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카메라] 악취 속 쓰레기 뒤지는 이들.."찾았다, 버려진 양심"
이렇게 푹푹 찌는 날에는 내 집에 있는 내 쓰레기봉투도 열어보기가 싫죠. 그런데 남이 버린 더럽고 냄새나는 쓰레기봉투를 일일이 열어보고, 추적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별생각 없이, 혹은 알면서도 마구 섞어서 버리는 사람들 때문입니다.
폐기물 단속팀의 하루, 이희령 기자가 함께했습니다.
[기자]
이곳은 서울 종로구 충신동의 한 주택가입니다.
주택가는 저녁 7시부터 9시까지 쓰레기를 배출하게 돼 있는데, 지금 이 골목 입구에 벌써 쓰레기가 많습니다.
모두 무단 투기입니다. 그리고 종량제 봉투가 아닌 일반 봉투에 담은 것들도 보이는데요.
이 쓰레기들의 정체, 오늘 무단투기 단속반을 함께 따라다니면서 추적해 보겠습니다.
종량제 봉투에 고추장 양념과 옥수수 알갱이, 바나나 껍질이 들어 있습니다.
먹다 남은 사과도 비닐봉투에 담겨 있습니다.
지독한 냄새가 풍깁니다. 모두 불법 투기입니다.
봉투에서 흘러나와 말라버린 갈치엔 파리들이 몰려들고 있습니다.
[김재덕/종로구청 폐기물단속팀장 : (냄새가 바로 올라오네요.) 바로 올라오죠. 지금 여름철이다 보니까.]
봉투를 하나하나 열어봅니다.
[김동엽/종로구청 폐기물단속팀 주무관 : (일일이 이렇게 다 열어보셔야 하는 거예요?) 네, 증거로 나올 때까지 합니다. (안 나오면 적발을 할 수가 없는 거예요?) 네, 그렇습니다. 방법이 없습니다.]
쓰레기 속에서 운 좋게 택배 송장이 나옵니다.
송장에 적힌 주소로 찾아가 봤습니다.
[최환추/종로구청 폐기물단속팀 주무관 : 301호가 여기 호수는 없는데 이게 3층 같네요. 문 두드려 볼게요.]
집에 사람이 없어 명함과 안내문을 남깁니다.
[최환추/종로구청 폐기물단속팀 주무관 : (퇴근 후에) 전화 연락이 안 오면, 내가 저녁에 와서 또 두들겨봐야 해요.]
하루에도 몇 번씩 단서를 찾아 맞춰보고, 집을 방문합니다.
공용 현관만 잠겨 있어도 들어가지 못합니다.
[김재덕/종로구청 폐기물단속팀장 : 못 들어간다고. 또 와야죠.]
단속팀을 힘들게 하는 건 또 있습니다.
서울 혜화동의 한 골목에 놓여진 종량제 봉투에선 먹다 남은 밥과 복숭아가 나옵니다.
퉁퉁 불어버린 면 요리도 음식물 쓰레기봉투가 아닌 일반 봉투에 그대로 버렸습니다.
[김동엽/종로구청 폐기물단속팀 주무관 : 음식물을 이렇게 버리는 게 저희가 단속하기 너무 어렵습니다. 채증해도 (증거가) 나오지도 않고요.]
다짜고짜 화부터 내는 주민도 있습니다.
[쓰레기 불법 투기 주민 : 카메라 왜 찍냐고! 내가 무슨 큰 죄졌어, 찍게? 뭐 인적사항을 해. 동의 안 해. 내가 종량제에 버린 거지 무슨 다른 봉투에 버린 것도 아니잖아요. 생선을 먹고 나서 벌레가 나와서 버린 것뿐인데 그걸 과태료 물린다고 하니까 신경질 나잖아. (생선살도 음식물이잖아요.)]
단속 중 누군가 쓰레기봉투를 두고 갑니다.
뒤쫓아 가보니 유학생,
[외국인 유학생 : (이 보라색 봉투에는 음식물을 넣으시면 안 되거든요.) 이해할 수 없어요.]
말이 안 통해 어렵습니다.
[외국인 유학생 : 이렇게 버려도 되는 줄 알았어요. 한국에 온 지 얼마 안 돼서 몰랐어요.]
올바른 배출 방법을 알려주고 마무리합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생활 쓰레기는 종량제 봉투에 넣고, 음식물이나 재활용품은 따로 분리해 자기 집 앞에 버려야 합니다.
어길 경우 과태료 20만 원을 낼 수 있습니다.
[김재덕/종로구청 폐기물단속팀장 : 다수가 '나 하나쯤이야' 이렇게 쉽게 생각하거든요. 그러니까 이 세상이 안 바뀌는 거 같아요. 나 하나쯤이 아닌, 남이 하기 전에 내가 먼저 하면 어떨까.]
어제 치웠던 곳엔 다른 쓰레기가 새로 쌓였습니다.
누군가 이렇게 생각 없이 버린 쓰레기, 누군가는 악취를 견디며 하나하나 열어서 확인합니다.
쓰레기와 함께 자신의 양심까지 버리는 일, 더 이상 있어선 안 될 겁니다.
밀착카메라 이희령입니다.
(VJ : 김원섭 / 영상그래픽 : 한영주 / 인턴기자 : 성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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