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지갑 계속 열릴까..고물가·고유가에 소비 둔화 이미 시작됐다는 분석도
거리 두기 조치가 완화되면서 상반기 한국과 미국 등의 민간소비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고물가에 통화가치가 떨어진 점을 감안하면 실제로는 소비가 이미 위축되기 시작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고물가에 금리인상 등이 겹치면서 하반기 민간 소비가 둔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7일(현지시간)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보고서를 통해 지난 6월 소비자들의 카드 지출금액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11% 증가했다고 밝혔다. 카드 지출금액은 지난 4월과 5월에는 각각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 9% 상승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높은 유가가 소비를 억누르고 있지만, 여행과 오락 등 서비스 분야의 지출이 소비를 지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체 사용액은 늘었지만 가구당 소비는 둔화됐다. 6월 가구당 카드 지출금액은 지난해 동기 대비 3.3%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난 5월 4.0% 증가했던 것에 비해서 증가폭이 둔화됐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고공행진 하는 유가의 부담으로 저소득 가구가 다른 지출을 줄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소비가 소득계층에 따라 양극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연소득 5만달러 미만의 저소득 가구의 카드 지출에서 기름값이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2월 7.7%에서 지난달 9.8%로 증가했다. 이에 저소득 가구의 카드 지출에서 기름값과 식료품을 제외한 지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1.0% 감소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다소 완화된 올해 들어 소비 증가에 큰 역할을 했던 여행과 오락 등 서비스 지출도 둔화하기 시작했다. 올해 6월 저소득가구와 고소득가구(연소득 125만달러 이상)의 서비스 지출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 12% 증가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여전히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증가율이 둔화됐다”고 설명했다.
김일혁 KB증권연구원은 “높은 인플레이션을 고려하면 실질 소비는 이미 감소 중”이라며 “휘발유 가격이 오르면서 소비 증가세가 약해진 추세가 이미 형성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CPI)은 지난 4월과 5월에 8%대를 기록했다.
국내 상황도 녹록지 않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5월 전체 카드 승인금액은 99조3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넘게 증가했다. 해외 여행 수요가 급증하면서 관련 소비가 크게 늘었을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소비자심리는 빠르게 냉각 중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6월 국내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지난 5월(102.6)보다 6.2포인트 떨어진 96.4를 기록했다. CSSI가 기준선인 100을 밑돈 것은 2021년 2월(97.2) 이후 1년 4개월 만에 처음이다. CCSI가 100 아래라는 것은 소비자 심리가 ‘비관적’이라는 것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고물가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으로 ‘스티커 쇼크’가 (코로나19 이후) 보복 소비 심리를 압도하고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인플레이션이 장기화되고 물가 상승이 급격한 속도를 가지면서 고물가에 따른 소비심리 냉각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스티커쇼크는 고물가로 가격이 빠르게 올라 소비자가 가격표(스티커)를 보고 놀라는 것을 뜻한다.
박채영 기자 c0c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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