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 새삶 준비' 하나원 개원 23주년.."진로교육 가장 인기"

홍제성 2022. 7. 8.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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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운전면허 교육 선호..맞춤형 직업교육·여성건강센터 등 눈길
하나원내 요리실습실 (안성=연합뉴스) 하나원 내 직업교육관의 요리실습실 모습. 2022.7.8

(안성=연합뉴스) 홍제성 기자 = 개원 23주년을 맞아 오랜만에 취재진에게 공개된 경기도 안성의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하나원) 본원.

전체 탈북민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여성 탈북민과 남녀, 청소년, 유아들이 대한민국에서의 새로운 삶을 준비하는 곳이다.

2021년 기준으로 국내에 입국한 탈북민은 총 3만3천여명에 달하며 이중 여성이 2만4천여명으로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통일부 기자단과 함께 8일 처음 들어가 본 이곳은 벽돌색으로 지어진 본관과 하나둘학교, 직업교육관, 숙소 등 넓은 공간에 여러 동의 건물들이 함께 모여 있었다.

국가 보안시설인 하나원이 취재진에 공개된 것은 2016년 남성 탈북민 전용 시설인 제2하나원 공개 이후 약 6년만인 것으로 전해졌다.

마치 잘 정돈된 대학 캠퍼스나 기업 연수원 등을 연상케 했다.

하나원의 프로그램은 3개월(12주)로 구성돼 있는데, 시간으로 따지면 총 400시간에 달한다고 한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진로 지도 및 직업탐색이며 우리 사회 이해증진, 초기 정착 지원, 정서 안정 및 건강증진, 성평등 관점 통합교육 등의 순으로 많은 시간이 배정돼 있다고 한다.

통일부 당국자는 "가장 필요한 것이 진로 교육이어서 162시간을 할애하고 있다"며 "그 중 컴퓨터와 운전면허 교육을 가장 선호해 호응도가 높다"고 전했다.

2020년 개관해 만 2년을 맞은 직업교육관은 이날 취재진에게 처음으로 공개됐다.

이곳에서는 요리 실습에 여념이 없는 교육생들이 눈에 띄었다.

조리실 바로 옆에는 컴퓨터 교육실 등 직업교육과 자격증 취득을 위한 시설이 잘 마련돼 있었다. 실습과 함께 국가자격증 필기시험 시스템도 마련돼 있다고 한다.

컴퓨터실 옆에는 재봉틀이 설치된 실습실도 확인할 수 있었지만, 교육생들의 모습은 볼 수 없어 다소 아쉬웠다.

하나원내 직업교육관 (안성=연합뉴스) 하나원 내 직업교육관의 봉제 실습실 모습. 2022.7.8.

한때 수백 명의 교육생으로 붐볐던 이곳은 다소 한산한 모습이었다.

국내 입국 탈북민 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후 줄어든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까지 겹쳐 상당히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탈북민들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일반 국민의 수준과 크게 다르지 않은 60%대 초반을 기록 중이며 고용률, 월평균 임금 등에서도 크게 격차가 나지 않는다고 하나원 측은 밝혔다.

통일부 당국자는 "최저임금 증가 상황이 반영되고 탈북민도 연차가 오래되면서 임금 수준이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취업 외에도 창업을 원하는 탈북민들도 많지만, 창업은 성공보다는 실패가 많아서 주의를 갖고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나원 내 교육시설인 하나둘학교는 지금까지 2천600여명의 탈북민 학생들이 거쳐 갔다고 한다.

취재진에 공개된 어린이 놀이방은 유아들을 위한 각종 놀이기구와 장난감이 있었다.

하나원 내 어린이 놀이방 (안성=연합뉴스) 하나원 내 어린이 놀이방 모습. 2022.7.8.

가장 눈에 띄는 곳은 하나원 내 의료시설이었다.

북한에서는 물론이고 탈북 후 제3국에서도 의료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한 탓에 치료가 필요한 탈북민들이 많다고 한다.

이들을 위해 내과·치과·한방과 등 6개의 진료과목을 개설해 운영 중이다. 특히 지난해부터는 산부인과를 두 배로 확장해 여성건강센터를 신설해 부인과 진료는 물론 심리치료 등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12주 교육프로그램이 끝나고 퇴소하는 탈북민들에게는 정착금과 취업장려금 등을 지원하고 미래행복 통장으로 불리는 매칭펀드 방식의 저축 프로그램도 지원된다.

통일부 관계자는 "이들에게는 생계급여, 의료급여 1종 수급권 등을 부여해 사회적 안전망의 틀 내에서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통일부는 특히 2019년 탈북 모자의 사망사건을 계기로 인도협력국 내에 안전지원팀도 신설했다.

위기를 겪는 가정뿐만 아니라 위기를 겪을 우려가 있는 가정을 미리 찾아내 선제 대응하겠다는 취지다.

통일부 당국자는 "과거에는 기관별로 단절적으로 정보를 갖고 있었지만, 안전지원팀이 생기면서 여러 기관의 자료를 다 취합할 수 있다"며 "적응이 어려운 분들을 찾아내 선제적으로 지원함으로써 사회안전망의 틈새를 메우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j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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