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세로·높이 1m 구조물에 갇힌 노동자 "우리는 살고 싶습니다"..손 놓고 있는 사측과 정부

유선희 기자 2022. 7. 8.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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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대우조선해양 거제 조선소 1도크에서 건조 중인 대형원유운반선 철 구조물에서유최안 부지회장이 스스로 들어가 쇠창살로 용접해 농성하고 있다. 김정훈 기자

“이대로 살 순 없지 않습니까? 지난 5~6년 동안 한국 조선업은 매우 어려웠고 그로 인해 7만6000명의 하청노동자가 대량해고 됐습니다. 7년간 실질임금은 30% 삭감됐습니다. 조선소 하청노동자의 삶은 더 어렵고 고통스럽습니다.”

김형수 금속노조 경남지부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지회장은 지난 6일 조선소 하청노동자의 임금투쟁과 관련해 이같이 말했다.

유최안 부지회장 비좁은 구조물서 17일째 농성

조선소 하청노동자들이 임금투쟁 파업을 진행한 지 8일로 37일째를 맞았다. 금속노조 경남지부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유최안 부지회장이 배 안에 ‘감옥’을 만들고 스스로를 가두며 파업에 들어간 지는 보름이 넘었다. 유 부지회장은 지난달 22일부터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의 초대형 원유 운반선(VLCC) 내에 있던 책상 형태의 철제 구조물에 스스로 들어갔다. 이 구조물은 가로·세로·높이가 각 1m씩인 비좁은 공간으로, ‘끝장 투쟁’에 들어간 것이다. 6명의 노동자도 고공농성 중이다.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조합원이 6일 오후 경남 거제시 아주동 대우조선해양 선박 건조시설 1 독(도크) 내 건조 중인 30만t급 초대형 원유 운반선에서 농성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노총 조합원 4000여명은 이날 거제 대우조선 남문에서 ‘조선소 하청노동자 투쟁승리’ 결의대회를 진행했다. 양경수 위원장은 대회사를 통해 “‘저도 살고 싶습니다’라고 절박한 바람을 전한 유최안 동지와 함께하자”며 “오늘의 투쟁이 무너지면 모든 조선하청노동자의 투쟁이 무너지기에 온 힘 다해 투쟁하고 승리를 이끌어 내자”고 말했다.

최근 조선업은 호황을 맞고 인력난 이야기까지 나오지만, 하청노동자들은 저임금과 고용 불안에 시달려왔다. 다단계 하청 구조 속에서 20·30년 연차의 숙련된 노동자도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기 일쑤였다. 조선업이 불황일 때마다 임금 삭감과 대량해고 등으로 노동자들은 피해를 입었다. 지회는 지난 5년간 삭감된 임금의 원상 회복(30% 인상)을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1년여간 하청업체들과 임금·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교섭을 했지만 결론이 나지 않았다.

노동자들은 “실질적인 문제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산업은행과 대우조선해양은 현재의 상황을 외면하고 있다”며 “공권력 투입 요청 등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 조합원 4000여명은 8일 거제 대우조선 남문에서 ‘조선소 하청노동자 투쟁승리’ 결의대회를 진행했다. 민주노총 제공
“지분 55% 가진 진짜 사장, 산업은행 나서야”

노동자들이 산업은행의 개입을 요구하는 이유는, 정부출연 기관인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의 지분 절반 이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4조에 따르면, 정부가 50% 이상 지분을 가진 기관 또는 이들 기관이 50% 이상 지분을 가진 기관은 공공기관으로 지정할 수 있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 지분을 55.7% 보유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노동자들은 “지분을 55% 가지고 있는 진짜 사장 산업은행이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윤미향 무소속 의원실이 산업은행 대응에 대한 질의를 통해 받은 답변자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문제는 기본적으로 대우조선 협력사 내부의 노사관계인 점을 감안할 때 협력사와 노조 간에 협의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하청노동자의 사내작업 방해 및 불법 점거 등으로 (회사에) 막대한 손실이 발생하고 있어 지속적으로 대화할 것을 촉구하는 등 중재노력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윤 의원은 이러한 산업은행의 태도가 “무책임하다”며 “실질적 원청 사용자 지위에 있는 산업은행이 조속히 나서서 사태 파악 및 해결에 앞장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측은 하청노동자의 파업에 강경대응하고 있다. 박두선 대우조선해양주식회사 대표이사는 지난 6일 CEO 담화문을 내고 “불법파업이 장기화하면서 피해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 대표이사는 “회사는 경영위기를 겪다가 2018년 흑자전환을 했고, 이후 글로벌 물류난 가중 등 외부변수로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연말부터 살아난 조선 시황에 한 가닥 희망을 가지면서 다시는 물량 감소와 이에 따른 악순환 고리에 빠지지 않겠다고 각오를 다졌는데 대내외 여건 악화와 불법 파억 장기화에 비상경영을 선포하게 됐다”고 했다.

사측은 노조 집행부를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했다. 경찰은 노조 집행부가 두 차례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자 지난 1일 체포영장을 신청했으며, 현재까지 발부되지는 않았다.

유선희 기자 y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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