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법 위반 '무죄' 이광철 전 의원 "국가 폭력 용납돼선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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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사령부(보안부)에 끌려갔던 그 날을 40년 동안 단 한 번도 잊은 적 없습니다."
40년 만에 국가보안법 위반 오명을 벗은 이광철 전 국회의원은 8일 그 당시 스스럼없이 자행된 국가 폭력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이어 "보안사 수사관들은 피고인을 영장 없이 연행하고 정식 구속영장 발부 전까지 불법 구금했다"며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않고 수집한 증거는 증거 능력이 없으므로 이를 유죄로 판단한 원심은 사실을 오인한 위법이 있다"고 무죄를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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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연합뉴스) 임채두 기자 = "국가보안사령부(보안부)에 끌려갔던 그 날을 40년 동안 단 한 번도 잊은 적 없습니다."
40년 만에 국가보안법 위반 오명을 벗은 이광철 전 국회의원은 8일 그 당시 스스럼없이 자행된 국가 폭력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27살 청춘이던 1982년.
이 전 의원은 전북 익산(당시 이리) 직업훈련소에서 예비군 훈련 통지서가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통지서를 찾으러 전주시 덕진구 송천동 동사무소로 들어가려던 찰나, 잠복해 있던 군 수사관들이 덮쳤다.
상황을 살필 겨를도 없이 검은색 세단 승용차에 몸이 구겨져 들어갔다.
영문도 모른 채 끌려간 곳은 전주보안부대 지하실.
냉혹한 국가 폭력은 어두컴컴하고 음습한 이곳에서 시작됐다.
별안간 쇠 파이프와 기다린 봉이 날아들었다.
온갖 매질이란 매질은 다 당했다. 말로 다 할 수 없는 끔직한 폭력과 고문이었다.
수사관들은 다짜고짜 "불라"고 했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인정하고 공범을 말하라는 뜻이다.
입을 열 수 없었다. 그렇게 며칠을 매질을 당하며 보냈다.
한줄기 따사로운 햇살과 자유가 서글프게 그리운 시절이었다.
당시를 떠올린 이 전 의원은 "매를 벌면서도 (수사관들을 향해) 끝까지 아니라고 말을 했다"며 "'당신들이 말하는 용공 서적은 버젓이 서점에서 판매되고 있고 대학 필독서다. 이것이 북한 고무 찬양이 될 수 없다'고 몇 번이나 말했다"고 토로했다.
자백을 받아내지 못한 수사관들은 이 전 의원을 전주보안부대 지하실에서 대공분실로 옮겼다.
그렇게 작성된 진술조서.
내용은 이 전 의원이 혐의를 시인했다는 허위였다.
1982년 12월 11일 구 국가보안법 제 7조1~2항 북한찬양고무 및 동조죄 등으로 기소됐다.
뒤늦게 알았지만, 기소 내용은 1981년 7∼8월 언론 문제, 통일 문제, 학생 운동 등에 관한 민주화 교육을 받고 이를 타인에게 학습시켰다는 것이었다.
광주 민주화 운동의 진상을 알고자 하는 청년들의 학습 모임을 '북한 찬양'이라고 매도했다.
1심 법원은 1983년 5월 이 전 의원에게 징역 3년 및 자격정지 3년을 선고했고, 그해 11월 형이 확정됐다.
이 전 의원은 1년 4개월 정도 억울한 옥살이를 하다가 형집행정지로 풀려났다.
그는 2020년 명예 회복을 위해 재심을 청구했고 결국 법원은 국가 권력의 위법성을 인정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심을 맡은 전주지법 제3형사부(조지환 부장판사)는 "피고인의 행위로 인해 국가의 존립·안전이 위태로워졌거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해를 가할 명백한 위험이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또한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한 정황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안사 수사관들은 피고인을 영장 없이 연행하고 정식 구속영장 발부 전까지 불법 구금했다"며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않고 수집한 증거는 증거 능력이 없으므로 이를 유죄로 판단한 원심은 사실을 오인한 위법이 있다"고 무죄를 내렸다.
일평생 따라붙은 오명이 40년 만에 벗겨지는 순간이었다.
이 전 의원은 "푸르디푸른 청춘을 그렇게 보내고 벌써 60대 후반이 됐다"며 "뒤늦게나마 무죄 판결을 내려준 사법부에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이어 "용공 척결이라는 이데올로기가 어지럽게 돌아다닐 무렵, 매일 조사받는 꿈을 꿀 정도로 정신적 고통이 심했다"며 "국가가 선량한 시민에게 용공, 빨갱이 딱지를 붙여 인생을 망가뜨리는 행위를 절대 용납해서는 안 된다. 국가는 국민의 행복과 기본권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d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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