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에 실린 큐브위성, 지방대학 꿈 우주에 펼쳤죠"

진창일 2022. 7. 8.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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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브위성 4기 중 유일 지방대
'조선대 오현웅 교수팀'
"부임후 본 우주공학과 학생들
주류회사 취직·공무원 준비
꿈 다시 심어주려 위성 제작"
2013년 맨땅서 학생들과 연구
2018년 인도로켓에 탑재 발판
큐브위성 사출·수신에 성공
교신성패는 조금 더 지켜봐야
백두산 폭발징후관측 임무수행
반도체 대란에 부품공급 차질
납품 전날까지 밤새워 시험
조선대학교 큐브위성 개발 연구팀이 누리호 발사체에 실린 큐브위성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재섭 석사 과정생, 손민영 박사 과정생, 박태용 박사 졸업생, 김혜인 박사 과정생, 박재현 석사 과정생. [사진 제공 = 조선대학교]
"지방대도 위성을 만들 수 있는 실력을 보여줬죠."

지난달 30일 누리호에 실린 4기의 큐브위성 중 처음으로 사출 및 정보 수신 성공을 거둔 조선대학교 연구팀의 소감이다. 오현웅 조선대 스마트이동체융합시스템공학부 교수(52)와 손민영 박사 과정생, 김혜인 박사 과정생, 최재섭 석사 과정생, 박재현 석사 과정생이 그 주인공이다. 그들의 우주로 향하는 여정에는 부족한 인프라스트럭처와 인재난에 허덕여야 했던 지방대의 애환이 담겨 있었다. 오 교수는 8일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큐브위성을 제작한 배경에 대해 "2012년 조선대에 부임했을 때 항공우주공학과 학생들이 전공조차 제대로 살리지 못한 채 방황하는 모습을 보고 큐브위성 제작에 뛰어들 생각을 했다"고 털어놨다. 우주항공학도라는 꿈을 키우며 대학에 진학한 학생들이 나중에 주류회사나 제약회사 영업사원으로 취직하거나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는 것.

오현웅 교수
오 교수는 학생들에게 꿈을 다시 심어주기 위해 2013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큐브위성 경연대회'에 뛰어들었다. 그는 처음 위성 제작에 착수했던 당시를 "맨땅에서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학생들이 직접 설계·제작을 맡아 큐브위성을 만들어 나갔고,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와 국방과학연구소에서 근무했던 오 교수의 경험이 밑천이었다. 5년에 걸친 개발 끝에 조선대 연구팀은 2018년 인도의 'PSLV 발사체'로 'STEP Cube Lab-I' 큐브위성을 쏘아올렸고 신호 수신도 성공했다.

오 교수는 "지방대 학생들이 경쟁력을 갖추려면 실무를 겪어야 하는데 직접 큐브위성을 만드는 방법 외엔 떠오르지 않았다"며 "중대형 위성은 1기 제작에 수천억 원이 필요하지만 큐브위성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억 원이면 가능해서 대안으로 삼을 만했다"고 회고했다. 당시 인도 발사체에 실린 큐브위성을 개발했던 학생들도 전공을 살려 항공우주 분야 기업에 진출했다. 이번 큐브위성 개발에는 항공우주기업에 취직한 졸업생도 참여했다고 한다. 다음 목표는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의 큐브위성으로 잡았다. 조선대 연구팀은 누리호(KSLV-Ⅱ)에 실은 'STEP Cube Lab-Ⅱ' 큐브위성에 뛰어들었다. 해외 의존도가 높은 핵심 부품을 국산화하는 모험도 시도했다. 국내 산업체 핵심 부품에 조선대 연구팀에서 개발한 태양전지판 관련 신기술을 적용했다. 국내 기술 핵심 부품 비중도 50%를 넘겼다.

핵심 부품 국산화 시도에도 큐브위성을 만드는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전 세계 반도체 대란으로 해외 부품 공급이 지연돼 시험 자체가 불가능했다. 손민영 박사 과정생(27)은 "지난 5월 큐브위성 납품 전날까지 밤을 새우면서 시험에 매달렸다"면서 "하루하루 시험 일정이 밀릴 때마다 '시간이 조금만 더 있었더라면' 하고 걱정이 많았는데 무사히 발사된 뒤 큐브위성 신호를 수신하고 나서야 안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항공우주 분야에서 불모지나 다름없는 광주·전남에서 큐브위성을 만든다는 점도 난관이었다. 그는 "항공우주 인프라가 확보된 수도권 등 대학들은 서로 정보 교류가 활발했다"며 "지방 같은 경우는 수도권보다 항공우주 인프라와 기업이 부족하다 보니 기술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고 말했다. 큐브위성 사출 성공이란 결실 뒤에도 인재난을 걱정해야 하는 것이 지방대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오 교수는 "큐브위성 개발 당시 10명으로 시작했던 연구팀이 최종적으로는 4명으로 줄었다"면서 "이번 큐브위성 발사를 계기로 지방대학의 열악한 연구 분야 지원, 국내 우주 분야 중소기업 인력 확보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 교수는 "일본 같은 경우는 오사카 위성, 홋카이도 위성, 나고야 위성 등 지자체가 개발한 위성이 많다"며 "이를 롤모델로 삼아 필요한 위성을 만들려는 시도나 발사체 클러스터와 융합할 수 있는 구체화된 목표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조선대 큐브위성은 지난달 30일 첫 정보 수신부터 총 12회 수신 기회 중 8회가 성공하면서 작동이 확인됐지만 이후 수신이 잘 되지 않고 있는 상태다. 큐브위성의 성패는 △1단계 누리호 탑재 성공 △2단계 신호 송수신 및 태양 전지판 안테나 전개 △3단계 백두산 관측 임무 수행 등 총 3단계로 따져볼 수 있다.

손 박사과정생은 "현 단계는 2단계 중 절반 정도 도달한 상황"이라며 "전체적으로 성공이라 할 수 있는 상태는 아니지만 신호가 끊긴 위성이 몇 주 뒤에 수신이 재개된 경우 등이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광주 = 진창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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