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전 일본 총리 유세 중 총격으로 사망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2022. 7. 8.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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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68) 전 일본 총리가 8일 나라현 나라시에서 참의원 선거 유세 도중 40대 남성이 쏜 총에 맞아 사망했다. 일본 헌정 사상 최장수 총리이자 우익 세력의 구심점 역할을 해온 아베 전 총리의 사망은 10일 치러질 참의원 선거는 물론 개헌이나 방위력 강화 등 외교안보 정책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나라현립의대병원 의료진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치료 중이던 아베 전 총리가 오후 5시 3분에 사망했다고 밝혔다. 의료진은 아베 전 총리가 총상으로 인해 목 두 곳과 심장에 손상을 입었으며 과다출혈로 숨졌다고 설명했다. 의료진은 아베 전 총리가 병원 이송시 이미 심폐정지 상태였고 살리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앞서 아베 전 총리는 이날 오전 11시 30분쯤 나라현 나라시에서 거리 유세를 하던 중 두 차례 총성이 울린 후 가슴에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경찰 관계자는 아베 전 총리가 등 뒤에서 촌 송에 맞았다고 밝혔다. 아베 전 총리는 총격 약 15분 후 도착한 응급차에 실려 나라현립의대병원으로 이송됐으며 심폐 정지 상태에 빠졌다. 심폐 정지는 심장과 호흡이 정지했으나 의사에 의한 사망 판정을 받지 않은 상태를 말한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NHK에 아베 전 총리는 우측 경부(목)에 총상으로 인한 출혈이 있으며, 왼쪽 가슴 피하 출혈도 있다면서 “의식이 없고 용태는 꽤 나쁘다”고 밝혔다.

경찰은 현장에서 나라시에 사는 야마가미 데쓰야(41)를 살인 미수 혐의로 체포했다. 야마가미는 전직 해상자위대원으로 2005년경까지 약 3년간 근무했으며 현재 무직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원통 모양의 포신에 접착테이프를 감은 수제 총을 범행에 사용했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아베 전 총리에 대해 불만이 있었고, 죽이려고 생각해 노렸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고 NHK는 밝혔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지방 유세 일정을 취소하고 헬리콥터를 이용해 총리관저로 급히 복귀했다. 기시다 총리는 아베 전 총리의 사망 소식에 “나라를 사랑했고, 항상 시대를 한발 앞서 내다보며 이 나라의 미래를 열기 위해 커다란 실적을 다양한 분야에서 남긴 위대한 정치인을 잃었다”며 “아베 전 총리의 생각을 확실히 받아들여 계승해 책임을 다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저격 사건 직후 “민주주의 근간인 선거가 이뤄지는 가운데 일어난 비열한 만행으로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면서 “최대한 엄중한 말로 비난한다”고 규탄했다.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이번과 같은 만행을 용납하지 않으며 단호하게 비난한다”고 논평했다.

참의원 선거 투표를 이틀 앞두고 벌어진 전직 총리 피격 사건으로 일본 사회는 충격에 빠졌다. 제1 야당인 입헌민주당의 니시무라 지나미 간사장은 “민주국가인 일본에서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대사건이 발생했다”며 “단호하게 항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베 전 총리는 2006년 9월~2007년 9월과 2012년 12월~2020년 9월 두 차례에 걸쳐 총리를 지냈으며 일본 우익의 상징적 정치인이다. 그는 집권 자민당 내 최대 파벌인 아베파를 이끌고 있다.

박은하·김혜리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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