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유세 중 총 맞아 심폐정지..용의자 "죽이려고 노렸다"(종합4보)

강민경 기자 2022. 7. 8.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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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세 남성 용의자 현장에서 체포.."정치적 원한은 아냐"
도쿄로 급히 돌아온 기시다 "비열한 만행 용서 못해"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가 8일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일본 서부 나라시에서 선거 유세 도중 총격을 맞고 쓰러졌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이유진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참의원 선거를 이틀 앞둔 8일 나라현 나라시에서 유세 연설 중에 총격을 받아 중태에 빠졌다.

살인미수 혐의로 체포된 용의자 야마가미 데쓰야(41)는 경찰 진술에서 "아베 전 총리에게 불만이 있고, 죽이려고 생각해 노렸다"며 "정치적 신념에 대한 원한은 (범행 동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NHK방송 등 일본 매체에 따르면, 아베 전 총리는 오전 11시30분쯤 야마토사이다이지역 앞에서 가두 연설을 하던 중 총성과 비슷한 소리가 2번 울리자 가슴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현장에 있던 관계자는 연설이 시작된 지 1~2분 뒤에 2발의 총성이 들렸다고 말했다. 경찰 당국은 아베 전 총리가 구급차에 실려갈 때까지만 해도 의식이 있었다고 밝혔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아베 전 총리는 지금 심폐정지 상태이며, 헬기를 통해 가시하라시에 있는 나라현립 의과대학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심폐 정지는 심장과 호흡이 정지했으나, 의료진으로부터 사망 판정을 받지 않은 상태를 의미한다.

아베 신조 일본 전 총리가 피습 직후 가시하라시에 있는 나라현립 의과대학 병원으로 이송됐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윤영 기자

NHK에 따르면 일본 소방청은 아베 전 총리가 집중 치료실에 있으며 오른쪽 목에 총상을 입었고, 왼쪽 쇄골 부위에도 피하 출혈이 있다고 발표했다.

일본 소방청 발표를 보면 Δ나라시 소방국에는 사건이 11시31분에 보고됐으며 Δ구급대는 1분 후인 11시32분에 출동했고 Δ11시36분에 의료 헬기 출동 요청이 있었다.

이후 Δ오전 11시37분에 구급대가 현장에 도착했고 Δ이로부터 17분 후인 11시54분에 아베 전 총리가 구급차에 실려갔으며 Δ오후 12시9분에 의료 헬기를 이용해 12시 20분쯤 의료기관에 도착했다. 현장에는 지휘대 2대와 소방대 2대, 구조대 1대, 구급대 1대가 출동해 있었다.

자민당 아베파 관계자는 아베 전 총리가 오는 10일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8일 나라시에서 가두 연설을 하고, 이후 교토부에서도 가두 연설을 한 뒤 사이타마현으로 갈 예정이었다고 설명했다.

◇총격범은 41세 남성…"수제총으로 쏴" "해상자위대 출신"

용의자 야마가미는 현장에서 체포될 당시 마스크에 안경, 셔츠와 긴바지 차림이었다. 후지TV는 용의자가 해상자위대 장교 출신이라고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2002년 임기부 자위관으로 입대해 2005년에 퇴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가 8일 일본 서부 나라시에서 선거 유세 도중 총격을 맞고 쓰러진 가운데, 용의자가 현장에서 제압당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이유진 기자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총성이 한 번 울렸을 때 아베 전 총리의 약 5m 뒤에 남자 한 명이 있었고, 다시 한 번 펑 소리가 났다. 경호원이 그 자리에서 남자를 붙잡았고, 남자는 검은 통을 비닐로 둘둘 감은 듯한 무언가를 들고 있었다. 붙잡힐 때는 다소 저항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일부 목격자들은 총격범과의 거리가 대략 2.5~3m 정도 된 것으로 짐작했다.

경찰 관계자는 앞서 용의자가 사용한 무기를 산탄총으로 추정했지만, 교도통신에 따르면 나라현 경찰은 이후 "아베 전 총리가 산탄총이 아닌 권총에 맞았다"고 밝혔다. 다만 수사 관계자는 NHK에 "압수된 총은 수제 총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베 전 총리의 동생인 기시 노부오 방위상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아베 전 총리의) 회복을 기원한다"며 "이번 총격은 민주주의에 대한 모독 행위"라고 분노했다. 기시 방위상은 총격범이 전직 해상자위대원이라는 보도와 관련해 언급을 피하면서도 "용의자의 배경이 어떻든 간에 이는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고 일갈했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총기에 피격된 가운데, 일본 수사관들은 총격 사건에 사용된 것이 '수제총'이라고 8일 밝혔다. © 뉴스1 (트위터 게시글 캡쳐 갈음)

◇"폭죽 소리인 줄 알았다"…"충격 받아 그 자리에 쓰러져"

현장에 있던 목격자들은 충격을 금치 못했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총격 현장을 본 여성 스태프 중 하나는 충격을 받아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주위에는 경호원을 포함해 약 20명 정도가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마이크로 "의사는 없습니까?" "진정해 주세요" 등의 음성이 나왔고, 누군가가 근처 은행에 있던 자동제세동기(AED)를 가져왔다.

발포 당시 가까이에 있었다는 한 여성 목격자는 NHK 인터뷰에서 "아베 전 총리가 연설을 하고 있는데 뒤편으로 남자가 왔다"며 "두 번째로 (총이) 발사되는 순간 그가 쓰러졌고 주변 사람들이 모여 심장 마사지를 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인근에서 바를 운영하는 닛타 도요라는 남성은 마이니치 인터뷰에서 "처음엔 누가 장난으로 폭죽을 터뜨린 줄 알았다. 갑자기 일어난 일에 놀랐다"고 말했다.

소셜미디어(SNS)상에도 현장을 촬영한 사진과 영상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그중 11시35분쯤 트위터에 올라온 사진에는 양복을 입은 여러 명의 남성들이 누군가를 잡고 있는 듯한 모습이 담겼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8일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피습과 관련해 긴급 기자회견을 벌이던 도중 눈물을 보이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윤영 기자

◇참의원 선거 앞두고 정치활동 일시중지

불과 이틀 남은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일본 정치권은 혼돈 속에 빠졌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야마가타현에서 유세 연설을 하다 일정을 바꿔 헬기를 타고 도쿄로 돌아와 오후 3시에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시다 총리는 취재진 앞에서 눈물까지 보이며 "민주주의의 근간인 선거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일어난 비열한 만행을 결코 용서할 수 없다"고 분노했다.

그는 이번 사건이 정국에 끼칠 영향에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 "지금 열심히 구급, 구명조치가 진행되고 있는 중이므로 향후 정국에 미치는 영향 등은 지금 언급해선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4시30분부터 기시다 총리는 각료들을 모아 회의를 열고 향후 대책을 논의했다. NHK는 각료들이 아베 전 총리의 현 상태를 확인하고 용의자의 범행 동기와 사건 배경을 분석했으며, 이틀 후 실시되는 참의원 선거 때 대응이나 향후 정치 일정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고 전했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일본 총리 관저 위기관리센터는 11시45분 이 사건과 관련해 대책실을 설치했다. 일본 경찰청 또한 경비국장을 수장으로 하는 대책본부를 설치했다.

자민당의 선거운동은 일시 중지됐다. 일단 모든 입후보자에게 선거 운동을 취소하도록 지시하는 방향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당들도 선거운동을 멈추고 있다. 공명당은 입후보자들에게 "모두 자숙하라"고 연락했고, 일본유신회 또한 당대표와 당 부대표의 가두 연설을 모두 중지했다.

이미 판세가 자민당에 유리하게 흘러가던 상황에서 이번 사건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FNN은 8일 조사와 취재를 통해 최종 판세 분석을 했다며 자민당과 연립 여당인 공명당이 개선 의석 중 과반을 웃도는 70석대 의석을 획득할 것으로 내다봤다.

past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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