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전' 예고 이준석 '가두리' 친 권성동..與 '당권 투쟁' 블랙홀
'잠행' 李, 돌파구 모색..尹 지지 하락에 '조기 퇴진' 전망도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박종홍 기자,노선웅 기자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권성동 원내대표가 8일 '당권'을 놓고 정면충돌했다. 이 대표는 "징계 처분권은 당 대표에게 있다"며 '당원권 정지 6개월' 처분을 무효화하겠다고 주장했지만, 권 원내대표는 "당원권 효력 정지는 이미 발생했다"며 '직무대행 체제'를 선언했다. 헌정 초유의 당 대표 중징계 사태를 기점으로 여권 내 권력 다툼이 절정으로 치닫는 형국이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KBS라디오 인터뷰에서 당 중앙윤리위원회가 성접대 증거인멸교사 의혹과 관련해 당원권 정지 6개월의 중징계를 처분한 것에 대해 "윤리위 형평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당 대표에서 물러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징계 처분권 자체가 당 대표에게 있다"고 강조하면서 "이 부분(윤리위 징계 사유)에 있어서 납득할만한 상황이 아닌 경우 징계처분을 보류할 생각"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당 대표가 윤리위 징계에 대한 처분권을 갖는다는 당헌 해석을 바탕으로 국면 전환을 모색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2030세대 '우군 당원'을 필두로 한 여론전도 예고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당원 가입을 독려하는 글을 올리고 "한 달에 당비 1000원 납부 약정하면 3개월 뒤 책임당원이 돼 국민의힘의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다"고 했다. 윤리위 징계 결정 후 첫 메시지로, 자신에게 우호적인 '청년 당원'을 늘려 실력 행사에 나서겠다는 뜻이다.
권 원내대표는 윤리위 징계안이 나온 지 5시간여 만에 '당 대표 직무대행 체제'를 선포하고 가두리를 쳤다. 이 대표의 중징계는 의결 즉시 발효됐으며, 당원권이 정지된 기간에는 당 대표직을 상실해 '징계 처분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선을 그은 것이다. 권 원내대표는 오는 11일 이 대표를 배제하고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할 방침이다.
그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원내대책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을 만나 "윤리위의 징계 의결 즉시 효력이 발생해 당 대표 권한이 정지되고 그 권한은 원내대표가 직무대행 하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이 대표는) 6개월간 업무가 정지되는 '사고'로 해석돼 직무대행 체제로 보는 게 맞는다는 게 다수 의견"이라고 했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를 주재한 뒤 기자들을 만나서도 "매주 월요일 최고위를 개최할 것"이라며 "(이 대표의) 당원권 정지 효력은 이미 발생했기 때문에 당 대표 직무대행인 제가 회의를 주재한다"고 했다. 이 대표의 불참을 전제한 최고위를 명시적으로 밝혀 '당 대표 직무대행 체제'를 재차 강조한 것이다.
그는 "최고위원들께 '당 윤리위는 국가로 이야기하면 사법부에 해당하기 때문에, 윤리위 결정에 대해서는 수용할 수밖에 없다, (당내) 혼란을 조기에 수습하고 당이 안정화하는 데 우리 모두가 힘을 합해야 한다'는 저의 의견을 말씀드렸다"며 "제 의견에 대해 일부 최고위원들은 적극 찬성했고, 나머지 최고위원들도 반대하는 분은 없었다"고 했다.
권 원내대표는 '당 대표가 윤리위 징계 처분권을 갖는다'는 이 대표 주장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오늘 아침 백브리핑에서도 여러 차례 (이 대표의 권한은 정지됐다는 입장을) 말했는데 왜 자꾸 동일한 질문을 하느냐"고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 대표로부터 연락을 받았는지에 대해서는 "연락 없었다"고 일축했다.
이 대표는 이날 라디오 인터뷰를 제외한 모든 공개 일정을 취소하고 '잠행'에 들어갔다. 당 지도부가 일사분란하게 '이준석 배제 체제'로 가닥을 잡자, 외부 접촉을 최소화하고 '돌파구'를 강구하는 모습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메시지도 일단 자제 중인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날 오전 KBS라디오에서 "지금 상황에서는 가처분 신청이나 (윤리위) 재심이라든지 상황을 판단해서 조처하겠다'며 "주말 간 판단해볼 것"이라고 했는데, 당 안팎 인사들을 만나 대응 전략과 거취 등에 대해 조언을 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대표가 '조기 퇴진'을 결단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윤리위 중징계로 정치적 리더십에 회복하기 어려운 타격을 입은 만큼, 당장 대표직 복귀를 고집하기보다 향후 재기의 기회를 엿보는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분석에서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30%대로 급락한 점도 이 대표가 '자기 정치'를 이어가기 어려운 환경으로 꼽힌다.
여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우회적으로 '후퇴 명분'을 마련해줬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집무실 출근길에 기자들을 만나 이 대표의 중징계 처분에 대해 "국민의힘 당원 한 사람으로서 참 안타깝다"며 "당협위원회와 당원들이 힘을 합쳐 어려움을 조속히 잘 극복해 나가길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의 발언은 여권 내 권력 다툼에 거리를 둔 원론적인 입장 표명이면서도 '조속한 극복'에 방점이 찍혔다. 집권여당의 내분이 국정 동력을 발목 잡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는 만큼, 이 대표가 대승적으로 거취를 결단할 '명분'을 열어줬다는 것이다.
5선 중진 출신인 홍준표 대구시장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나도 2017년 3월 탄핵 대선을 앞두고 억울하게 성완종 리스트 사건에 엮여 당원권이 1년6개월 정지된 일이 있었고, 항소심 무죄 판결이 나오자 당에서 당원권 정지의 정지라는 괴이한 결정으로 당원권이 회복돼 대선 후보 및 당 대표를 한 일이 있었다"고 이 대표를 위로했다.
홍 시장은 이 대표를 향해 "대표직을 사퇴하지 말고 6개월간 직무대행체제를 지켜보며 재충전의 시간을 가져보라. 정직 6개월간은 오로지 사법적 절차를 통해 누명을 벗는 데만 주력하라"면서 "누명을 벗고 나면 전혀 새로운 이준석으로 업그레이드되어 복귀할 수 있다. 지금은 나라를 먼저 생각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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