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족 성범죄 심층 탐사 4편] 대학 다니다 퇴소.."기댈 곳 없어 막막해요"
[EBS 뉴스]
친족 성범죄 피해자들은 피해 사실을 드러내는 순간 가족과 단절되는 상황을 감수해야 합니다.
시설의 보호를 받을 수는 있지만, 길어야 스물한 살까지입니다.
그 이후엔 그야말로 세상에 내던져지는 셈인데, 아픈 마음을 추스를 새도 없이, 당장 생활고부터 걱정해야 합니다.
박광주 기자입니다.
[리포트]
친아버지의 성폭력에 시달리던 하늘 씨는 3년 동안 친족 성폭력 피해자 보호쉼터에서 지냈습니다.
하지만 21살, 대학 2학년이 되면서, 시설을 떠나야 했습니다.
당장 살 곳부터가 문제였습니다.
인터뷰: 하늘 (가명) / 친족 성폭력 피해자 보호쉼터 퇴소
"수급비로는 이게 충당이 안 되거든요. 그래서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면서 내가 졸업까지 다 잘할 수 있을까, 이런 게 막막했죠. 친구들 같은 경우에는 거의 학업을 포기하고 다 알바로 계속 해서 충당하고…."
가족에게 성폭력을 당한, 피해 아동이 갈 수 있는 쉼터는 크게 두 가집니다.
일반적인 성폭력 피해자를 보호하는 쉼터는 짧게는 1년, 최대 2년 6개월을 머물 수 있습니다.
친족 성폭력에 특화된 쉼터는 피해자의 어린 나이를 고려해, 19세까지 있을 수 있고, 2년을 더 연장할 수 있습니다.
시설을 떠날 때 주는 자립지원금은 단 500만 원.
그나마 18~19세 사이에 쉼터에 있어야 하는 등 자격 조건을 맞춰야 합니다.
인터뷰: 조은희 원장 / 성폭력 피해자 보호쉼터 '열림터'
"10명 중에 1명도 잘 안 될 거예요. 그 정도로 퇴소 자립 지원금을 받을 수도 없고 또 퇴소 자립 지원금 500만 원이라고 해도 나가면 사실은 보증금도 안 되는 상황이잖아요."
친족 성범죄 피해 아동에 대한 자립 지원은 청소년 시설 퇴소자들을 지원하는 다른 정책과 비교해도 아쉽습니다.
예를 들어, 보건복지부가 지원하는 '자립 준비 청년'은 보육원과 위탁가정에서 만 24세까지 머무를 수 있고, 시설을 퇴소하면 최대 5년 동안 매달 30만 원을 지원합니다.
가정에서 가출하는 등 위기 청소년들이 머무는 '청소년 쉼터' 퇴소자들에게도 지난해 자립 수당이 신설돼, 최대 3년, 매달 30만 원을 지원합니다.
인터뷰: 이영아 소장 / 대전 친족 성폭력 피해 아동·청소년 보호쉼터
"안 주고 싶어서 안 주는 게 아니고 어떻게 보면 제도가 그렇게 만들었고 그러니까 애들한테 미안하죠. (자립 수당을) 꾸준히 받을 수 있는데 우리 친족 쉼터를 졸업한 아이들은 자립 지원금 500만 원에 모든 걸 다 해결해야 하니까…."
가족과 분리돼 홀로 서야 하는 친족 성범죄 피해자들.
사회적 고립을 막기 위한 현실적인 안전망이 시급합니다.
EBS 뉴스 박광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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