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재심·가처분" vs 權 "즉시 직무대행"..與, 집권 59일만에 대혼돈
與, 조기 전당대회·비대위 '저울질'
혼돈 속 '당권 경쟁' 급물살 탈 듯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에 대한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 결정이 내려진 8일 권성동 원내대표는 분주하게 움직였다. 이른 오전 원내대책회의를 주재하며 당대표 직무대행을 맡겠다고 밝힌 데 이어 오후엔 최고위원회를 소집해 당대표 직무대행으로서 첫 역할을 수행했다. 중앙윤리위원회 당대표 중징계에 따를 갈등과 내홍을 조기에 수습하려는 행보다.
정치권에선 권 원내대표의 직무대행 체제가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당내 세력 다툼을 관리해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를 뒷받침하는 게 급선무다.
징계 효력 시점부터 이견
윤리위가 이 대표 징계를 의결한 이날 국민의힘 내부에선 아침부터 당헌·당규 해석을 두고 논쟁이 벌어졌다. 핵심은 징계 효력 시점이다. 권 원내대표와 윤리위는 의결 즉시 징계 효력이 발생한다고 판단했다. 징계 의결 시 이 대표의 직무도 정지된다는 게 이들 주장이다.
권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윤리위 징계 의결 즉시 효력이 발생해 당대표 권한은 정지되고 그 권한은 원내대표가 직무대행을 하는 것으로 당헌(29조)에 따라 해석된다”고 말했다. 궐위에 따른 ‘권한대행’은 아니지만, 대표의 직무가 정지돼 원내대표가 그 직무를 대신한다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재심청구 조항을 꺼내들었다. 윤리위 규정에 따라 앞으로 열흘간 소명 기간을 거친 뒤에야 대표 직무가 정지된다는 주장이다. 이렇게 되면 이 대표는 징계 처분을 취소·정지할 권한을 갖는다. 윤리위 규정 30조에 따르면 당대표는 최고위원회 의결을 거쳐 징계 처분을 취소·정지할 수 있다. 이 대표가 이날 한 라디오에서 “윤리위 징계 처분권은 당대표에게 있다. 징계 처분을 보류할 생각”이라고 말한 배경이다.
다만 직무대행 체제에선 최고위 주재 권한이 권 원내대표에게 있다. 이 때문에 최고위를 열어 징계 절차를 정지시키겠다는 이 대표의 전략은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권 원내대표는 ‘이 대표의 불복 의사에도 직무대행 체제가 되느냐’는 질문에 “(당헌·당규상) 그렇게 해석한다”고 답했다.
변수는 여론과 경찰 수사 결과
이 대표가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낼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징계의 적절성을 두고 법적 공방이 예상된다.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은 행위의 절차상 하자가 있었는지가 주된 쟁점이다. 그런 만큼 법원에서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기는 어렵다는 게 법조계 시각이다.
이 대표는 징계 기간이 끝나면 복귀해 남은 임기 5개월을 채우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당 안팎에서 쏟아지는 자진 사퇴 압박을 견딜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당 내홍이 깊어질수록 이 대표에 대한 사퇴 압력은 커질 수 있다.
남은 변수는 여론과 경찰 수사 결과다. ‘윤리위 징계가 정치적 음해’라는 프레임을 통해 2030 지지층 이탈과 계파정치 부활 논란이 부각되면 당내 여론이 흔들릴 것이란 분석이다. 이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당원 가입을 독려하는 글을 올리며 여론전에 나섰다. 이 대표 측 인사인 김용태 청년최고위원은 “윤리위가 당원과 국민이 뽑은 당권에 대해 쿠데타를 일으켰다”고 말했다. 경찰 수사에서 성 상납 의혹과 관련해 무혐의가 나오면 이 대표가 조기 복귀할 가능성도 있다.
복잡해진 차기 당권 구도
이 대표 거취에 따른 차기 당권 구도에도 관심이 쏠린다. 먼저 이 대표가 당 안팎의 압력에 의해 스스로 당대표를 내려놓는 경우다. 당헌에 따르면 궐위된 당 대표의 잔여 임기가 6개월 이상이면 60일 이내에 임시 전당대회를 열어야 한다. 임시 전당 대회를 통해 구성되는 임시 지도부는 이 대표의 잔여 임기인 내년 6월까지 활동하게 된다. 이후에는 다시 전당대회를 열어 2024년 총선 공천권을 갖는 지도부를 선출해야 한다.
당헌·당규를 고쳐 임시 지도부가 아니라 2년 임기의 당대표를 뽑는 조기 전당대회를 열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 경우 새 대표가 차기 총선까지 관리하게 된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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