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사퇴 안해" 권성동 "즉시 직무대행" 충돌

이준석 '당원권 정지 6개월' 후폭풍
이 "징계 보류" 버티기 돌입
권 "윤리위 의결 즉시 효력"
당 안팎 사퇴 압박도 거세질듯
윤대통령 "안타깝다" 수습 방점
이준석쪽은 "윤리위의 쿠데타"

중앙윤리위원회에 출석해 성 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에 대해 소명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8일 국회를 나서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직무권한이 8일 새벽 당 중앙윤리위원회의 ‘당원권 6개월 정지’ 의결과 함께 정지됐다. 지난해 6·11 전당대회에서 36살 젊은 나이에 제1야당의 당수로 등극한 지 393일 만이다. 정권교체를 열망한 보수 지지층의 전략적 선택으로 그는 한국 정치사의 새 역사를 썼고 대선과 지방선거 연승을 이끌었지만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과 불화 끝에 성접대 및 증거인멸 의혹에 발목이 잡혔다. ‘이준석 없는’ 국민의힘의 세력 구도는 친윤석열계를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될 전망이다.

친윤계의 핵심인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윤리위원회 징계 의결 즉시 효력이 발생해 당대표 권한이 정지되고 원내대표가 직무대행을 하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앞서 이 대표는 <한국방송>(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징계 결과 처분권은 당대표에게 있다. 납득할 만한 상황이 아니면 징계 처분을 보류하겠다”고 했지만 권 원내대표는 이를 일축한 것이다. 윤리위 당규에선 ‘위원회의 징계 의결에 따른 처분은 당대표 또는 그 위임을 받은 주요 당직자가 실행한다’고 돼 있지만 이를 근거로 이 대표가 징계 실행을 보류하면 ‘셀프 사면’이 되기 때문에 이것도 명분이 없다.

또 이 대표는 “당대표에서 물러날 생각이 없다”며 당에 재심을 청구하고 법원에 징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페이스북에는 “한달에 당비 1000원 납부약정하면 3개월 뒤 책임당원이 돼 국민의힘의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다”며 입당 링크도 공유했다. 여론전을 통한 지지층 결집에 나선 것이다. 친이준석계 인사들도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윤리위가 쿠데타를 일으켰다. 반란군을 토벌해야 한다”(김용태 최고위원), “이 대표가 (증거인멸에) 관여했다는 구체적이고 명확한 증거가 없다”(천하람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며 측면 지원에 나섰다.

이 대표는 당원권이 살아나는 6개월 뒤 당대표로 복귀할 수 있지만, 윤리위 징계로 리더십에 큰 타격을 받은 만큼 사퇴 압박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그동안 ‘이 대표 징계에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조해진 의원도 이날 <와이티엔>(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징계 수위는 대표 그만두라는 수준”이라며 “이 대표가 본인이 억울하다고 생각하더라도 ‘어떤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지 않겠는가’라고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당원의 한 사람으로 안타깝다. 의원들과 당원들이 힘을 합쳐서 어려움을 조속히 극복해나갈 것을 기대하고 있다”며 ‘수습’에 방점을 맞췄다. 이날 국회를 찾아 권성동 원내대표를 만난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수습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의원들도 오는 11일 의원총회에서 ‘이준석 징계 이후’ 차기 지도부 구성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같은 날 초선 의원들도 모여 이 대표 거취 문제 등에 뜻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의 한 초선 의원은 “원내대표의 직무대행 체제가 6개월 동안 이어지는 건 너무 길고, 조기 전당대회 얘기가 필연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의 재선 의원은 “이번 징계로 이준석 대표의 말은 힘을 잃게 됐다. 이 대표가 징계를 받아들이고 안 받아들이고는 별로 중요하지 않게 된 상황”이라고 짚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김해정 기자 se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