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중개사 조심하세요".. 여전히 판치는 보조원 중개
#1. 지난 2018년 경기 안산의 한 부동산에서는 중개보조원인 K실장이 6년여간 120여명의 세입자와 전세계약을 체결하고 집주인에게는 월세계약을 했다고 속이는 이른바 ‘이중계약’으로 보증금을 가로챈 사건이 발생했다. K실장은 서울에서도 동일한 방법으로 세입자 14명에게 전세금 총 10억원을 가로채 결국 검거된 바 있다.
정부가 각종 정기점검과 단속을 통해 중개보조원이 계약에 관여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음에도 중개보조원이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개보조원과 계약을 하면 사고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
◇ 서울 민사경, 매년 불법행위 40건 안팍 입건… “공인중개사 사칭 등 다양”
8일 부동산 불법행위를 수사하는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공인중개사 사칭 ▲중개보조원 광고행위 ▲공인중개사 자격증(등록증) 대여 등 공인중개사법상 불법행위가 적발돼 민생사법경찰단에 수사의뢰가 들어온 사례 중 사실관계가 일부 확인돼 입건된 건수가 총 18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수사 대상자는 18명이다.
작년 한 해 동안 수사로 전환된 건수가 40건(46명)인 점을 감안하면 올해 입건 건수는 작년과 비슷한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각각 33건(62명), 47건(50명)을 입건한 지난 2019~2020년과 비교하면 건수가 다소 줄었지만, 매년 40건 안팎을 기록하고 있다.
중개 보조원이 계약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중개사고의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지난 2016~2021년간 중개보조원 고의 사고로 인한 공제금 청구 금액은 약 193억5300만원이다. 전체 공제사고 청구 금액 약 1182억원의 20%가 중개보조원의 고의 사고로 인해 지급됐다.
사고가 발생하면 중개사협회가 제공하는 책임보장을 통해 중개보조원을 고용한 중개업자가 개인일 경우 연 2억원, 법인은 연 4억원까지 보상받을 수 있다. 하지만 거래금액이 이 한도를 초과하면 의뢰인들이 돈을 온전히 돌려받을 수 없다. 또 해당 중개업자가 공제기간(통상 1년) 동안 체결한 계약이 여러 건이고, 이 계약에서 모두 중개사고가 발생한 경우에도 총 공제한도 내에서만 보상이 가능하므로 피해자들에게 돌아가는 손해배상액에 줄어든다는 문제가 있다.
이런 문제로 관련 법령에서는 중개보조원의 불법 중개 행위에 대한 정의와 처벌 규정을 명확히 하고 있다. 공인중개사법에 따르면 중개보조원은 개업공인중개사에 소속돼 중개대상물에 대한 현장안내나 일반 서무 등 단순 업무보조 역할만 해야한다. 자격증이 없으므로 직접 계약서를 작성하거나 계약 내용을 설명하는 행위는 할 수 없다. 만약 중개보조원이 직접 물건을 중개하거나 공인중개사를 사칭했다면 1년 이하 징역 혹은 1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한다.
◇ 단속 강화해도 불법중개 여전… 일각선 ‘보조원 줄여야’ 주장도
정부와 지자체는 국토부는 매년 정기점검을 통해 불법 중개 행위를 적발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20년 2월 임시조직이었던 ‘부동산시장불법행위대응반’을 작년 4월 정규조직으로 키워 무자격자 중개거래 등 불법행위를 적발해오고 있다. 정부와 별도로 각 지자체도 연례적으로 정기점검을 실시해 부동산 중개업소를 대상으로 지도·단속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강화된 법령과 정부의 감시에도 불구하고 법망을 피해가는 불법 중개행위는 계속되고 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점검기간 중 영업을 하지 않는 등 단속을 피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인근 공인중개업소에서는 해당 사업장에서 중개보조원이 중개를 하고 있는지 아닌지를 쉽게 파악할 수 있는데, 현장 상황을 모르는 정부나 지자체가 이를 알아채는 것이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공동중개 방식으로 계약을 체결하는 방법이 대표적이다. 공인중개사와 중개보조원이 함께 계약을 체결하면서 계약서에는 자격증을 가진 공인중개사 한명만 이름을 넣으면 겉으로는 중개사 한명만 계약에 관여한 것처럼 보인다. 매수인이나 매도인이 문제삼지 않을 경우 자치관청에서 이를 적발하기가 쉽지 않다.
자격증이 없는 중개보조원이 공인중개사의 명의만 빌려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도 있다. 사전에 공인중개사의 도장을 빌린 후, 계약서를 작성하는 과정에 공인중개사 명의로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다. 은평구 일대에서 중개업소를 운영하는 공인중개사 A씨는 “중개보조원이 사무실을 차린 후 공인중개사를 고용해 중개사 명의로 여러 차례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심지어 공인중개사가 부재한 상황에서 계약 도장을 찍는 일도 많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감시망을 보다 촘촘히 보강해야한다고 주장한다. 공인중개사 협회 관계자는 “정부와 지자체가 점검 횟수를 대폭 늘려 불법 행위를 막아야 한다”면서 “인력 부족 등으로 한계가 있다면 현장 상황을 잘 아는 공인중개사협회에 신고 및 단속 권한을 부여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아예 중개보조원 수를 줄여 불법 중개 행위를 차단해야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작년 5월 중개보조원의 채용 인원을 제한하고, 중개보조원이 현장 안내 등 중개 업무를 보조할 때 본인이 중개보조원인 사실을 고지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의 공인중개사법 일부개정안을 대표발의한 바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 법안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연남동 일대에 중개업소를 운영하는 공인중개사 B씨는 “공인중개사가 매년 약 3만명씩 배출될 정도로 중개시장이 커진 상황에서 불법 중개행위가 만연하다는 것은 큰 문제”라면서 “공공의 이익을 위해 중개보조원 관련 제도를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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