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된 반도체학과도 폐과.. "교육부는 모르는 지방 현실, 피눈물 난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피눈물이 납니다."
박맹수 원광대 총장은 8일 한국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비(非)수도권 대학들이 처한 상황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박 총장은 전북지역 대학 총장협의회장 자격으로 8일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비수도권 7개 권역 대학 총장협의회연합'과의 면담에 참석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반도체학과 수도권 정원 확대에 반대
"지방대학은 심폐소생술 필요"
"피눈물이 납니다."
박맹수 원광대 총장은 8일 한국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비(非)수도권 대학들이 처한 상황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전북 익산시에 위치한 원광대는 반도체 전문가인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8년간 전기공학부에서 교편을 잡으며 반도체 신기술을 개발했던 전통이 있는 대학이다. 그러나 지난 3월 정원 미달 때문에 2004년 만든 반도체·디스플레이학부를 폐과하기로 결정했다.
박 총장은 "정부가 반도체 인재 양성을 위해 수도권 대학의 정원 규제를 풀어주면 지방 대학의 몰락을 촉진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심폐소생술을 받아야 하는 단계인 지방 대학에 숨을 쉬게 해주는 정책이 우선"이라고 했다. 비수도권 대학이 권역별로 교수와 시설을 공유하며 협력해 반도체 학부 인력을 길러내도록 하자는 대안도 제시했다.
박 총장은 전북지역 대학 총장협의회장 자격으로 8일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비수도권 7개 권역 대학 총장협의회연합'과의 면담에 참석했다. 간담회 시작에 앞서 '지방대학 시대를 일관성 있게 실천하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였다. 아래는 박 총장과의 일문일답.
-비수도권 대학의 상황은 어떤가.
"지방대 공대 기피 현상이 심각하다. 10년 전만 해도 평균 성적이 3~4등급인 학생들이 들어왔다. 그런데 이제는 7~8등급 사이의 학생이 들어온다. 학생들도 수업을 따라가기 어렵고, 교수들도 힘겨워서 우수한 교원은 기회만 있으면 수도권으로 이탈한다. 산업 기반이 다 수도권에 몰리고, 정치·경제·문화력의 수도 집중이 최악인 나라에서 학생도, 대학도 희생되고 있다."
-반도체 학과의 폐지도 같은 이유 때문이었나.
"다 연결돼 있다. 그리고 반도체 연구에 필요한 수십, 수백억 원의 기반시설 투자가 사립대 입장에서는 불가능하다. 거기다가 14년 동안 등록금이 동결돼 총장들은 1,000만 원의 정책 예산도 쓸 수 없을 정도로 재정 압박을 받는다. (목소리를 떨며) 눈에서 피눈물이 난다."
-이런 상황에서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반도체 학과 정원을 함께 늘리면 어떻게 된다고 보나.
"운동장 자체가 너무 기울어져 있다. 심폐소생술 단계에 있는 지방 대학을 숨 쉬게 해놓는 정책이 우선이다. 지금은 장애를 가진 사람과 아닌 사람을 함께 달리기 시합하라고 하는 것과 같다."
-대안은 무엇인가.
"디지털 공유 대학(혁신공유대학 사업)처럼 공유 대학 플랫폼을 정비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수렴해야 한다."
비수도권 7개 권역 대학 총장협의회 연합은 △수도권 제외 9개 광역지자체에서 10여 개 대학을 선정해 부족한 반도체 학부 인력 양성 △지역 거점 대학에 세워진 반도체 설계교육센터 지원 강화 △거점별 반도체 공정교육센터 투자 강화 △대학 간 학위 과정을 공동 운영하는 혁신공유대학 사업 확대 및 대학별 교수 인력 풀 공유 등을 교육부에 제안했다.
-정부가 비수도권 대학에 더 과감히 투자해야 하나.
"그렇다. 수도권과 지방이 선순환 관계로 상생하면서, 학령인구 감소나 지방 소멸 같은 위험 상황에서 연착륙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교육부뿐 아니라 기업의 지방 이전 등에 유인을 제공하려는 정부의 노력도 필요하다."
-교육을 공동으로 하며, 설비와 교수를 공유한다면 결국 대학 간 통폐합도 앞당겨지는 게 아닌가.
"대학의 통폐합은 교육부가 나서지 않아도 일어날 수밖에 없다. 학령인구가 20년 뒤면 절반으로 준다. 문제가 동시다발로 터지면 손쓸 수 없기에, 대학이 철저히 스스로 구조조정할 수 있게 시나리오를 준비해야 한다는 얘기다."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