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도 안 피운 여성이 폐암? 다른 원인 뭘까

박효순 기자 2022. 7. 8.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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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9629명, 2000년의 3배 육박
피로·스트레스 높고 운동량 적어
일반 환자보다 요리 기름 더 많이 사용
흡연자보다 젊은 나이에 발생
일러스트 | 김상민 기자 yellow@kyunghyang.com

폐암은 전 세계적으로 관련 사망 1위의 암이다. 2019년 국가암등록통계 자료를 보면, 국내에서 폐암은 남성 암 발생률 1위, 여성 암 발생률 5위를 기록했다. 남녀 모두에서 암 사망률 1위였다.

분당서울대병원 흉부외과 김관민 교수는 8일 “기존에 많이 알려졌듯이 폐암의 가장 큰 원인은 흡연”이라며 “폐암으로 인한 사망의 약 80%는 흡연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고 밝혔다. 간접 흡연도 흡연 못지않은 위험성을 갖는다. 다른 주요 원인으로는 라돈, 석면, 중금속(크롬, 카드뮴, 비소 등), 대기오염, 미세먼지 노출 등이 꼽힌다. 김 교수는 “폐암 발병률을 줄이기 위해 금연과 직업 환경 안전수칙 등을 지키면서 증거에 기반한 예방조치를 구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폐암 수술에 흉강경 폐엽절제술을 국내 최초로 도입한 김관민 교수(가운데)가 폐암 흉강경 수술을 진행하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하지만 최근 들어 담배를 피우지 않아도 발생하는 ‘비흡연 폐암’이 늘고 있다. 비흡연 폐암이란 흡연력이 없는 사람에게서 발생한 폐암으로, 전체 폐암의 30%가량을 차지한다. 특히 여성이 남성보다 흡연력이 더 없음에도 폐암으로 진단받는 비흡연 여성 폐암환자들의 수는 매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2000년 3592명의 여성이 폐암을 진단받았으나, 2015년엔 약 두 배인 7252명, 2019년에는 9629명이 진단을 받았다. 같은 기간 동안 19세 이상 여성 흡연율은 6.5%에서 5.9%로 감소했다. 남자의 경우 2015년에는 1만9700명, 2019년에는 2만331명이 폐암 진단을 받았다. 김 교수는 “흡연력이 없음에도 여성 폐암환자들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인 만큼 흡연 외 다른 발생 원인을 찾아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2017년 국내 10개 대학병원에서 비흡연 여성 폐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실행한 설문조사 결과, 육체적 피로와 스트레스가 비폐암 여성(암이 진단되지 않은 여성) 환자들보다 비흡연 여성 폐암 환자들이 월등히 높았으며, 운동량은 낮았다. 비흡연 여성 폐암 환자들이 요리할 때 비폐암 여성 환자들보다 기름을 더 많이 사용하였으며, 주방 내 연기의 농도가 짙었다. 또한 비흡연 여성 폐암 환자들의 가정 내 흡연자(배우자 및 부모) 비율이 더 높았다.

김 교수에 따르면, 비흡연성 여성 폐암은 조직학적으로 비소세포암의 한 종류인 선암이 가장 흔하다. 흡연하는 남자 환자에서 보이는 편평상피세포암이나 소세포암과는 달리 표적항암치료제 등에 잘 반응하는 ‘EGFR 및 ALK’ 유전자 돌연변이가 약 3분의 2에서 발견되기 때문에 치료성적도 비교적 우수하다. 또한 여성에서 폐암은 흡연력 유무에 따라 임상양상이 다르다. 비흡연 여성의 경우 흡연 여성에 비해 무증상인 경우가 많다. 선암의 발생빈도가 더 높고 1기 조기 폐암이 많았으며 EGFR 돌연변이 빈도가 높았다. 김 교수는 “비흡연 폐암은 흡연자의 폐암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는 데, 그중 눈에 띄는 점은 더 젊은 나이에 발생한다는 것”이라며 “남성 폐암 환자는 60대 후반에 발생률이 높고, 여성 폐암의 경우 50대 후반에 주로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폐암은 진단 시 병이 이미 진행되어 발견된 경우가 잦아 치료의 경과와 결과가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적극적인 건강검진 등의 시행으로 무증상으로 우연히 폐결절로 진단되는 조기 폐암 환자들이 증가하고 있다. 김 교수는 “조기 진단되는 경우 수술적 치료로 완치될 수 있으며, 진행된 경우라 하더라도 여러 치료들의 개발로 다학제적 접근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영상검사에서 보이는 폐결절이 모두 폐암을 시사하지는 않으나, 양상과 크기 등에 따라 저선량CT를 이용한 추적관찰이 필요하다. 특히 객혈, 흉부통증, 쉰 목소리, 숨이 찬 증상 등이 동반된다면 반드시 전문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조기폐암의 경우 흉강경을 이용한 최소침습적인 폐절제술로 완치가 가능하다. 진행한 폐암의 경우에도 다학제진료에 따라 수술적 폐절제술을 진행할 수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흉부외과 폐센터의 흉강경 수술 비율은 2012년에는 79%였는데, 2021년에는 97%로 높아졌다. 2015년부터 첨단 의료장비인 3D 흉강경을 이용하여 이전에는 개흉을 할 수밖에 없던 경우에도 흉강경 수술이 가능케 됐다. 흉강경을 이용한 폐암 수술은 절제 범위가 작아서 수술 후 환자가 수술 관련 통증을 덜 느끼며, 회복이 빨라 일상생활로 빠르게 복귀할 수 있으며, 입원 기간도 짧아진다.

박효순 기자 anyto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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