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숙박 허용하며 규제 덕지덕지.."年 180일만 영업하라니"

고은이/강진규 2022. 7. 8.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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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사람들을 만나면 다 '이런 혁신 서비스는 꼭 필요하다'고 공감해요. 그러고선 뒤에 가서 규제를 때립니다. 겉과 속이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공유 전동킥보드 서비스 '킥고잉'을 운영하는 최영우 올룰로 대표는 8일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규제 샌드박스에 회의적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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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주머니 찬 기업들
(6) 허점투성이 규제 샌드박스
배달통 디지털 광고 서비스에
"오토바이 100대만 운영하라"
실증사업 승인받고 기대했는데
제한만 잔뜩..규제 완화 시늉만
632개 과제 중 제도개선 20%뿐
공무원은 눈치 보며 면피 '급급'

“정부 사람들을 만나면 다 ‘이런 혁신 서비스는 꼭 필요하다’고 공감해요. 그러고선 뒤에 가서 규제를 때립니다. 겉과 속이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공유 전동킥보드 서비스 ‘킥고잉’을 운영하는 최영우 올룰로 대표는 8일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규제 샌드박스에 회의적이 됐다”고 말했다. 규제 샌드박스는 신기술·신산업에 규제를 한시적으로 유예해주는 제도다. 2년 유예(1회 연장 가능) 기간에 법령 개정 등 규제 개혁이 없으면 해당 규제는 다시 그대로 적용된다. 최 대표는 “규제 샌드박스 기간에 정부는 이해당사자들의 입장을 조정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그게 잘 안됐다”고 했다.

 ○스타트업 잡는 ‘개미지옥’

2019년 규제 샌드박스의 공유 퍼스널 모빌리티 실증사업으로 일부 지역에 전동킥보드의 자전거도로 주행이 허용됐을 때 최 대표는 킥보드 운행과 안전에 대한 합리적 기준이 마련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전동 킥보드의 자전거도로 주행 허가, 면허 규제 완화 방안이 정치권에서 논의됐다. 하지만 몇 차례의 법 개정 끝에 돌아온 건 도리어 규제 강화였다. 지난해 5월 시행된 도로교통법 개정안에 따르면 공유킥보드 탑승자는 헬멧을 꼭 착용해야 하고, 면허도 있어야 한다. 최 대표는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이해당사자의 입장이 조율되고 정책 방향이 잡힐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다”고 했다.

2019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1호 규제 샌드박스 지정을 받은 장민우 뉴코애드윈드 대표는 허용 지역과 운행 대수를 잔뜩 제한한 채 허용된 시범사업이 오히려 마치 신산업에 나선 스타트업을 잡아먹는 ‘개미지옥’ 같았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오토바이에 장착하는 배달통을 디지털화한 광고 서비스 ‘디디박스’ 사업을 2020년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시작했다. 장 대표는 “행정안전부가 처음엔 오토바이 100대만 가지고 영업하라면서 추가 허용을 해주지 않았다”고 했다. 디디박스 광고 모델에 관심을 나타낸 회사들도 있었지만 운행대수와 지역이 제한됐다는 것을 확인하고 등을 돌렸다.

 ○절반은 ‘사업 중단’

국무조정실에 따르면 2019년 규제 샌드박스 제도가 시행된 뒤 올 1월까지 총 632개 과제가 실증특례 등으로 승인됐다. 이 중 실제 규제 철폐 등 제도 개선으로 이어진 사례는 129건(20.4%)뿐이다. 부가조건 등의 문제로 사업을 중단했거나 시작하지 못한 사례가 271건(42.9%)이나 됐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규제를 풀었다가 자칫 문제가 생기면 담당 공무원이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웬만해선 규제 완화에 나서려 하지 않는다”고 했다.

당장 비상장주식 거래 플랫폼도 금융 분야 규제 샌드박스(혁신금융서비스) 시행 2년여 만에 사실상 ‘개점휴업’ 위기에 놓였다. 금융위원회의 규제 강화로 일반 투자자 거래 기준이 까다로워지면서 이달부터 거래 종목이 급감했다. 금융위가 이들 업체의 혁신금융서비스 허가를 연장하면서 기업정보 공개 등 조건을 강화했기 때문이다.

한국형 에어비앤비 ‘위홈’도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내국인 대상 숙박사업을 하고 있지만 엄격한 부대 조건 때문에 사업 확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관광진흥법상 공유숙박은 외국인 대상 영업만 가능한데 정부는 2020년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내국인 대상 공유숙박을 허용하면서 연간 영업일수 180일 이내 등 까다로운 단서 조항을 달았다. 모텔업 등 숙박업체의 반대가 심해서다.

고은이/강진규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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