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숙' 이준석 위기는 안철수에게 기회?
安, '당‧정 토론회' 개최하며 본격적인 몸풀기 들어가
(시사저널=박성의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사면초가에 처했다. 8일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가 이 대표에 대한 '당원권 정지 6개월' 중징계 결정을 내리면서다. 이 대표의 입지가 흔들리면서 정치권은 안철수 의원의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이 대표와 '앙숙' 관계이자 '신(新)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으로 꼽히는 안 대표가 당권 도전을 위한 본격적인 몸풀기에 들어갈 수 있다는 관측이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는 8일 새벽 '성상납 의혹 은폐 의혹'을 받은 이준석 대표에 대해 당원권 정지 6개월이라는 중징계를 결정했다. 지난 4월21일 징계 절차를 개시한 지 78일 만의 결론이다. 이양희 위원장은 직접 브리핑을 통해 "이 당원의 소명을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고 이에 따라 이 당원은 윤리규칙 제4조 품위유지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불복 의사를 밝혔다. 이 대표는 수사기관의 판단이나 재판 결과가 나오기 전 나온 윤리위 결정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당장 당내에서 이 대표에 대한 사퇴 압박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권성동 원내대표 역시 8일 "(원내대표로서) 직무 대행 체제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히며 윤리위 판단을 수용했다.
여권 내에선 '조기 전당대회' 가능성까지 언급된다. 이 대표의 도덕성과 리더십에 금이 간 만큼, 새로운 대표를 뽑아 당을 정비해야 한다는 주장에서다. 실제 국민의힘 당헌 3장 제26조 3항에 따르면, '당대표의 직의 궐위 시 잔여임기에 따라 직무대행과 임시 전당대회 개최로 나뉜다'고 적시돼 있다. 이 대표의 임기가 11개월 가까이 남은 것을 고려하면 조기 전대를 추진할 근거는 마련된 셈이다.
정치권은 차기 당권 주자로 안철수 의원을 주목하고 있다. 안 의원은 윤석열 정부의 개국 공신으로 평가받는다. 단일화로 대선 승리에 이바지한 후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을 맡으며 새 정부 밑그림을 그렸기 때문이다. 이에 새 정부 초대 총리나 장관 후보자로 거론되기도 했지만 안 의원은 입각하지 않았다. 안 의원이 대권을 위한 교두보로 차기 당권을 노리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 배경이다.
야권에서는 한발 더 나아가 '이준석 징계'가 안 의원의 당 장악을 위한 '계획된 시나리오'라는 음모론까지 제기되는 모습이다. 안 의원과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이른바 '윤핵관' 세력이 이 대표를 고의적으로 고립시켰을 것이란 추측이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왜 이 시점에서 (이 대표를 징계하는지) 정치적 의도를 읽어야 한다"며 "결국 (여권이) 선거에서 이 대표를 활용하고 버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선 때 윤석열 대통령과 안철수 의원이 단일화를 할 때부터 '안 의원이 정부 구성에는 참여하지 않지만 당은 안 의원이 책임지게 해준다'와 같은 밀약이 있었다고 강하게 의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안 의원은 여러 차례 언론 인터뷰 등에서 "당 윤리위원회에서 독립적으로 사실에 근거해서 판단하고 평가하고 조치를 취하면 거기에 따르는 것이 순리"라고 말해왔다. 다만 이 대표의 징계가 결정된 후에는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자칫 안 의원의 발언이 계파 갈등 양상으로 비칠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권성동 원내대표 역시 의원들에게 이 대표 징계와 관련해 '함구령'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대표의 위기와 맞물려 안 의원의 정치 행보는 활발해지는 모양새다. 안 의원을 주축으로 한 '당정 연계 토론 모임'이 오는 12일 출범한다. 모임의 이름은 '위기를 넘어 미래로, 민·당·정 토론회'다. 민간 전문가와 국회의원, 정부 관료 등이 참여하는 오픈 플랫폼 형식의 토론회로, 안 의원이 토론회 좌장을 맡아 직접 진행할 예정이다. 안 의원 측은 동료 의원들에게 토론회 참석을 적극적으로 권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 일각에선 향후 위기에 몰린 이 대표와 기회를 잡은 안 의원 간의 '전면전'이 발발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당외 인사였던 안철수 의원은 당내 세력이 없다. (이 대표를 견제하는) '윤핵관'과 손을 잡으면서 기회를 잡으려 할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이 대표는 고립될 수밖에 없다. 이 대표가 자신의 징계를 '윤핵관의 음모'로 몰아갈 것이고, 당내 전면전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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