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대행서 비대위 체제 전환 땐 내년 상반기 전대 '무게'
이준석 대표 사퇴 없인 전대 불가
비대위 출범 땐 최고위원회 해산
이 대표 징계 끝나도 복귀 못해
당내선 ‘권 대행이 안정적’ 판단
사상 초유의 당대표 당원권 정지 사태에 맞닥뜨린 국민의힘은 8일 일단 권성동 원내대표의 당대표 직무대행 체제로 전환했다. 국민의힘은 향후 이준석 대표가 자진사퇴를 하느냐, 권 원내대표가 당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느냐에 따라 진로가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가 법원에 징계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해서 받아들여진다면 그 역시 큰 변수가 된다. 당내에는 권 원내대표 대행이나 비대위 체제 후 내년 상반기 전당대회 개최 등 시나리오도 거론되고 있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에 대한 당 윤리위원회의 징계 결정과 관련해 “징계 의결 즉시 효력이 발생해 당대표 권한이 정지되고 원내대표가 직무대행을 하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밝혔다. 이 대표의 ‘궐위’ 상태라면 권 원내대표가 당대표 권한대행이 되는데, 당내 논의 결과 지금은 당대표 업무가 6개월 정지되는 ‘사고’여서 직무대행 체제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징계 의결에 따른 처분을 당대표가 한다’는 윤리위 규정 23조에 따라 “징계 처분을 보류하겠다”고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주장했다. 하지만 당에선 윤리위 의결 즉시 효력이 발생하고 이 규정에서의 ‘처분’은 효력 발생 후 후속 조치를 의미한다고 봤다. 그런데도 논란이 이어지자 권 원내대표는 오후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혼란을 조기 수습하자는 동의를 받고 오는 11일 최고위 개최를 결정했다. 대표 직무대행으로서 최고위원들의 추인을 받은 셈이다.
이 대표의 재심 청구 가능성도 거론된다. 하지만 재심을 청구해도 징계 효력은 중단되지 않는다. 윤리위가 이 대표에게 소명 기회를 주는 등 외관상 절차를 지켰고, 재심도 같은 윤리위가 진행하기 때문에 청구가 받아들여지기 힘들다는 분석이 많다.
이 대표에게 남은 수단은 법원에 징계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소송을 제기하면서 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징계 효력을 멈춰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함께하는 것이다. 법원이 가처분을 인용하면 이 대표는 일단 당대표로 복귀할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문재인 정부에서 검찰총장을 하면서 정직 2개월의 징계를 받았을 때 가처분과 징계 취소 본안 소송에서 모두 이겨 복귀한 바 있다.
당장 국민의힘 진로의 최대 분기점은 이 대표의 사퇴 여부다. 이 대표는 이번 주말 동안 심사숙고해 거취 및 대응 방안을 결정하기로 했다. 이 대표가 사퇴하면 대표 ‘궐위’ 상태가 돼 권성동 직무대행이 권한대행으로 바뀌고, 전당대회를 열 수 있게 된다. 국민의힘 당헌에는 궐위된 당대표 임기가 6개월 이상 남았을 때 남은 임기를 수행하는 당대표를 뽑는 임시 전당대회를 열게 돼 있다. 이 대표의 임기는 내년 6월까지다. 당헌을 바꿔 임기 2년의 새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를 열 수도 있다. 당권주자로는 김기현·안철수 의원 등이 거론된다.
이 대표가 사퇴하지 않고 버티면 궐위가 아닌 사고 상태라 전당대회를 열 수 없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직무대행 자격으로 당헌을 바꾸긴 부담스럽고, 권 원내대표 자신이 대표직을 수행하는데 굳이 다른 당대표를 세우려고 무리할 이유도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사퇴 여부와 관계없이 권 원내대표가 당이 비상상황임을 선포하고 비대위를 꾸릴 수도 있다. 국민의힘 당직자는 “비대위가 출범하면 기존 최고위원회가 해산하기 때문에 징계 기간이 끝나도 이 대표가 돌아오는 길은 막힌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당내에선 권 원내대표 대행이나 비대위 체제로 가다가 이 대표 임기가 6개월 내로 남는 내년 상반기에 전당대회를 여는 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올해 정기국회가 열리기 전 논란 속에서 촉박하게 당대표를 선출할 필요가 없고, 당헌 개정 없이도 2024년 총선 공천권을 쥐는 당대표를 선출할 수 있다. 당내에선 당분간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인 권 원내대표가 당권을 쥐고 있는 상황이 권 원내대표 자신에게도 좋고, 당내 세력과 대통령실에도 안정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미덥·유설희·조문희 기자 zor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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