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유세 중 총 맞고 사망.. 충격에 휩싸인 日
아베 신조(67) 전 일본 총리가 8일 선거 유세 도중 총격을 받고 심폐정지 상태에 빠졌다가 향년 67세 나이로 끝내 사망했다. 일본 최장기 총리를 지냈고 보수·우익 세력의 구심점이던 아베 전 총리의 사망 소식에 일본 열도는 충격에 빠졌다.
아베 전 총리는 8일 오전 11시 30분께 일본 나라현 나라시에서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가두 유세를 하던 도중 용의자 야마가미 데쓰야(41)가 수 미터 떨어진 거리에서 쏜 총에 맞고 쓰러진 뒤 병원으로 후송됐다.
나라현립의대병원 의료진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아베 전 총리가 오후 5시 3분에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의료진은 총상으로 인해 목 2곳과 심장에 손상이 있었다면서 "병원 이송 시 심폐정지 상태였고 살리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현장에서 야마가미를 살인미수 혐의로 체포해 조사 중이며, 그가 소지하고 있던 총도 압수했다. 총은 일반적인 총을 개조한 것으로 보인다.
용의자의 범행 동기는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전직 해상자위대 출신인 용의자는 경찰 조사에서 '아베 전 총리에게 불만이 있어서 죽이려고 했지만, 정치 신조에 대한 원한은 아니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NHK와 교도통신은 전했다.
아베 전 총리는 두 차례에 걸쳐 총 8년 9개월 총리로 재임한 일본의 역대 최장수 총리다. 집권 자민당 내 대표적 강경파 인사로, 자민당 내 최대 파벌인 아베파를 이끌었다.
2006년 52세에 전후 최연소 총리로 취임했다가 1년 만에 조기 퇴진했지만 2012년 재집권에 성공해 '아베 1강'(强)이라고 불리는 독주 체제를 유지하다 2020년 9월 건강 문제를 이유로 사임했다.
그는 헌법에 자위대를 명기하는 개헌을 필생의 과업으로 삼았으나 여론 악화와 2020년 초 코로나19 확산 등의 영향으로 뜻을 이루지 못하고 물러났다.
경제 측면에서는 잃어버린 20년을 회복하겠다면서 '아베노믹스'를 앞세웠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퇴임 후에도 그는 후임인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와 기시다 후미오 현 총리를 만드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며 막강한 영향력을 유지했다.
다만 아베 전 총리 집권 기간 한일 관계는 악화 일로였다. 야스쿠니신사 참배, 역사교과서 왜곡 문제, 일제강점기 강제 동원 노동자 피해 배상 문제에 대한 보복 차원의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등으로 한일 관계가 크게 훼손됐다.
같은 날 아베 총리의 총격 사건으로 인해,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지방 유세 일정을 취소하고 총리관저로 복귀했고, 일본 주요 방송은 일제히 특보 체제로 전환했다.
기시다 총리는 총리관저로 돌아온 뒤 기자들과 만나 아베 전 총리 저격 사건에 대해 "민주주의 근간인 선거가 이뤄지는 가운데 일어난 비열한 만행으로,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며 "최대한 엄중한 말로 비난한다"고 규탄했다.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의 니시무라 지나미 간사장도 "민주주의 일본에서 생각할 수 없는 대사건이 발생했다"며 "단호히 항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아베 전 일본 총리가 총격을 당해 사망한 데 대해 유족인 부인 아키에 여사에게 조전을 보내 위로의 뜻을 전했다.
윤 대통령은 조전에서 "일본 헌정사상 최장수 총리이자 존경받는 정치가를 잃은 유가족과 일본 국민에게 애도와 위로의 뜻을 전한다"고 했다고 대통령실이 밝혔다. 또 윤 대통령은 "아베 총리를 사망케 한 총격 사건은 용납할 수 없는 범죄행위"라며 깊은 슬픔과 충격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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