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역대 최장수 총리..한국과 수출규제·강제징용 '악연'
부친 지역구 물려받아 데뷔
2차례 걸쳐 9년 총리 재임
'아베노믹스' 정책 밀어붙여
지지율 한때 70% 넘기기도
◆ 아베 피습 사망 ◆
그는 2006년 당시 52세에 전후 최연소 총리에 취임했지만 건강 문제로 1년 만에 퇴진했다. 하지만 5년 뒤인 2012년 다시 총리직에 올라 2020년 9월까지 재임했다. 임기 후반 '벚꽃을 보는 모임' '모리토모 스캔들' 등 도덕적 악재가 잇따라 터지며 정치적 위기에 몰린 상황에서 또다시 건강 문제를 구실로 사임했다.
아베 전 총리는 재임 기간에 일본을 소위 '잃어버린 20년'에서 구해내겠다며 금융 완화로 대표되는 '아베노믹스'를 간판정책으로 내세웠다. 한때 70%가 넘는 지지율을 얻기도 했지만 정부의 재정 부담을 확대시켰다는 비판에 직면한 바 있으며, 코로나19 요인 등이 겹치면서 퇴임 때까지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는 아베노믹스와 함께 소위 '평화헌법' 이라고 불리는 헌법 9조의 개헌을 필생의 과업으로 삼아왔으며, 총리직에서 물러난 뒤에도 개헌 추진에 몰두해 온 것으로 알려져있다.
정치 명문가 출신인 그는 세습이 많은 일본 정계에서도 손꼽히는 세습 정치인이다. 1993년 외무상, 관방장관 출신이자 자민당 간사장 출신인 아버지 아베 신타로의 지역구를 물려받아 중의원에 당선, 정계에 입문했다.
일본 61~63대 총리를 지낸 기시 노부스케는 그의 외조부다. 기시 노부스케는 제국주의 시절 도조 히데키 내각에서 상공대신을 지내기도 해, 일제 패망후 도쿄 전범 재판에 회부됐지만 기소중지 처분을 받았다. 아베 신조 전 총리는 평소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외조부를 여러차례 언급했다. 친동생인 기시 노부오는 현재 방위상이다.
세습 의원으로서 별다른 경력이 없던 그가 지명도를 크게 높인 건 2000년 고이즈미 내각 때 불거진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였다. 납북자 문제 해결을 자신의 '최대 정치적 사명'으로 내세웠던 그는 대북 강경 대응을 고수하는 등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이며 스타 정치인으로 부상했다. 이 같은 인기에 힘입어 2003년 겨우 3선 의원 경력으로 자민당 서열 2위 간사장에 취임했다. 그가 52세의 나이에 일본 최연소 총리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배경에는 납북 문제가 가장 크게 자리했던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퇴임 후에도 그는 집권 자민당 내 최고 파벌인 아베파(옛 호소다파) 수장으로서 큰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해왔다. 지난해 9월 실시된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기시다 후미오 현 총리가 유권자 선호도 1위인 고노 다로 당시 행정개혁 담당상을 누르고 당선될 수 있었던 것도 그가 기시다 총리를 밀어줬기 때문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이런 영향력을 바탕으로 그는 퇴임 후에도 필생의 과업으로 매달려 온 개헌과 방위력 강화를 앞장서 추진해 왔다. 최근에도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향후 5년에 걸쳐 일본의 방위비를 국내총생산(GDP)의 2%를 넘는 수준으로 늘리는 방안을 자민당 공약으로 강력하게 밀어붙이기도 했다.
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지난 2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일부가 채택 중인 '핵 공유'를 일본에서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일제 강점기 조선인 강제 노역 현장인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천도 그의 입김이 작용한 사례로 지적된다.
해외에서 평가와 별개로 그는 일본내에서 집권 기간 비교적 정치를 안정시키고 현실주의 노선을 지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는 한 해 동안 5차례 정상회담을 가질 정도로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고, 2012년 중국과의 영유권 분쟁 지역인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국유화하면서도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시키기도 했다.
[도쿄 = 김규식 특파원 / 신윤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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