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비위 증거인멸 지시' 판단..당에 대한 공로·내홍 고려 징계 수위 조절

유설희 기자 2022. 7. 8.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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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원권 정지 6개월 중징계 왜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가 8일 이준석 대표에게 ‘당원권 정지 6개월’ 중징계를 내린 데에는 이 대표가 자신의 성비위 의혹 증거인멸에 대해 알고, 측근인 김철근 당대표실 정무실장에게 증거인멸을 지시했을 것이란 판단이 작용했다. 김 실장은 당원권 정지 2년 징계를 받았다.

이 대표와 김 실장의 징계 사유는 이 대표의 성비위 의혹 형사사건(알선수재 등 혐의로 경찰 수사 중)에 대한 증거인멸을 공모해서 당원의 품위 유지 의무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윤리위는 이 대표의 성비위 의혹 자체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았다. 김 실장은 이 대표에게 성접대한 것으로 지목된 김성진 아이카이스트 대표 측 장모 이사를 이 대표 지시로 지난 1월10일 대전에서 만나 ‘성비위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라는 취지의 사실확인서를 받고, 그 대가로 한 피부과 병원에 7억원의 투자 유치를 약속하는 각서를 썼다는 의혹을 받았다.

핵심 쟁점은 이 대표가 김 실장에게 각서 작성을 지시했는지 여부였다. 김 실장은 “이 대표와 무관하게 작성한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이 대표도 전날 윤리위 회의에 출석해 “(이러한 사실을)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윤리위는 “이 대표의 소명은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윤리위는 그 근거로 이들의 관계와 녹취록, 7억원이 거액인 점 등을 들었다. 윤리위는 보도자료에서 “당대표와 김 실장 간 업무상 지휘관계, 관련자들의 소명 내용과 녹취록, 정무실장 지위에 있는 김철근이 본인의 일이 아님에도 7억원이라는 거액의 투자 유치 약속 증서의 작성을 단독으로 결정했다고 믿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당대표와 대표 정무실장이 지시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고, 수행 결과를 보고받는 상하관계이고, 이 대표와 관계없이 김 실장이 7억원 투자를 독단적으로 결정했다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이다.

징계 수위는 왜 이 대표보다 김 실장이 더 높을까. 통상적으로 상급자가 위법·부당한 지시를 하급자에게 내려서 형사처벌이 이뤄질 경우 상급자가 더 엄한 처벌을 받거나, 적어도 비슷한 수준의 처벌을 받는다.

윤리위는 “이 대표의 당에 대한 기여와 공로 등을 참작해 결정했다”고 밝혔다. 당대표로서 대선과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 공 등을 감안했다는 것이다.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윤리위원들은 김 실장에 대해 당초 ‘당원권 정지 3년’ 처분에 의견 일치를 봤다고 한다. 당원권 정지는 최소 1개월부터 최대 3년까지 가능한데, 당원권 정지 중 가장 강한 처분이다. 윤리위원들은 이 대표의 당 기여도를 참작해 이 대표 징계 수위를 6개월로 정했고, 형평성을 감안해 김 실장 징계 수위도 2년으로 낮췄다고 한다.

윤리위원들은 형사사건 증거인멸교사라는 징계 사유에 비해 3개월은 너무 가볍다고 판단했다. 2019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시절 김순례 최고위원은 5·18민주화운동 유공자를 “괴물 집단”이라고 말해 3개월 당원권 정지 징계를 받았다.

정치권에선 윤리위가 징계 수위에서 정무적인 판단을 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경고나 당원권 정지 1개월·3개월 등 낮은 수위의 징계를 하면 이 대표가 대표직에서 물러나지 않고 징계 종료 후 복귀를 타진하면서 윤리위 결정에 반발하는 극한 투쟁을 이어갈 수 있다. 그렇다고 이 대표의 잔여 임기인 1년을 꽉 채워 당원권 정지 처분을 내리면 법원에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라고 판단해 효력정지 가처분을 인용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윤리위가 징계 결정으로 인한 당의 내홍을 가급적 줄이는 방향으로 고민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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