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스펙트럼장애 가진 의사·변호사, 자립 도울 수 있는 시스템 준비돼야[김효원의 마음건강 클리닉]

김효원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2022. 7. 8.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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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특별한 변호사 우영우

“자폐스펙트럼장애 환자가 의사가 되어도 괜찮을까?”

2013년 방영된 드라마 <굿닥터>는 이런 의문에서 출발한다. <굿닥터>에는 병원장을 포함한 의사들과 이사진이 모여서 자폐스펙트럼장애가 있는 주인공 박시온을 외과 레지던트로 받아줄지 토론하는 장면이 나온다. 진단검사의학과나 영상의학과처럼 환자를 직접 진료하지 않는 과나 연구를 주로 하는 분야라면 괜찮겠지만, 환자를 직접 진료하고 환자에게 검사 결과를 설명하고 수술실 안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응급 상황에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외과의사로도 괜찮을까?

의료법에서는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호에 따른 정신질환자는 의료인이 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호에는 ‘정신질환자란 망상, 환각, 사고(思考)나 기분의 장애 등으로 인하여 독립적으로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 중대한 제약이 있는 사람을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이 법에 따르면 자폐스펙트럼장애 환자가 의료인이 되는 데 결격사유는 없는 셈이다.

그렇다면 변호사는 어떨까? 최근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라는 드라마에서는 자폐스펙트럼장애를 가진 우영우가 변호사로 일하면서 겪게 되는 여러 가지 에피소드들을 다루고 있다. 변호사는 그 자격요건과 결격사유에 정신적인 문제와 관련된 사항이 아예 없다. 정신적인 문제로 인해서 성년후견이나 한정후견을 받은 경우가 아니라면 변호사로 일할 수 있다. 법적으로 자폐스펙트럼장애가 있어도 변호사로 일하는 데 문제가 전혀 없다는 뜻이다.

자폐스펙트럼장애는 언어적·비언어적 의사소통과 사회성 상호작용의 문제, 제한된 관심, 행동, 활동을 특징으로 하는 질환이다. 자폐스펙트럼장애는 증상의 종류와 범위, 기능이 다양해서 어른이 되었을 때 말을 한마디도 하지 못하는 사람부터 일반인보다 더 뛰어난 기억력이나 시지각 능력을 가진 사람들도 있다.

의과대학이나 법학대학원에 입학을 하고 졸업을 할 수 있는 정도의 인지적 능력을 가지고 있는 자폐스펙트럼장애 환자라면, 의사나 변호사로서 판단하고 결정을 내리는 데 필요한 인지능력에는 특별한 문제가 없을 것이다. 드라마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다른 의사나 변호사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부분을 짚어내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사회적 의사소통과 상호작용의 문제 때문에 환자나 의뢰인과 의사소통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고, 이러한 과정에서 가족과 직장 동료와 같은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할 수도 있다.

2019년에 미국의 변호사 헤일리 모스는 스스로 자폐스펙트럼장애를 가지고 있음을 밝힌 사람들 가운데 최초로 플로리다주 변호사가 되었다. 그녀가 쓴 책들을 보면, 자폐스펙트럼장애를 가진 사람이 학교와 사회에서 독립적으로 생활하는 데 도움을 주는 다양한 시스템을 미국 사회가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물론 헤일리 모스는 아직 미국 사회의 시스템에도 부족한 부분이 많다고 지적한다.

드라마가 아닌 현실에서 외과의사 박시온과 변호사 우영우를 만나려면 우리나라의 학교와 사회에도 자폐스펙트럼장애를 가진 사람이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스템들이 필요하다. 또한 우영우를 ‘이상한 변호사’가 아니라 ‘특별한 변호사’로 바라볼 수 있는 사회 전체의 인식이 필요하다.

김효원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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