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달째 '해법' 못찾는 연세대.. '균열일터' 문제 집약판
임금인상·결원충원·샤워실 설치 두고 양측 입장 팽팽
(서울=뉴스1) 김동규 기자 = 연세대학교의 청소경비노동자 사태가 넉달째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임금인상을 포함한 처우 개선을 요구하고 있지만 협상에 진전이 없는 상태다.
특히 연세대는 청소경비 업무를 외부 용역업체에 맡긴 상태다. 노동자들은 원칙적으로 용역업체와 협상을 벌여야 하는 구조다. 반면 노동자들은 원청인 연세대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원청과 하청, 노동자로 이어지는 현재 한국 사회의 노동문제와 판박이다.
여기에 최근 수업권 침해를 이유로 연세대 일부 학생이 청소노동자를 고소하고 민사소송도 제기하면서 학습권과 노동권이 충돌하는 모양새다. 연세대 청소노동자 사태에 사회적 이목이 더 집중되는 이유다.
◇평행선 달리는 노동자와 학교, 3가지 쟁점은 무엇
8일 민주노총 등에 따르면 연세대청소경비노동자들의 요구사항은 Δ임금인상 Δ결원충원 Δ샤워실 설치 등 3가지로 요약된다.
시급은 현재 9390원에서 440원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연세대에서 청소노동자로 일하고 있는 김현옥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연세대분회장은 "현재 우리의 월급은 세후 200만원이 안된다"며 "최저임금보다 조금 더 많은 액수를 요구하는건데 대학측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학교측은 대책측에서 청소용역업체를 통해 200원 인상을 제시했는데 노조가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연세대 관계자는 "현재 서울 13개 대학에 속해 있는 용역업체 전체가 사용자기 때문에 어느 한 대학만이 단독적으로 나설 수 있는 문제는 아니긴 하지만 연세대는 200원 인상안을 업체를 통해 집회 초기부터 제안했다"며 "학교측이 아무런 노력도 안하고 노조에 대답도 안하고 협상에 나서지도 않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조가 440원 인상안이 아니면 무조건 못 받아들인다고 해서 현재까지 입장차이가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원충원과 샤워실 신설에 대해서도 양측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김 분회장은 "경비노동자는 지난 2017년부터 100명 이상이 퇴직 했는데 충원을 안 해줬다. 학교측은 시스템화 해서 경비가 필요 없다고 이야기했다"며 "청소노동자의 경우 작년 3명 퇴직자를 안 채워줘서 나머지 인원이 해당 구역까지 청소하게 돼 업무강도가 늘어났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연세대 관계자는 "청소노동자들이 퇴직하면 인원 100%를 다 채우고 있는데 이번에는 임금협상이 마무리가 안돼서 못 채운 것"이라며 "노조가 업무 강도가 늘어났다고 하는데 퇴직자가 청소하던 구역은 현재 용역업체 본사 직원이 청소를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샤워실 신설과 관련해 학교측은 당장 해결은 어렵지만 점진적으로 해결책을 찾겠다고 밝혔다. 연세대 관계자는 "샤워실 신설 요구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감한다"면서도 "새로 지어지는 신설캠퍼스가 아닌 이상 공간 확보가 어려워 당장 70개에 이르는 연세대 건물마다 청소노동자들의 샤워실을 만드는 것은 어려운데 최대한 장기적으로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설명했다.
◇'균열일터' 대학도 예외는 아니다…결국에는 원청의 책임 중요
전문가들은 연세대 사태가 '균열일터' 문제가 집약돼 나타난 것이라는 평가를 내린다.
미국의 경제학자 데이비드 와일은 지난 2015년 '균열일터'라는 책을 통해 비정규직, 하청, 저임금 노동문제를 지적했다. 특정 일을 외부계약으로 돌리는 현상이 기업에서 만연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면서 효율성에만 집중하는 모습을 꼬집은 것이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균열일터에서 지적된 외주화 문제는 세계적인 현상이긴 하지만 유독 한국에서 심각한 문제로 드러나고 있다"며 "지금 연세대 사태도 청소노동자들이 연세대를 위해 일하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실제 고용주는 학교가 아닌 도급업체의 사장이라서 문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도 "우리사회가 비정규직, 외주, 하도급 문제를 오랜 기간동안 방치했던 것이 연세대 사태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며 "아직까지도 우리사회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인식이 상당히 개선되지 않았다는 것이 쟁점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실제 고용주가 도급업체라도 그 관계속에서 일하는 청소노동자들의 고용조건은 학교측이 결정한다"며 "결국에는 실질적으로 사용자 권한을 행사 중인 원청인 학교측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d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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