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쿨존 신호 무시한 굴착기에..길 건너던 초등생 '참변'
어제(7일) 학교 앞 횡단보도를 건너던 초등학생 두 명이 굴착기에 치여 한 명이 숨졌습니다. 저희가 현장을 살펴보니 여기저기에 '어린이보호구역'이라고 적혀있었지만, 신호를 어기고 달리는 굴착기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습니다.
이승환 기자입니다.
[기자]
할 수 있는 건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는 것 뿐입니다.
과자와 인형, 국화꽃까지 세상을 떠난 아이를 생각하는 마음을 차곡차곡 놓았습니다.
어제 오후, 달리던 굴착기에 치여 숨진 10살 A양을 추모하는 공간입니다.
[댄나파/학부모 : 마음 너무 아파요. 같은 반인지 어제는 몰랐어요. 저희도 집에서 또 울고 그래서 나왔어요.]
아이는 그저 배운 대로 했을 뿐입니다.
녹색 신호등이 켜지자 횡단보도를 건넜습니다.
잘못한 건 어른이었습니다.
굴착기는 빨간색 정지신호를 무시하고 주행한 걸로 확인됐습니다.
방심하고 앞을 제대로 보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굴착기 운전자는 이 길을 따라 내려간 뒤 사고를 냈습니다.
바닥 표시나 길가 구조물을 보시면 이곳이 어린이보호구역이라는 걸 쉽게 알 수 있는데요.
심지어 내리막길인데도 속도를 줄이지 않고 내달렸습니다.
26초밖에 안 되는 짧은 보행 신호도 문제입니다.
아이들 보폭으로 제때 길을 건너려면 서두를 수밖에 없는 겁니다.
[이정금/아동안전지킴이 : 신호등이 나와서 깜빡깜빡 두 번 하길래 내가 건너려고 하는데 그냥 차가 저기서 뭐 쏜살로 오니까…]
운전자는 사고를 내고도 3km 정도를 더 달린 뒤에야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사고가 난 줄 몰랐다'고 진술했습니다.
사고를 낸 굴착기입니다. 바퀴가 어린이 키만 합니다.
운전석 위치를 보시면 사각지대가 많을 수밖에 없어서 운전할 때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스쿨존 사망 사고지만, '민식이법'은 적용하지 않았습니다.
굴착기가 도로교통법에 규정된 자동차와 건설기계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정경일/변호사 : 건설기계에 대해서도 포함될 수 있도록 입법을 보완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어른들이 해야 할 일을 조금씩 손 놓은 사이 많은 아이들이 다치고 숨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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