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에 이어 G20 외교장관회의에서도 한일 회담 불발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8일 개최된 G20(주요 20개국) 외교장관회의에 박진 외교부 장관과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외무상이 같이 참석했으나 양국 장관의 회담은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 한·일 정상 간 만남이 불발된데 이어 이번에 장관급 회담도 성사되지 않음으로써 냉랭한 한·일 관계의 현주소를 실감케했다.
박 장관과 하야시 외무상은 이날 회의장 안팎에서 몇차례 조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의례적인 인사를 나누었을 뿐 한·일 관계 현안 등에 대해 의미있는 대화가 오고가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박 장관은 이날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의 피격 소식을 듣고 회의장에서 하야시 외무상에게 다가가 “매우 충격적인 소식”이라며 “아베 전 총리의 쾌유를 기원한다”고 위로를 전했다.
이번 G20 회의에서 한·일 외교장관회담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예정된 것이기도 했다. 한·일 갈등의 주요 원인이 여전히 남아 있는데다 일본 참의원 선거를 이틀 앞둔 시점이어서 한·일 관계 현안에 대한 일본 측의 운신의 폭이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의 한 소식통은 “이번 G20 계기에 양국 장관이 자연스럽게 조우할 기회는 많이 있겠지만 양국의 사정을 감안해 공식적인 만남을 추진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본 참의원 선거 이후에는 한·일 관계에 새로운 국면이 열릴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일본이 국내정치적 요소에서 훨씬 자유로은 여건이 조성될뿐 아니라 한국에서 양국 간 최대 갈등 현안인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의 해결을 위한 민관협의회가 공식적으로 출범해 본격적인 관계 개선 방안을 모색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 장관이 이달 중순쯤 일본을 방문해 하야시 외무상과 정식으로 회담을 갖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사히신문 등 일본 매체들은 8일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박 장관이 18~21일 일본을 방문해 하야시 외무상과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 문제 해결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정부는 올해 8·15 이전에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전기를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일본과 집중적인 협의를 가질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다음달 초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한·일 외교장관이 만나게 되면 의미있는 대화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유신모 기자 sim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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