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혼, 이혼 부추기는 미디어, 청년들은 정말 결혼이 하기 싫을까?
‘우리 이혼했어요’, ‘오은영 리포트 : 결혼지옥’, ‘결혼과 이혼 사이’ 등 요즘은 이른바 ‘이혼 예능’이 대세입니다.
프로그램을 시청하다 보며 ‘결혼은 미친 짓이다’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데요.
연예인은 고사하고 일반인들의 이혼사마저 관찰카메라 형식으로 노출하는 자극적인 예능 프로그램, 그리고 비혼이란 키워드를 내세운 서점가의 에세이 시장.
비혼과 이혼은 정말 사람들이 듣고 싶은 이야기일까요? 이 문제를 다룬 에세이스트와 문답을 가져봤습니다.
Q. 펴낸 책 <저 결혼을 어떻게 말리지?> 역시 제목만 봐서는 비혼을 다루는 책이 아닐까 싶은데?
철저한 어그로다. 저 결혼을 어떻게 말리지? 라는 워딩은 ‘그때 내 결혼 좀 말리지 그랬어’ 라는 농담을 역설적으로 풀어본 것이다.
책에는 ‘결혼을 잘하고 싶은’ 결혼적령기, 30대 미혼 남성의 고민을 담았다. 또래들의 경험담을 라디오의 사연 형식으로 풀기도 했고, 결혼이 늦고 출산률이 줄어드는 통계에 기반한 현 상황을 마치 르포처럼 다루기도, 개인적인 고민들을 적어보기도 했다.
Q. 비혼, 이혼이 미디어 전반의 트렌드가 됐는데, 정말 사람들이 듣고 싶은 이야기일까?
유행이 반드시 옳고 좋은 게 아니듯이 미디어에서 소비하는 비혼과 이혼의 이야기가 많아진 이유는 단순하다. ‘트래픽’ 조회수 장사가 되기 때문이다. 심의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자극적인 유튜브 콘텐츠와 맞설 수 있는 지상파의 유일한 무기는 ‘불행’이다.
누군가의 불행이 위안이 되는 아이러니를 이용한 아이템이 주로 불륜과 같은 소재였다. 하지만 불륜 소재의 드라마 등은 보고 싶지 않다는 저항이 최근에 있는 것 같다. 최근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에서 있었던 이슈만 봐도 그렇다. 자칫 불륜으로 의심되는 스토리에 시청자들의 득달같은 항의가 있었다. 보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불륜을 대체할 수 있는 불행 아이템인 ‘이혼’은 관찰카메라 형식의 예능에 담겨 불티나게 팔리기 시작했다. 지상파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자극적인 소재이다 보니 평소 유튜브를 가까이 하지 않는 시청자들은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방송이 이렇게 자극적이어도 돼?’
출판계에서 ‘비혼’ 키워드에 관심을 들인 이유도 어쩌면 비슷하다고 본다. 경제적 박탈감에 빠진 청년들에게 굳이 결혼이 답이 아니라는 말은 은근슬쩍 위로가 되기도 한다. 반드시 선택해야 하는 요소가 아니라면 포기를 선택하는 것도 용기라는 권유. 자신의 인생을 유튜브 알고리즘에 맡기듯 누군가의 생각에 맡겨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Q. 미디어 영향에서 벗어나, 청년들이 실제로 결혼을 미루는 가장 큰 이유가 뭘까?
무조건 부동산이다. 그래도 2,30대 남자들 중에 결혼을 빨리하는 직군들이 있다. 사택이 나오는 군인이거나 임금이 높은 기업이 다니거나. 신랑 쪽에서 신혼집을 준비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다보니 아무래도 부동산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지역별 초혼 연령 통계를 보면 수도권이 확실히 높다는 걸 알 수 있다.
(실제 확인해 본 결과 2020년 기준 남자는 서울이 33.6세로 가장 높고, 충북이 32.6세로 가장 낮았다. 여자의 경우 서울이 3.16세로 가장 높고, 충남이 30세로 가장 낮았다.)
지방일수록 부동산을 마련하는 부담이 덜 하니 당연한 결과다. 불과 몇 년 전 김포 신도시의 신축 아파트 전세가 2억 중반대였다. 지금은 4억원대를 윗돈다. 일반적인 회사원이 불과 2~3년 사이에 2~3억을 마련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이러니 결혼을 늦추거나 포기를 선언해버리는 일이 늘어날 수 밖에.
Q. 사실, 집에 대한 부담도 그렇고 혼자 살면서 누릴 수 있는 게 많지 않나. 실제로도 청년들은 결혼을 하기 싫은 게 아닐까?
그렇다고 하기엔 이미 내년도 가을까지 예식장 예약이 쉽지 않다는 상황은 설명이 안 된다. 코로나로 결혼식을 미뤘던 커플들이 이제야 결혼식을 준비하고 있다. 사회생활을 하는 성인들이라면 요즘 부쩍 결혼식 축의금을 준비하는 일이 잦아졌음을 느낄 것이다. 몇 년 만에 열린 벚꽃축제에 몰린 인파, 그중에 커플들의 비중을 다들 눈으로 보지 않았나. ‘비혼주의자’라는 말은 있어도 ‘기혼주의자’ 라는 말을 굳이 사용 하지 않는 이유는 당연한 것을 굳이 설명해야 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비혼주의를 삐딱하게 보는 것은 아니다. 서로의 생각에 공격적이어야 할 이유가 없다.
“아직 결혼을 안 했단 말에 “아니 왜요?”라고 되묻는 사람이 이상해지는 게 맞는다면
결혼을 하겠단 말에 “그걸 왜 해?”라고 되묻는 것도 이상해야 균형이 맞는다.”
책 「저 결혼을 어떻게 말리지?」 중에서
Q. 이혼 콘텐츠가 공감을 얻는 건, 그만큼 결혼생활에 만족하지 못 하다는 반증이 아닐까?
맞다. 육아전문 팟캐스트를 제작했던 적이 있는데 실제로 도착하는 사연들을 보면 마음이 짠한 경우가 많았다. 행복한 이야기는 원래 라디오에 사연으로 오지 않는다. 대게는 결혼생활에 성실하지 못한 남편들로 인한 케이스가 많았다. 시댁을 케어하지 못하는 것도 철저히 남편의 귀책 사유로 본다면 그 비율은 더 클거다.
불행이 예상되는 커플들을 볼 때 농담 삼아 했던 말이 씨가 돼서 <저 결혼을 어떻게 말리지?>가 책 제목이 되기도 했다.
육아전문 팟캐스트 그리고 라디오작가로 일했던 경험은 내가 결혼을 하게 된다면 아주 큰 경험이 될거라 생각한다. 왜 아이가 있는 집에 부모들이 밤에 잠을 못 자는지, 신혼집에 시어머니가 방문하는 일에 왜 며느리가 불편한지에 대해 미혼 남성들은 생각해본 적이 없다.
육아는 <슈퍼맨이 돌아왔다>처럼 매일매일이 파티일 수 없다. 결혼 후 생기는 고부갈등, 육아 분담에 관련된 이야기들을 20대 후반 30대 초반의 내 또래들이 예방주사처럼 맞길 바라며 적은 에피소드들이 많다. 신랑, 신부수업이 요리하고 집안일 하는 거에 그쳐선 안 된단 생각이다.
그저 나 같은 사람들이 각자의 생각을 이야기하며 자신들의 결정에 따라 후회가 없기를 바라는 마음. 또 내가 그랬으면 하는 마음이다.
Copyright © CJB청주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