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된 친구야, 그 곳에선 안전하길"..'평택 초등생 참변' 추모 물결

김태희 기자 2022. 7. 8.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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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경기 평택시 청북읍의 한 초등학교 앞에 마련된 민지양(가명)의 추모 공간에 한 학생이 헌화하고 있다. 김태희기자

“별이 된 친구야. 그곳에선 안전하길.”

8일 경기 평택시 청북읍의 한 초등학교 앞에는 하늘에 드리운 먹구름만큼 짙은 슬픔이 내려앉았다. 전날인 7일 오후 4시쯤 이 초등학교 앞에서는 굴착기가 파란불에 길을 건너던 초등학생들을 덮쳤다. 초등학교 5학년인 민지(10·가명)는 그렇게 짧은 생을 마감했다.

민지가 숨을 거둔 자리에는 이날 작은 추모 공간이 마련됐다. 평소 좋아했던 과자와 인형들이 올려졌다. 학생들이 마련한 근조화환에는 친구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는 글귀가 적혀있었다.

민지와 같은 초등학교에 다닌 학생들은 쉬는 시간마다 나와서 먼저 떠나간 친구의 죽음을 애도하고 슬퍼했다. 아이들은 흰색 국화꽃을 헌화하며 슬픔을 전하고 직접 쓴 손편지를 올려뒀다. 선생님들은 가슴에 검은색 근조 리본을 달고 돌아가며 자리를 지켰다.

경기 평택시 청북읍의 한 초등학교 앞에 마련된 민지양(가명)의 추모 공간에 8일 과자와 인형 등이 올려져 있다. 김태희기자

민지보다 한 학년 위인 A양(11)은 “조금이라도 위로해주고 싶어서 편지를 썼다”면서 “민지가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웠을지 상상이 안 간다”고 했다.

굴착기 운전자는 신호를 위반하고 민지를 쳤지만, 사고 후 조치하지 않고 현장을 떠났다. 그 사이 민지는 병원에 가지도 못한 채 숨을 거뒀다.

이번 사고는 어린이보호구역 내 사고를 가중처벌하는 이른바 ‘민식이법’의 허점도 드러냈다. 민지가 숨을 거둔 곳은 학교 정문에서 불과 3m도 벗어나지 않은 건널목으로, 어린이보호구역이다. 하지만 경찰은 민식이법을 적용하지 못했다.

민식이법 적용대상은 자동차와 그 외 원동기로 명시돼 있다. 건설기계 중에서는 덤프트럭과 레미콘 운반 차량 등 11종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굴착기는 이 11종에 포함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도로에서 쉽게 볼 수 있고 더 큰 사고를 불러올 수 있는 중장비임에도 법망에서 빠져 있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가해 차량이 굴착기라 민식이법을 적용할 수 없다”면서 “경찰로서도 너무나 안타까운 사고”라고 말했다.

8일 경기 평택시 청북읍의 한 초등학교 앞에 민지양(가명)의 죽음을 애도하는 편지가 걸려 있다. 김태희기자

평택경찰서는 이날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사 및 치상 등 혐의로 굴착기 운전기사 B씨(50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B씨는 전날 오후 4시쯤 평택시 청북읍의 한 초등학교 앞에서 굴착기를 운행하다가 건널목을 건너던 초등학생 2명을 치어 그중 1명을 숨지게 하고 나머지 1명을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사고를 낸 뒤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고 3km가량 도주한 혐의도 받는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사고 당시 초등학생들은 보행 신호에 따라 정상적으로 건널목을 건너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B씨는 직진신호가 적신호로 바뀌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주행해 사고를 낸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사고 이후에도 아무 조치 없이 3㎞가량을 주행하다 신고를 받고 뒤를 쫓은 경찰에 체포됐다. B씨는 ‘사고를 낸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라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태희 기자 kth08@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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