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역명, 금융사들이 독차지
오는 9월 말부터 서울 지하철 5호선 여의도역이 ‘여의도(신한금융투자)’로 적힌다. 지하철을 타면 안내 방송에서도 “여의도, 신한금융투자역”이라고 나올 예정이다. 또 9월부터 4호선 명동역은 ‘명동(우리금융타운)’으로, 10월부터 2호선 을지로입구역은 ‘을지로입구(하나은행)’이 된다.
은행·증권사 등 금융회사가 최근 잇따라 수억원을 내면서 서울 도심 지하철역 이름을 차지하고 있어 화제다. 서울교통공사가 서울 지하철역에 법인명 등을 함께 쓰게 해주는 ‘역명 병기’ 사업을 하면서다. 입찰을 해서 더 높은 가격을 써내는 쪽에 회사 이름을 쓸 수 있는 권리를 판다. 노선도나 승강장, 역 출입구 등에 역 이름과 권리를 산 회사 이름을 같이 써주고 안내 방송에도 포함시켜 준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 7일 3억5000만원에,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지난 6월 28일 각각 6억5466만원과 8억원에 향후 3년간 이름을 넣을 권리를 따냈다. 지난 2월에도 신한카드가 2·3호선 을지로 3가역에 이름을 올렸다. 당시 8억7400만원을 냈다.
금융회사나 서울교통공사는 ‘윈윈’이라고 주장한다.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홍보 효과를 얻고, 작년 1조원 가까운 적자를 낸 교통공사는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지난 5월 한 달간 여의도역을 지나친 유동인구가 350만명 가까이 되어 홍보 효과가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금융회사 간 ‘자존심 싸움’에 과잉경쟁이 벌어진다는 반응도 나온다. 예컨대 을지로입구역의 경우 기업은행이 2016년에 낙찰을 받고 2019년 계약을 연장해 최근 6년 간 역에 이름을 올렸지만, 이번에는 하나은행이 기업은행과의 경쟁에서 이겼다. 2019년 기업은행의 재계약 가격은 4억3000만원이었는데 하나은행은 이번에 약 2배인 8억원을 써냈다.
이런 점 때문에 지하철이 공공 자산인 만큼 단순 최고가 입찰 대신 지역의 특성이나 서울의 문화 등을 반영하게 해서 공공성을 지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미국의 경우 공공시설에 기업 이름을 넣기 위해선 그 지역에 큰 기여를 해야 한다”며 “지하철역이 있는 지역을 대표한다고 보기 어려운 금융사들이 최고가를 썼다고 해서 역명을 독차지하는 모습이 좋게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공공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에 대해선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며 “역명 병기 판매 심의 기준을 두는 등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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