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설 2분 만에 두 발의 총성..용의자, 아베 등 뒤를 노렸다
대낮 유세 현장 지켜보던 시민들 실신도
아베 신조(安倍晋三·68) 전 일본 총리 피습 사망 사건은 대낮에 진행된 선거 유세 도중 발생한 것이라 일본 사회의 충격이 컸다. 둔탁한 총성과 함께 아베 전 총리가 피를 흘리며 쓰러지는 모습은 청중들에게 그대로 노출됐으며 실신하는 이들이 나오는 등 현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사건은 8일 오전 11시30분쯤 아베 전 총리가 나라현 나라시의 야마토사이다이 지역 근처 거리에서 청중들을 향해 연설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그는 이날 참의원 선거에 나온 자민당 후보들을 지원하기 위해 유세를 하고 있었다.
그가 연설을 시작한 지 불과 1~2분 만에 현장에서는 흰색 연기와 함께 총성이 두 차례 울려 퍼졌다. 그리고 아베 전 총리는 목과 가슴에서 피를 흘리며 바닥에 쓰러졌다. 현장에 있던 한 20대 남성은 “폭죽 같은 큰 소리가 울렸고 그 뒤 아베 전 총리가 쓰러졌다”고 전했다. 당시 유세장에는 경호원들이 있었으나 전직 해상자위대 장교인 야마가미 데쓰야(41)는 아베 전 총리의 등 뒤에서 접근해 정확한 총격을 가할 수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50대 여성은 산케이신문에 “범인은 (아베 전 총리의) 3~4m 정도 뒤에서 갑자기 총을 쐈다”며 “총을 쏘는 순간에도 뭐라고 소리치거나 말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반면 아베 전 총리 근처에 있던 자민당 관계자는 “(범인은) 10m 정도 떨어져 총을 쐈다”며 “눈앞에서 일어난 일로 믿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야마가미가 특이한 형태의 총을 사용했고, 카메라를 촬영하는 듯한 자세를 취하고 있었기에 경호원들의 경계를 피할 수 있었다는 분석도 내놨다. 그는 이날 2개의 쇠파이프를 검은색 비닐 테이프로 묶은 수제 총을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경찰은 사건 초기 권총인지 산탄총인지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아베 전 총리가 쓰러진 뒤 현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당시 유세장에는 30여명의 청중이 있었으며 눈앞에 벌어진 참사에 비명을 지르거나 실신하는 이들이 발생하기도 했다. 아베 전 총리는 셔츠에 피가 묻은 채 도로에 누워 있었으며 근처에 있는 보좌진은 시급히 응급처치를 했다.
아베 전 총리는 구급차로 이송하는 초기 단계에는 의식이 있었고 말을 걸면 반응하기도 했으나, 이후 의식을 잃고 심폐정지 상태에 빠졌다. 구조요원들은 그를 푸른 시트로 가린 상태로 구급용 헬기에 옮겨싣고 나라현립의과대학 부속병원으로 이송했다.
아베 전 총리는 심폐정지 상태로 낮 12시20분쯤 병원 응급실로 옮겨졌다. NHK는 소방청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그의 우측 경부(목)에 총상으로 인한 출혈이 있으며, 왼쪽 가슴 피하 출혈도 있다고 설명했다. 의료진 설명에 따르면 총탄 두 발이 그의 오른쪽 목 부위로 입사되었으며 왼쪽 어깨에 한 발이 빠져나간 상처가 있었다. 다른 한 발은 심장까지 간 것으로 보이며 파편은 발견하지 못했다.
의료진은 출혈점을 찾기 위해 외과 수술을 진행했지만 성과가 없었다. 응급실에서 20명의 의료진이 매달렸으며 혈액 100봉지를 수혈했다. 성인 10명분에 가까운 피가 수혈된 셈이다. 하지만 아베 전 총리는 결국 과다 출혈로 오후 5시3분에 사망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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