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족 성범죄 심층 탐사 3편] [단독] 45% 극단 선택 '충동'..특화 쉼터는 단 네 곳
[EBS 뉴스]
친족 성범죄 피해 아동의 현실을 살펴보는 연속 보도 이어갑니다.
어렵게 가해자에게 벗어난 아이들은 정부가 운영하는 쉼터로 가게 됩니다.
오랜 기간 은밀하게 반복되는 범행 특성상 피해가 심각한데, 보호 체계는 열악합니다.
진태희 기자입니다.
[리포트]
경북의 한 친족 성폭력 피해자 보호 쉼터.
가족에게 성폭력을 당했던, 어린이와 청소년 11명이 머무르고 있습니다.
인터뷰: 친족 성폭력 피해자 A양 / 쉼터 거주 고3
"자아존중감 말고도 불안이나 우울이나 그리고 차 한 대 있어도 그 차가, 내가 그 전에 집에 있었던 차가 비슷해서 생각나는 경우도 있었고…."
인터뷰: 친족 성폭력 피해자 B양 / 쉼터 거주 고3
"처음 보는 사람이거나 내가 이 상황 자체가 낯설다 그러면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는 것 같아요."
지난해 경찰에 신고된 친족 성폭력 피해자 가운데 41%는 15세 이하입니다.
어려서부터 장기간 범행에 노출된 사례가 많아, 정신적 후유증이 심각합니다.
인터뷰: 신의진 교수 / 연세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가족들이 대부분 쉬쉬하라고 하거나 오히려 이 아이를 비난하기 때문에 지지가 없는 거예요. 자아 손상감이 크고 병이 너무 심한 게 제일 큰 특징이라 자살·자해 시도가 굉장히 많아요. 자기를 없애버리고 싶은 거죠."
실제, 10년 동안 한 친족 성폭력 피해자 보호 쉼터에 머문 아동들을 추적 조사해봤더니, 10명 가운데 8명이 불안과 분노에 시달렸고, 절반 가까이는 자살이나 자해 충동을 경험했습니다.
전문적인 보호와 치유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인터뷰: 심정애 소장 / 경기 친족 성폭력 피해 아동·청소년 보호쉼터
"전문가 선생님들 오셔서 개별 상담도 하고 또 이제 집단 상담도 하고 생활과 관련된 프로그램, 취미 프로그램, 자격증을 취득해서 취업에 도움이 될 만한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친족 성폭력 피해 아동을 위해 꾸려진 쉼터는 경기와 대전, 경북, 경남 등 전국에 단 네 곳뿐입니다.
전체 정원도 66명으로 최근 5년 동안 경찰청에 신고된 친족 성폭력 연평균 피해 건수, 782건과 차이가 큽니다.
쉼터가 없는 지역에선 최장 9개월 머무를 수 있는 '학대피해 아동쉼터'로 갔다가 그룹홈이나 양육시설 등으로 옮겨지게 됩니다.
문제는 정서적 피해가 극심한 친족 성범죄의 특성상, 일반적인 양육시설에선 전문적 치료가 어렵다는 겁니다.
인터뷰: 이영아 소장 / 대전 친족 성폭력 피해 아동·청소년 보호쉼터
"일반 쉼터는 성인들과 함께 이 청소년들이 같이 생활을 하다 보니까 아무래도 청소년 중심의 프로그램을 진행하기가 어려울 때가 있습니다."
재원 기반도 문제입니다.
친족 성폭력 피해자를 보호하는 쉼터는 벌금 수입을 기반으로 하는 범죄피해자보호기금으로 운영됩니다.
경기 상황에 따라 들쑥날쑥한데다, 나눠 쓰는 사업도 많아, 안정적인 집행이 어렵습니다.
인터뷰: 여성가족부 관계자
"장기적으로는 여가부 쪽 예산으로, 이쪽으로 조금 이관하는 것에 대해서 계속 검토는 하고 있습니다."
영혼의 살인이라고도 불리는 친족 성폭력.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는 피해자들이 최소한의 자립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안정적인 보호 체계를 마련해야 합니다.
EBS 뉴스, 진태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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