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카 지휘·감독 받는데..'개인사업자'라는 법원
재판부 “종속적 위치에서 노무 제공 안 해” 사용자 손 들어 줘
노동계 “국제사회 흐름에 역행하는 시대 착오적인 판결” 비판
법원이 ‘타다’ 운전기사를 ‘쏘카’ 소속의 노동자로 인정한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 결정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기사들은 타다에 인력을 공급하는 용역업체와 계약을 맺었을 뿐, 타다 측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어 쏘카 소속 노동자로 볼 수 없다는 취지다. 노동력에 대한 플랫폼 업체의 책임을 거의 인정하지 않은 판단으로, ‘플랫폼노동자’의 노동권을 둘러싼 논란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노동계는 “법 밖의 플랫폼노동자 중 일부라도 보호하려는 국제사회의 흐름과 동떨어진 판결”이라며 비판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유환우 부장판사)는 8일 쏘카가 “부당해고 구제 재심 판정을 취소하라”며 중노위를 상대로 낸 소송을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쏘카가 전직 타다 기사 A씨에 대해 사용자의 지위에 있다고 보기 어렵고, A씨가 쏘카에 대한 종속적인 관계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쏘카가 A씨를 지휘·감독한 고용주가 아니라고 본 것이다.
이 사건은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일감을 얻는 플랫폼노동자의 법적 지위에 대한 법원의 첫 판단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플랫폼노동자는 직장인들이 체결하는 ‘근로계약’이 아닌 ‘프리랜서 계약’을 맺고 일해 형식적으로는 ‘개인사업자’로 취급된다. 그러나 실제 일하는 방식을 따져 보면 직장인처럼 기업의 지휘와 통제를 받으며 일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타다 기사로 일하다 용역업체와의 계약이 해지된 A씨가 2019년 서울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내면서 사건이 시작됐다. 지노위는 A씨의 구제신청을 각하했지만 중노위는 ‘A씨가 법상 보호를 받아야 할 노동자이며, 사용자는 쏘카’라고 판정했다. 쏘카 측은 중노위 판정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 쟁점은 쏘카가 A씨의 실질적인 고용주인지, A씨가 쏘카 측의 지휘·감독을 받으며 일했는지 여부였다. 타다 운영사인 ‘VCNC’는 모회사인 쏘카 소유의 차량을 빌려, 용역업체와 계약을 맺은 기사들을 공급받아 차량 공유 서비스를 운영했다. 당초 중노위는 쏘카가 타다 기사들의 근무시간과 임금 산정방법 등을 결정한 점, 타다 서비스의 대행업체 격인 VCNC가 용역업체의 기사 모집 과정에 관여한 점, 타다 측이 기사들의 복장 등 복무규칙을 정하고 기사들의 출퇴근 및 운행시간을 통제한 점, 기사의 지시 위반 시 계약해지가 가능한 점 등을 들어 ‘A씨는 쏘카 소속 노동자’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쏘카와의 사이에는 아무런 직접적인 계약관계가 없다”며 A씨의 사용자는 쏘카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타다 앱을 통해 기사들의 노무관리가 일정 부분 이뤄졌음을 인정하면서도 타다 측의 지휘감독은 없었다고 보았다. 재판부는 “VCNC가 타다 앱이라는 플랫폼을 이용해 드라이버의 출퇴근, 콜 미수락 등 근태 정보를 관리하였으나, 이는 플랫폼에 기반한 타다 서비스의 성격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복장 가이드, 필수 서비스 응대어, 고객이 원치 않는 대화 금지 등 각종 준수사항은 타다 서비스의 이미지를 제공하고 서비스 품질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노동계는 반발했다. 타다 드라이버 비상대책위원회 등은 성명을 통해 “법률상 근로자 판단 기준이 아닌 플랫폼 기업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내린 판결로 볼 수밖에 없다”며 “플랫폼노동자들을 노동법으로 보호하는 세계적 추세에도 역행하는 시대착오적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이효상·박용필 기자 h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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