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릉뷰' 아파트 건설사 승소..법원 "문화재청 공사 중단 명령 부당"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김포 장릉 부근의 아파트 공사를 중지하라는 문화재청의 명령은 부당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재판장 이주영)는 8일 건설사 대광이엔씨와 제이에스글로벌이 문화재청을 상대로 낸 공사중지명령처분 취소 청구 소송 선고 공판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대광이엔씨 등 3개 건설사는 2019년 무렵 인천 검단신도시에 3400여세대 규모의 아파트 공사를 시작했다. 공사가 한창이던 지난해 7월 문화재청은 아파트 44개 동 가운데 19개 동에 대한 공사중지 명령을 내리고, 아파트 상층부 철거 등 개선안을 요구했다. 해당 아파트들이 들어서는 곳은 유네스코 문화유산인 김포 장릉 반경 500m 이내에 있는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으로, 문화재보호법에 따른 사전 심의를 받아야 함에도 이 같은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김포 장릉은 조선 인조의 아버지 추존왕 원종과 부인 인헌왕후의 무덤이다. 장릉을 포함한 조선왕릉 40기는 200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그러나 건설사들은 이 같은 문화재청의 명령에 불복하며 공사중지명령을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건설사들의 청구를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해당 아파트들이 위치한 지역이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문화재보호법은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의 범위를 문화재 외곽경계로부터 ‘500m 이내’ 범위에서 조례로 정하도록 하고 있는데, 경기도 조례에는 주거지역의 경우 ‘200m 이내’를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으로 정하고 있다. 아파트 공사 지역은 김포 장릉에서 200m 이상 떨어져 있기 때문에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이 아니라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재판부는 또 해당 아파트 공사가 문화재보호법이 규정한 ‘국가지정문화재의 경관을 저해할 우려가 있는 건축물을 설치하는 행위’에 해당하지도 않는다고 봤다. 문화재보호법은 ‘안산(능이 마주 보는 산)의 조망성을 확보해야 한다’고만 규정할 뿐, 멀리있는 조산, 즉 계양산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은 ‘경관의 저해’ 여부를 판단하는 요소가 아니라고 봤다. 재판부는 장릉의 안산이 이미 훼손됐다는 점, 아파트 상층부 철거 시 건설사와 입주예정자들이 입을 막대한 손해에 비해 조망권 회복의 정도가 크지 않다는 점 등도 감안했다.
박용필 기자 phi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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