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IPEF에선 시장개방 다루지 않아..참여국과 의제 협의중"
농업인 단체, 공청회장서 기자회견 열고 IPEF 참여 비판·항의
(서울=연합뉴스) 권희원 기자 = 정부는 지난 5월 출범한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와 관련해 "IPEF에서는 전통적인 무역협정과 다르게 시장 개방을 다루지 않을 것"이라며 "아직 협상 단계는 아니지만 현재 참여국과 구체적인 의제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양기욱 산업통상자원부 FTA 정책관은 8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최된 IPEF 관련 공청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IPEF는 관세 인하와 시장 개방을 중심으로 하는 전통적 자유무역협정(FAT)과 달리 코로나19 사태 이후 부각된 공급망 교란, 디지털 전환, 기후 변화 등에 공동으로 대응하기 위해 미국 주도로 5월 23일 출범한 새 경제협력 플랫폼이다.
한국과 미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인도 및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회원국인 브루나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 등 총 13개국이 창립 멤버이고 이후 태평양 도서국인 피지가 추가로 참여했다.
양 정책관은 "IPEF는 전통적 무역 협정과 색깔이 다른, 새로운 이슈 중심의 신(新)경제협력 플랫폼"이라며 "시장 개방은 다루지 않고, 디지털 등 무역규범과 공급망, 청정에너지, 조세·반부패 등 포괄적 어젠다에 대한 규범과 협력 방안을 중점적으로 논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아직까지 협상 단계는 아니고 어떤 분야에서 협의할지 구체적인 의제에 대해 참여국과 협의를 진행하는 중"이라며 "이달 중으로 대부분의 필라(핵심축)에서 워킹그룹을 구성해 전문가와 기업, 협회 등 이해관계자들과 자세한 내용을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산업부는 각 필라별로 관계 부처와 전문가, 이해 관계자가 참여하는 워킹그룹을 운영하면서 IPEF 참여에 따른 실익은 최대화하고 부담은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무역업계는 IPEF 출범과 관련해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조상현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IPEF 참여로 인도태평양 지역의 무역장벽이 완화돼 친환경 시장 등 우리 기업의 진출 기회가 확대되고, 공급망 안정성 확보를 위한 실질적인 협업 채널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조 원장은 특히 "핵심 원자재에 대한 국가 간 정보를 공유하고 IPEF 참여국 간 원자재 수출 제한 조치를 지양하는 등 공급망 다변화에 공동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청정에너지 분야에서도 우리가 기술적인 우위를 지니고 있는 만큼 우리 기업의 친환경 시장 참여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아직 제한된 정보로 업계가 의견을 제안하는 데 한계가 있고, '반중(反中) 연대'의 의미를 지닌 IPEF에 중국이 대응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존재하는 만큼 국익을 지킬 수 있는 협상 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제언했다.
이날 공청회에 앞서 농업인 단체인 한국종합농업단체협의회는 회의장 앞에서 우리 정부의 IPEF 참여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산업부가 농어업계에 어떠한 이해와 동의도 구하지 않고 IPEF 참여를 확정했다"고 항의했다.
협의회는 "IPEF 협상 과정에서 SPS(동식물 위생·검역) 등 농어업 분야의 비과세장벽 철폐 논의가 본격화될까 우려된다"며 "지금까지 꾸준히 농수산물 추가 개방을 요구해온 미국이 IPEF를 주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 의회 내부에서 'IPEF에 시장 접근 규정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는 점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라고 주장했다.
이어진 패널 토론에서도 이와 관련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문한필 전남대 농업경제학과 교수는 "SPS에 대한 내용이 무역 규범과 관련된 IPEF의 논의 사항에 포함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 실질적인 시장 개방으로 이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존재한다"며 "농업 단체들과 소통하고 정보를 공유할 뿐 아니라 우리 통상당국이 협상력을 발휘해 농업인들의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상식 글로벌공급망분석센터 실장은 IPEF 참여로 중국에 대한 수입 의존도가 낮아지면서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장 실장은 "IPEF 참여로 중국 중심의 공급망에서 탈피할 수 있을 뿐 아니라 IPEF 국가 간의 광물 자원 투자가 활성화됨으로써 공급망 애로 해소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hee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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