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설 시작되자 탕! 뒤 돌아보자 탕!..前자위대원 "불만 있어 쐈다"

김태영 기자 2022. 7. 8.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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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피격 사망]
아베 뒤에서 다가와 개조한 총 발사
목 2군데·심장 손상.."과다출혈 사망"
체포된 범인 "정치신조 원한 아냐"
대낮 비극에 안전국가 이미지 훼손
블룸버그 "영원한 상처의 날" 논평
모디 "큰 충격·슬픔" 각국 정상 애도
[서울경제]

“그가 안 되는 이유를 생각하는 것은···” 탕! 탕!

8일 오전 11시 30분 무렵 일본 나라현 나라시의 역 근처에서 유권자들을 향해 연설을 시작한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주먹 쥔 손을 움직이며 목소리를 높이는 순간 두 발의 총성이 흰색 연기와 함께 울려 퍼졌다. 일본을 호령하던 전직 총리는 그 자리에 쓰러지고 일대는 아수라장이 됐다. 구급대가 아베 전 총리를 병원으로 긴급 이송했지만 그는 심폐 정지 상태에 빠졌고 끝내 사망했다. 정치 및 총기 테러가 극히 드문 일본에서 최장수 총리이자 정치 거물이 총격으로 사망했다는 소식에 일본 열도는 물론 전 세계가 경악했다. 블룸버그통신은 “7월 8일은 일본에 영원한 상처를 남긴 날”이라고 논평했다.

현지 언론과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게재된 영상에는 사고 현장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연설이 시작되자마자 한 남성이 아베 전 총리의 뒤쪽으로 유유히 걸어온 후 수 m 거리에서 발포했다. 낮은 소음의 총성에 아베 전 총리가 뒤를 돌아보자 남성은 더 가까이 다가와 한 번 더 총격을 가했다. 아베 전 총리가 쓰러지자 곳곳에서는 “구급차! 간호사! 의사! 빨리 불러!”라는 다급한 목소리가 오갔다. 아베 전 총리는 약 7분 뒤 도착한 구급대에 의해 현장에서 이송돼 낮 12시 20분께 병원에 심폐 정지 상태로 도착했으나 오후 5시 3분에 사망했다. 나라현립의과대부속병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아베 전 총리의 사체에서는 탄환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과다 출혈에 따른 사망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총격을 가한 야마가미 데쓰야(41)는 현행범으로 체포될 때까지 도망치지도 않고 범행 현장에 그대로 머물러 있었다. 당초 그가 범행에 사용한 총은 산탄총으로 알려졌지만 이후 NHK는 이 총이 직접 개조한 총이라고 보도했다. 범행 후 현장에서 즉시 경찰들에 체포된 야마가미는 조사에서 “아베 전 총리에 대해 불만이 있어 죽이려고 했다”며 살해 의도를 시인하면서도 “그의 정치 신조에 대한 원한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야마가미가 “특정 종교 단체 간부를 노리려 했다”는 모순적인 진술도 하는 탓에 경찰은 추가 조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총격 사건과 정치 테러가 극히 드문 일본에서 이번 사건은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즉각 불러일으켰다. 일본에서는 엄격한 신원 조회를 통과해야만 사냥 목적으로 총기를 구매할 수 있다. 엄격한 규제 덕에 2017년 일본에서 발생한 총기 사건은 22건에 불과했다. 심지어 국정 선거기간에 유세 중인 전직 총리가 총격으로 사망하는 것은 전 세계를 망라해도 지극히 이례적인 사건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칼럼을 통해 “일본에서 무차별 폭력 사건이 종종 일어나기는 하지만 정치인 피격은 2007년 나가사키시장에 대한 야쿠자의 총격이 마지막인 것으로 알려졌다”며 “아베 전 총리 피격은 일본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비극”이라고 평가했다.

정부는 사건 직후 총리 관저에 대책실을 설치하고 즉각 사건 규명 및 대책 마련에 나섰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관저에 긴급 복귀한 후 기자들을 만나 “모든 가능성을 상정하고 만전의 대응을 하겠다”며 “경호에 대해서는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고 믿고 싶지만 다시 한 번 확실히 실태를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아베 전 총리의 나라 가두 유세는 나라현 경찰의 경위경호·위기관리대책참사관이 이끄는 팀이 경호를 맡았으며 경시청 SP도 경계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일본 정치인들의 경호는 다른 나라에 비해 허술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직 총리들이나 정치 거물들이 길거리나 기차역 앞에서 눈에 띄는 경호 없이 선거운동을 하는 것도 일본에서는 흔한 일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한편 아베 전 총리의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에 각국 정상들도 애도를 표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아베 전 총리의 부인인 아베 아키에 여사에게 조전을 보내 “일본 헌정 사상 최장수 총리이자 존경받는 정치가를 잃은 유가족과 일본 국민에게 애도와 위로의 뜻을 전한다”고 밝혔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트위터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슬픈 소식”이라며 “영국이 이 어둡고 슬픈 시기에 (일본) 여러분과 함께할 것”이라고 남겼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러시아와의 선린 관계 발전을 위해 많은 일을 이룬 탁월한 정치가의 목숨을 범죄자가 앗아갔다”고 밝혔으며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트위터에 “가장 친한 친구 중 한 명인 아베 신조의 죽음으로 형언할 수 없을 정도의 충격과 슬픔에 잠겼다”는 심경을 전했다.

김태영 기자 young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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