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모두 "못믿을 중노위"..정권 입맛 맞추려다 혼란만 키워
협력사 노조 단체교섭권 인정 등
文정권땐 勞에 치우친 판정 잇따라
원청·하청 계약관계 등 불씨 여전
尹정권선 경영계 손 들어줄 가능성
중노위 불신 커지며 갈등 악화 우려
법적 공방으로 이어지기 전에 노사 갈등을 중재하는 준사법기관인 중앙노동위원회의 판정이 잇따라 법원에서 뒤집히면서 중노위의 역할론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영계는 산업계에 미치는 파장이 큰 중노위 판정이 나올 때마다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을 가중시킨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낸다.
노동계 역시 법원이 중노위 판단을 속속 뒤집자 중노위 판정의 일관성을 두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법원의 판결 못지않게 독립성과 중립성을 최우선으로 담보해야 할 중노위 판정이 공정성을 잃으면서 노사 모두에서 외면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영계에서는 법원이 차량 호출 서비스 ‘타다’ 운전기사를 근로자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이번 사건을 두고 ‘중노위 뒤집기 판정’의 전형과 같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앞서 타다 운전기사가 주장한 부당 해고를 처음 판정한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쏘카 측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재심을 접수한 중노위는 지노위의 판정을 뒤집고 부당 해고로 판정했다. 하급 기관의 판정과 배치되는 해석을 내놓으며 중노위는 판정의 정당성을 강조했지만 결국 법원으로부터 틀린 판정이라는 성적표를 받아 든 셈이 됐다. 하급 기관의 판정이 결과적으로 옳았다는 점에서 상급 기관인 중노위는 또 한 차례 체면을 구겼다.
올 6월 대법원이 강관 제조 업체인 넥스틸의 정리해고에 대해 적법하다고 판단한 판결도 마찬가지다. 2015년 넥스틸이 경영난을 이유로 정리해고를 단행하자 중노위는 부당 해고로 판단했다. 중노위 판정을 받아들일 수 없던 넥스틸은 결국 법정 소송으로 갔고 8년 만에 대법원으로부터 정당성을 인정받았다.
중노위 판정이 공정성과 객관성을 갖춰야 하는 것은 산업계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기 때문이다. 경영계는 지난해 6월 중노위의 CJ대한통운 판정 사건을 아직도 떠올리고 있다. 당시 중노위는 CJ대한통운이 택배기사의 단체교섭권을 인정하는 않는 것을 부당노동행위로 판정했다. 이번 타다 운전기사 사건과 마찬가지로 중노위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당초 판정을 뒤집었다.
중노위의 판정은 원청 업체가 하청 업체와 단체교섭을 하지 않는다는 제도와 관행을 깼다는 점에서 경영계의 큰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판정대로라면 원청은 근로계약 관계가 없는 하청과 사실상 근로계약에 준하는 관계를 맺어야 하기 때문이다. 원청이 하청에 안전 조치 외에 직접 업무 지시를 할 수 없다는 파견법도 무력화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됐다.
중노위는 올 3월에도 현대제철에 협력 업체 노조와 교섭하라는 판정을 내렸다. CJ대한통운과 현대제철은 즉각 반발했고 법적 공방으로 이어져 현재 소송 중이다. 경영계는 CJ대한통운과 현대제철의 중노위 판정에 대한 법원의 판단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노위 판정이 법원에서 뒤집히더라도 결과적으로 피해가 회복되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다. 노조 입장에서는 법원의 최종 판결 전까지 중노위 판정을 강력한 협상 카드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택배노조의 파업 요구 조건 중 하나도 중노위 판정을 근거로 한 CJ대한통운과의 단체교섭이었다. 경영계의 한 관계자는 “사측에서 불복해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대법원 판결까지 수년이 걸리기 때문에 그때까지는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노사 갈등을 중립적으로 중재해야 하는 중노위에 대한 불신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정권에 따라 노사 한쪽에 유리한 판정을 내는 경우가 갈수록 늘고 있어서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지난해 6월 경총 회장단회의에서 CJ대한통운 판정을 예로 들면서 “노동계 편향적인 몇 분의 교수들이 중노위 공익위원직을 맡아 매우 편파적인 결정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이례적으로 날 선 비판을 했다.
하지만 정작 중노위는 노동계로부터도 전폭적인 지지를 받지 못하는 처지로 전락하고 있다. 중노위는 2020년 6월 민주노총이 강력하게 요구한 12개 비정규 사업장의 공동 조정 신청을 거부했다. 당시 민주노총은 “원청이 하청의 사용자인 점을 인정하지 않았다”며 중노위의 결정을 강력히 규탄했다.
경영계에서는 앞으로 중노위에 대한 반발 주체가 노동계로 옮겨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노동계가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을 반노동으로 규정 짓고 벌써부터 강경 대응을 예고하고 있어서다. 하지만 중노위가 윤석열 정부에서 경영계에 유리한 판정을 내릴 경우 정권에 따라 판정이 바뀐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중노위 본연의 역할인 공정한 노사문제 판단에 충실하는 것이 중노위의 존립 이유와 명분을 입증하는 유일한 해법이라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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