하고 요격하는 훈련도 포함되어야 한다. 윤석열 정부는 앞서 문재인 정부가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계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중국에 약속한 것을 무효화하고,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GSOMIA)을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
세 번째 협력 분야는 공급망이다. 각 정부는 이를 경제 안보 정책의 우선순위로 삼았다. 한·미·일은 공급망 관련 회담을 열어야 한다. 넷째, 3국은 핵 억제에 대해 보다 협력할 필요가 있다. 한국과 일본은 북한과 중국의 탄도미사일과 핵 위협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미국은 북한의 전술핵에 어떻게 대응할지 검토하는 그룹에 두 동맹국을 참여시킬 필요가 있다. 다섯째, 한·미·일은 방위 현대화 계획과 방위비 지출 우선순위 등을 공유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끝으로, 미국은 일제 징용 배상 문제 해결을 위해 한국과 일본이 나서도록 독려할 필요가 있다. 한국과 일본을 모두 만족시키는 해결책이 나오기 어려운 상황이므로 양국 간 타협이 반드시 필요한 때다. 적대적인 한일 관계는 양국의 국익과는 거리가 먼 정책이다. 한·일 양국이 갈등을 이어가면서도 미국에 기대면 그 간극을 메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크나큰 오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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