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표 지키려는 '이준석', 뺏으려는 '중진들'

이준석 "당 대표 물러날 생각 없다"
일각선 벌써 차기 지도체제 움직임
이준석, 윤핵관·중진 충돌 블가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8일 국회에서 열린 중앙윤리위원회에 출석해 '성 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을 소명한 뒤, 기자들을 만나 입장을 밝히고 있다.<연합뉴스>

'성상납 증거인멸 교사'로 당원권 6개월 정지 징계를 받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불복을 선언했다. 그러나 이 대표의 윤리적 책임론을 고리로 대표직 사퇴 압박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와 적대적 관계로 볼 수 있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등 일부 중진이 물밑에서 당권을 노리고 있어서다. 반면 이 대표는 법적 대응에 나서면서 대표직을 사수하기 위해 총력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극심한 자중지란이 예상된다.

이 대표는 8일 오전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 인터뷰에서 '당 대표에서 물러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럴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윤리위원회 규정을 보면 윤리위원회의 징계 결과 징계 처분권이라고 하는 것이 당 대표에게 있다"며 "(징계를) 납득할 만한 상황이 아니라면 우선 징계 처분을 보류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 윤리위 당규 제23조 2항을 언급한 것이다.

그러면서 "처분이라든지 재심이라든지 이런 상황들을 판단해서 모든 조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지금 수사 절차가 시작되지도 않았다"며 "아무래도 윤리위원회의 형평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사기관의 판단이나 재판 결과가 나오면 그에 따라 윤리위가 처분을 내리는 것이 지금까지 정치권에서 통용되던 관례였다"고 지적했다.

또 "JTBC에서 이번 윤리위에 대한 윗선 의혹이 있다고 보도를 하고 사실 후속 보도도 계속 있을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해당 보도를 보고 익명 처리된 부분 일부는 바로 보자마자 (윗선이 누군지) 식별할 수 있었다"고 했다. 다만 "확정 지어서 말하긴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윤리위에 영향을 준 세력과 관련해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이라고 분류되는 분들은 굉장히 신나서 얘기를 많이 하시더라"면서 "윤심이(尹心)라는 것이 등장하는 그런 개연성은 아직 전혀 모르겠다"고 밝혔다.

현재 이 대표는 윤리위 재심 청구,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당 대표 권한으로 윤리위 해체, 최고위를 통한 윤리위 결정 무효화 등 많은 방법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 대표와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등 일부 중진 사이에 당권을 두고 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 벌써부터 이들 의원들은 이 대표의 사퇴를 전제로 차기 지도체제를 구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궐위된 당 대표의 잔여 임기가 6개월 이상이면 60일 이내에 임시 전당대회를 열도록 한 당헌 규정에 따른 것이다. 당권 주자들도 거론되고 있다. 원내대표를 지낸 김기현 의원이나 인수위원장으로 활약한 뒤 입당한 안철수 의원이다. 결국 이 대표가 지도부에 복귀한다는 고려는 전혀 없는 셈이다.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 시나리오도 나온다. 이는 권성동 원내대표 등이 선호하는 안으로 알려져 있다. 비대위 체제로 전환할 경우, 연말 정도까지 비대위 체제로 당을 운영한 뒤 이 대표의 잔여임기가 6개월 이내로 좁혀지는 내년 상반기 중 정식 전당대회를 치르게 된다. 이 대표가 윤리위 결과에 불복할 것을 염두에 둔 시나리오로 보인다. 당장의 내홍은 피하면서 이 대표에게 사퇴를 종용할 수 있는 시간을 벌려는 의도로도 분석된다.

당 내부에서도 이 대표가 물러나야 한다는 시각이 다수다. 1년 동안 당 여기 저기서 충돌하며 분란의 기폭제 역할을 했던 만큼, 윤리위 징계와 맞물려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여론이다.

당 관계자는 "이 대표가 총선과 지선과정에서 여러 의원들과 마찰이 있을 때, 한 발도 물러서지 않고 거듭 충돌했던 것이 감정의 골을 깊어지게 만들었다"며 "이 대표는 '윤핵관'을 비롯한 의원들이 연소한 나이와 '0'선을 빌미로 자신을 무시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고, 상대는 이 대표가 '화려한 언변'으로 자신에게 모욕을 주고 있다는 식으로 생각한 것처럼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어 "논리와 철학의 충돌이 아니라 그저 감정 싸움"이라며 "개인적으로는 이 대표가 포용적인 모습을 보였어야 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헌정 사상 최초 30대 대표라는 상징성에다 대선·지선까지 이겨 앞날이 말 그대로 꽃길이었다"며 "이 대표가 (사람들을) 품고 고개를 숙였다면 정치적으로 크게 성장할 수 있었는데, 그 기회를 일단은 놓친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김세희기자 saehee0127@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