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징계 후 "쿠데타"..한밤 권성동 "단합" 호소..대혼돈
2시45분 윤리위 중징계 발표, 5시간 뒤 이준석 불복 선언
당 국·실장들 모여 징계 효력 논의…장외서도 ‘갑론을박’
권성동, 직무대행 체제 발효 선언…최고위 소집 ‘징계 추인’
집권여당 대표 징계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8일 국민의힘은 하루 종일 혼란 그 자체였다. 이준석 대표는 이날 오전 8시 KBS 라디오에 출연해 징계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다.
이양희 윤리위원장이 오전 2시45분쯤 이 대표 징계 결정을 발표한 지 5시간여 만이다. 이 대표가 라디오에 출연해 징계 불복을 언급한 시각 국민의힘 실·국장들은 원내대표실에 모여 징계 효력이 즉각 발생한 것으로 봐야 하는지, 후속 당 운영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논의했다. 한 당직자는 “사상 초유의 일이라 전례가 의미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아침부터 라디오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윤리위의 쿠데타”(김용태 최고위원), “중진들이 나서야 한다”(홍준표 대구시장) 등 갑론을박이 쏟아졌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오전 9시 원내대책회의를 열어 국민들에게 이번 사태에 대해 사과했다. 당내 의원들을 향해서는 “거친 표현과 익명 인터뷰를 하지 말라”고 입단속을 했다. 비슷한 시각 윤석열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 출근하며 사흘 만에 이뤄진 ‘도어스테핑’(출근길 약식 질의응답)에서 “당원으로서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 “대통령으로서 당무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밝히며 이번 사태에 거리 두기를 했다.
그사이 원내대책회의를 마치고 나온 권 원내대표는 당직자들의 당규 해석에 따라 이 대표 징계가 효력을 발휘했고, 원내대표 직무대행 체제로 전환됐다고 밝혔다. 이 대표 측에선 당대표 권한으로 징계 처분을 보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직 징계 효력이 발휘되지 않았다는 주장이었다. 양측 입장이 충돌을 빚으면서 당 내부에서 혼선이 발생했다.
대표 직무대행이라고 선언한 권성동 원내대표실에는 이진복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 등 대통령실 주요 인사와 의원들이 바쁘게 오갔다. 오전 10시30분쯤 원내대표실을 방문하고 나온 이 수석은 기자들에게 “이 대표 건 때문에 온 것은 아니다”라며 “(권 원내대표와) 윤리위 결정하고 절차들이 어떻게 되느냐는 정도 얘기하고 말았다”고 말했다. 향후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접촉 가능성에 대해선 “알 수 없다”고 답변을 피했다.
비슷한 시각 이 대표는 언론 인터뷰 등 일정을 전면 취소했다. 향후 대응방안에 대해 장고에 들어갔고, 곧 권 원내대표를 만날 것이란 소식이 들렸다. 두 사람이 만나 어떤 대화를 나눌지 관심이 쏠렸다. 권 원내대표의 입단속이 통했는지 친윤석열계를 비롯한 의원들의 공개 발언은 거의 나오지 않았다.
권 원내대표는 오후 3시 최고위원들을 소집해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비공개 간담회를 열었다. 조수진·김용태·정미경 최고위원과 성일종 정책위의장, 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 등 원내지도부가 모였다. 권 원내대표는 간담회 후 “다음주 월요일(11일) 최고위원회의를 개최하겠다”며 “(이 대표의) 당원권 정지 효력이 이미 발생했기 때문에, 당대표 직무대행인 제가 회의를 주재한다”고 말했다.
윤리위원회의 이 대표 징계 결정을 추인하고, 자신의 직무대행 체제 출범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성격의 자리였다.
권 원내대표는 또 “우리 모두가 힘을 합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는 오후 9시쯤 TV조선에 출연해 당의 단합을 호소했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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