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안구단] 피격 사망한 아베..'일본 우익의 상징'이 남긴 말, 말, 말
*JTBC 온라인 기사 [외안구단]에서는 외교와 안보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알찬 취재력을 발휘해 '뉴스의 맥(脈)'을 짚어드립니다.
"나라를 위해 산화한 영령에 대해 존경의 뜻을 표하기 위해 참배했습니다." (지난 4월, 야스쿠니 신사 참배 뒤)
석 달 전 야스쿠니 신사에 모습을 드러낸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야스쿠니 신사는 일본 군국주의를 상징합니다. 과거 일본이 벌인 온갖 전쟁에서 숨진 이들을 모은 곳으로, 태평양 전쟁 A급 전범도 합사돼 있습니다. 그러니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다는 것은 일본이 자행한 침략 전쟁을 정당화하는 것처럼 여겨져 왔습니다.
■ "영령에 존경"…전범 있는 신사 참배
'침략에 정의는 없다'던 아베 전 총리는 거리낌 없었습니다. 아베 전 총리는 지병인 궤양성 대장암 때문에 재작년 6월 총리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다녀갔습니다. 퇴임 후 외부에 드러난 참배만도 6번에 달합니다. 그는 현직 총리일 때도 참배했습니다. 재집권하고 이듬해인 2013년 12월 공개적으로 신사를 참배했습니다. 당시 우리나라를 비롯해 주변 국가들의 반발이 거셌습니다. 이를 의식한 듯 이후 재임 동안에는 직접 참배 대신 공물을 봉납했습니다. 그러나 퇴임 후 보수 강경파로서의 행보는 과감해졌습니다.
■ 피해자에 편지? "털끝만큼도 생각 안 해"
"(한국 정부가 총리의 사과 편지를 요구하는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털끝만큼도 생각하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2016년 10월, 일본 중의원 예산위원회 중)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한일 외교장관들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합의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9개월 뒤쯤 나온 이 발언은 우리나라를 자극하기에 충분했습니다. 당시 아베의 답변은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편지를 보내는 것이 2015년 위안부 합의에 포함된 사항은 아니라는 취지였습니다. 하지만 '일본이 10억 엔(우리 돈 약 96억 원)을 출연하기로 했으니 끝났다'는 것이 일본 정부의 진짜 입장이 아니겠냐며 논란이 일었습니다. 단순히 '돈을 배상할 것이 아니라 사과가 필요하다'는 우리 입장과 달랐기 때문입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이 합의 자체를 부정하면서는 더욱 부딪혔습니다.
■ 위안부도 강제노역도…지난했던 '역사전'
"(한국과) 역사전(戰)을 걸어온 이상 피할 수 없습니다." (지난 2월, 소셜미디어 게시)
일제강점기 때 조선인이 강제 노역했던 사도광산을 올해 초 일본 정부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기로 끝내 추천을 올린 것에도 그 뒤에 아베의 입김이 있었습니다. '또 다른 강제노역 현장인 군함도를 세계문화유산에 올릴 때 한 약속도 안 지켰다'며 우리 정부가 강하게 반발하자 현 기시다 내각은 추천을 망설이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한국과 역사 전쟁을 준비해야 한다'는 아베파의 강경한 입장은 막판에 추천 쪽으로 돌아서게 했습니다. 이미 2018년 아베 당시 총리는 일제강점기 강제 동원 노동자들에 대한 우리 사법부의 판결에 반발해 우리나라에 수출 규제를 한 바 있습니다.
한일 간 가장 민감한 역사 문제로 매 순간 각을 세우면서 아베 재임 동안 우리와는 썩 관계가 좋지 못했습니다. 그가 오늘(8일) 기습 총격을 받은 직후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 회의 참석차 인도네시아에 가 있던 박진 외교부 장관은 하야시 요시마사 외무상을 찾아가 "매우 충격적인 소식"이라면서 "쾌유를 기원한다"고 했다고 외교부 대표단은 전했습니다. 저녁 무렵 아베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외교부는 공식 성명을 내고 "유가족과 일본 국민에게 깊은 애도와 위로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진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박 장관은 직접 애도를 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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