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계 보류" vs "직무대행"..당대표 권한, 누구에게?
조금 전 얘기했던 대로 이준석 대표에게 '당원권 정지 6개월'의 징계가 내려졌죠. 하지만 이 대표가 '불복'을 하면서 당 지도부 내 '옥쇄파동'으로 번지는 모양새입니다. 이 대표는 당 대표의 권한이라며 자신의 징계 처분을 보류하겠다고 밝혔는데요. 권성동 원내대표는 징계의 효력이 발생했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누구에게 당 대표의 권한이 있느냐를 놓고, 당 내부의 내홍도 불가피해 보이는데, 관련 내용을 조익신 멘토가 정리했습니다.
[기자]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의 징계가 결정됐죠. 당내 후폭풍, 정치권의 예상 그대로였습니다. 이 대표는 '징계 불복'을 선언했는데요. 당헌·당규를 앞세워, 징계 자체를 무력화시키겠다는 겁니다.
[이준석/국민의힘 대표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 : 우리 윤리위원회 규정을 보면은 윤리위원회의 징계 결과에 징계 처분권이라고 하는 것이 당대표에게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이 부분에 있어가지고 납득할 만한 그런 어떤 상황이 아닌 경우에는 저는 징계 처분을 보류할 그럴 생각입니다.]
하지만, 권성동 원내대표의 해석은 다르죠. 이미 징계 효력이 발생했다는 겁니다. 역시나 당헌·당규를 근거로 내세웠습니다.
[권성동/국민의힘 원내대표 : 당대표의 권한을 위임받은 사람으로서 윤리위원장이 징계처분 의결서를 다 통지를 했습니다. 윤리위원회 징계 의결 즉시 효력이 발생을 해서 당대표 권한이 정지가 되고, 그 권한은 원내대표가 직무대행을 하는 것으로 해석을 하고 있습니다.]
권 원내대표는 자신이 '직무대행'을 맡게 됐다고 밝혔는데요. 당 대표의 '사고' 시에는 직무대행, '궐위' 시에는 권한대행을 맡도록 돼 있다는 실무자의 보고를 받았다는 겁니다. 이 대표의 징계, '당원권 정지 6개월'이죠? 6개월 뒤엔 당 대표로 복귀할 수 있다는 점도 에둘러 강조했습니다.
[권성동/국민의힘 원내대표 : 과거에 김순례 최고위원 같은 경우에도 5·18 관련 망언 등으로 3개월 당원권 정지가 된 적이 있었고, 정지 기간 이후에 최고위원으로 복귀를 한 전례가 있습니다.]
징계를 수용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는 이 대표에게 6개월 뒤에 돌아오면 된다, 메시지를 던진 듯싶은데요. 홍준표 대구시장도 이 대표에게 비슷한 충고를 했습니다.
[홍준표/대구시장 (음성대역) : 자신의 징계 문제를 대표가 스스로 보류하는 것은 대표 권한도 아니고 그렇게 해서도 안됩니다. 정직 6개월간은 오로지 사법적 절차를 통해 누명을 벗는데만 주력하십시오. 새로운 이준석으로 업그레이드되어 복귀할 수 있을 겁니다.]
지금은 나라를 먼저 생각해야 할 때이지, 당권 투쟁을 할 때가 아니라는 겁니다. 하지만, 이 대표의 생각은 다르죠. 이번 징계, 절대 인정할 수 없다는 건데요.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하겠다, 당권 투쟁, 한번 붙어보겠다는 겁니다.
[이준석/국민의힘 대표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 : 지금 상황에서는 제가 봤을 때는 가처분이라든지 재심이라든지 이런 상황들을 판단해서 어떤 조치들을 하겠습니다. (그러면 최종 확정되기 전까지 최고위도 열고 그대로 주재하고 이 행위를 계속하실 생각이신 거죠?) 어차피 최고위라는 거는 다음 주 월요일에 열게 돼 있으니까요. 주말 간에 판단해 봐야죠.]
당장 다음 주 월요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누가 '의사봉'을 잡느냐가 관심인데요. 이준석 대표와 권성동 원내대표 사이에 '어색한 장면'이 연출될 수도 있을 듯합니다. 만일 이 대표가 의사봉을 잡는 상황이 온다면, 최고위가 내홍에 휩싸일 가능성이 큰데요. 이미 배현진 최고위원은 이 대표의 징계가 나오기도 전에 '최고위 보이콧'을 선언했었죠?
[배현진/국민의힘 최고위원 (지난 4일, 중앙일보 / 음성대역) : 최고위 의장인 대표의 개인 신상 문제가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아무렇지 않게 회의를 여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징계가 결정된 상황에서 이 대표가 최고위를 주재한다면, 또 한차례 충돌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다른 최고위원들도 이 대표 측과 권 원내대표 측으로 갈라질 수 있습니다. '세상은 돌고 돈다'는 말이 있죠. 이 대표가 과거 바른미래당 손학규 전 대표에게 썼던 그 방식, '집단 보이콧'도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입니다.
[손학규/당시 바른미래당 대표 (2019년 4월 8일) : 하태경 최고위원은 아까 왔다가 갔어요. 그리고 권은희 최고, 이준석 최고는 제가 구체적인 소식은 모르겠고…]
이 대표는 당 대표의 권한으로 윤리위의 처분을 보류하겠다고 밝혔죠. 권 원내대표의 해석과 달리 아직 징계가 내려지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주요 근거인데요. 이 대표의 해석이 맞다고 하더라도, 자칫 윤리위에 또다시 제소될 수 있습니다. 이 역시, 과거 손학규 전 대표에게 사용했던 방법 가운데 하나입니다.
[김지나/당시 바른미래당 혁신위원 (2019년 7월 24일) : 혁신위원회의 결정사항을 최고위원회에 의무적으로 처리해야 함에도 이를 거부하며 의도적으로 혁신위의 업무를 방해하였고, 이후 혁신위원회의 지속적인 요청에도 일방적으로 안건 처리를 회피하였습니다. 명백한 당대표의 직무유기이자 당규 위반입니다. 공당의 당대표가 당규를 위반하는 일은 결코 용납되어서는 안되기에 위 사안을 윤리위에 제소하는 바입니다.]
이 대표 측은 이번 징계가 '윤핵관' 측의 정치 공세다, 억울함도 호소하고 있는데요.
[천하람/국민의힘 혁신위원 (CBS '김현정의 뉴스쇼') : 당대표로 뽑혔어도 누가 의혹을 만들어내고요. 그 의혹에 대해서 언론이 막 들끓고요. 당내의 반대세력이 당대표의 힘보다 강해진다라고 하면 얼마든지 이런 시나리오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앞으로도'가 아니라 '과거에도' 있었죠. 손학규 전 대표를 향해 의혹을 만들었던 인물, 바로 이 대표였습니다.
[이준석/당시 바른미래당 최고위원 (2019년 10월 23일) : 확인된 것만 최소 7회에 걸쳐, 최소 1750만원의 당비가 타인의 계좌에서 입금된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 정치자금법과 정당법, 그리고 형법의 배임수증죄 등에 있어 매우 심각한 처분을 받을 수도 있는 사안입니다.]
[손학규/당시 바른미래당 대표 (2019년 10월 23일) : 젊은 사람들이 정치를 좀 제대로 배웠으면 좋겠습니다. 정치를 이렇게 치사하게 해서야 되겠어요? (대표님 돈으로 당비를 내셨다는 건가요?) 그렇지, 그렇지. (타인의 당비를 부담할 수 없고…) 내가 부담했다니까? (자료가?) 아, 그럼. 아니, 돈은 무슨, 돈을 준 자료가 뭐가 필요해요.]
당시 이 대표는 선관위에 조사를 요구하기도 했는데요. '위반 사항'을 찾지 못해 '자체 종결처리' 됐다는 건 안비밀입니다.
당내에선 이번 징계의 책임을 지고, 이 대표가 물러나길 바라는 분위기도 있죠. 지난 대선 당시, 이 대표를 탄핵하려 했었다는 뒷이야기까지 흘러나왔는데요. 의원 80%가 탄핵에 동의했었다, 공개를 하기도 했습니다. 이 대표는 사퇴는 없다, 선을 그었는데요.
[이준석/국민의힘 대표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 : (자진 사퇴 문제는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으시고요?) 고려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이 대표가 스스로 물러나지 않는다면, 지도부 총사퇴론도 제기될 수 있습니다. 과거 이 대표가 그랬던 것처럼 말입니다.
[이준석/당시 바른미래당 최고위원 (2019년 4월 19일) : 손학규 대표 사퇴를 요구한다 이렇게 말씀하셨는데. 지도부에 저희도 포함됩니다. 최고위원 3인이. 새로운 형태의 지도 체제가 들어설 수 있게 우리가 사퇴하자라고 하는 주장에 대해가지고. 원래 정치문법상으로 이렇게 사퇴하면요. 3명이 사퇴하면 같이 사퇴하는 게 맞아요.]
[권성동/국민의힘 원내대표 : (지도부가 총사퇴할 거라는 가능성도 있을까요?) 그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 최고위원들과 논의해 본 적 없습니다.]
이 대표가 물러나야 임시 전당대회든, 조기 전당대회든 새 지도부를 선출할 수 있겠죠. 벌써 여권 내에선 이른바 '간장연대'설도 흘러나옵니다. 안철수 당대표, 장제원 사무총장 체제가 들어설 수 있다는 겁니다. 다만 이 대표의 성정상, 순순히 물러날 가능성은 없어 보이죠. 혹시 모를 공세에 대비해 전열 정비에 들어갔는데요. 역시나 믿을 곳은 당원뿐이다, 생각한 듯싶습니다.
[이준석/국민의힘 대표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 : 만약에 당원으로 가입하지 않으신 분이라든지 이런 경우에는 사실 한 달에 1000원이면 당원이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오히려 당원 가입의 기회로 활용하는 것, 이런 것들도 방법일 것이다 이렇게 봅니다.]
이 대표가 의원들의 도움은 받지 못하고 있지만, 2030을 중심으로 한 당원들의 지지세는 만만치 않죠? 이 대표를 억지로 대표직에서 내쫓으려 한다면 '사생결단', 전면전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당은 '파국'일 수밖에 없겠죠. 반면, 이를 지켜보는 민주당 입장에선 '팝콘각'입니다. 은근히 갈등 상황을 즐겼습니다.
[우상호/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 대선 시기에 윤석열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단일화할 때부터 정부 구성에 참여는 하지 않지만 당은 안철수 후보가 책임지게 해준다, 이런 밀약이 있었다고 저는 강하게 의심하고 있거든요. 눈엣가시가 됐던 이준석 대표를 이런 문제를 빌미 삼아 팽하고 그 이후에 이루어지는 전당대회에서는 안철수, 단일화해서 도움을 주셨으니까 그렇게 앉히려고 하는 게 아니냐…]
"세상에서 제일 쓸데없는 게 이준석 걱정"이라고 호언장담했던 이 대표, 끝까지 대표직을 지켜냈던 '손학규의 길'을 생각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한데요. 오늘의 톡쏘는 한마디, 과거 이 대표의 이 말로 정리합니다.
[무운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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