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장호권 광복회장 작심 인터뷰 "무차별 의혹 제기에 굴하지 않고 반드시 개혁"

오종탁·이원석 기자 2022. 7. 8.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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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기 위협' 논란 등 내홍에 관해 처음 입 열다
회생·화합과 광복회 운영 청사진도 제시

(시사저널=오종탁·이원석 기자)

김원웅 전 회장(78)의 비리 의혹에 휩싸인 광복회는 최근 보궐선거를 거쳐 장호권 신임 회장(73)을 선출했다. 장 회장은 광복군 출신 독립운동가 고(故) 장준하 선생의 장남이다. 하지만 장 회장 체제에서도 논란은 여전하다. 장 회장은 그동안 자신을 둘러싼 '광복회장 선거 시 담합' '항의하는 광복회원에 대한 총기 위협' '파산 선고로 인한 회장 출마 자격 부재' '광복회 서울특별시지부장 시절 비자금 조성' 등 의혹에 대해 적극 해명하지 않았다. 대신 조직 쇄신과 국가보훈처 감사 협조 등 시급한 현안에 집중했다. 

장호권 신임 광복회장이 7월4일 서울 여의도 광복회관 회장실에서 시사저널과 인터뷰하고 있다.ⓒ시사저널 이종현

광복군 출신 故 장준하 선생의 장남 

그랬던 그가 7월4일 처음으로 시사저널과의 인터뷰를 통해 4대 의혹에 관해 상세히 해명하고 나섰다. 논란이 사그라지지 않으면서 자칫 개혁 동력까지 떨어질까 우려했기 때문이다. 인터뷰는 서울 여의도 광복회관 회장실에서 2시간 동안 진행됐다. 장 회장은 "예상을 뒤엎고 당선된 내가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를 거니 광복회 일각, 즉 기존에 이권을 누리던 세력의 불만과 반감이 크다"며 "이들의 무차별적인 의혹 제기를 인내하면서 반작용, 모욕 등은 다 끌어안고 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근본적인 목표는 광복회의 화합"이라며 "광복회가 독립운동가와 그 후손, 더 나아가 국민의 정신적 구심점으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반드시 구태와 적폐를 청산하겠다"고 강조했다. 

최근 그 무엇보다 세간을 뜨겁게 달군 것은 총기 위협 논란이다. 일부 광복회원이 6월22일 신임 회장 선거 시 담합 의혹에 항의하기 위해 광복회장실을 찾았다가 총기를 든 장 회장으로부터 위협을 받았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후 '장 회장이 검은색 권총을 겨눴다'는 회원 측과 '총을 겨누지 않았다'는 장 회장 측의 주장이 엇갈렸다. 

난데없이 권총 위협 논란이 불거졌는데. 

"단순한 해프닝이었고 다소 창피한 얘기이기도 하다. 사실 문제가 된 날 전부터 그들이 나를 향해 거친 언사로 온갖 협박을 일삼았다. 와서 기물을 부수기도 했다. 그날도 와서 난리를 피우며 부정선거(광복회장 선거 시 담합)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막무가내로 회장 자리에서 내려오라고 요구했다. 본인이 경쟁 후보 측 운동원이라는 소개까지 하더라. 서로 옥신각신하다가 몸싸움이 벌어졌다. 이성이 전혀 통하지 않는 상황이었다. 개인적으론 아버지(장준하 선생)가 돌아가신 뒤 테러를 당하는 등 위협적인 상황을 많이 겪어왔다. 평소 심리적 안정감을 갖고 유사시 불량배를 쫓기라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작은 모형 총을 들고 다녔다. 한 번도 꺼낸 적은 없었는데, 이날 난리통에 경황이 없이 꺼냈다가 금세 집어넣었다. 나름대로 상황을 종결시키려 해본 것 같다. 실제 총이 아닌 것은 당연하고 상대에게 겨누거나 위협한 사실도 없다. 회장실 폐쇄회로(CC)TV에 이런 장면이 다 찍혔고, 향후 경찰 수사를 통해 다 밝혀질 것이다." 

"권총 겨누지 않았다…부정선거도 아냐" 

해당 사건이 벌어진 원인인 선거 담합 논란의 전말도 궁금해졌다. 회장실에 찾아온 이들을 비롯한 광복회원 일부는 장 회장이 5월31일 새 회장으로 뽑히는 과정에서 담합을 공모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후보 4명 중 당선이 유력시됐던 김구 선생의 장손 김진 후보를 제외한 나머지 3명이 투표 직전 모여 '최다 득표자에게 표를 몰아준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합의서를 작성했고, 이것이 심각한 부정행위라는 것이다. 

장 회장이 애초 회장 선거에 출마할 자격조차 없었다는 의혹도 떠올랐다. 광복회 선거관리규정에 따르면 파산을 선고받은 자는 회장 출마 자격이 없다. 그런데 장 회장이 과거 지고 있던 채무를 면책받기 위해 파산 신청을 했고, 파산 선고를 받았다고 일부 광복회원은 주장했다. 이와 동시에 김원웅 전 회장 시절 서울지부장이었던 장 회장이 2020년 지부가 운영하던 광복회 건물을 팔아 비자금을 조성하려 했다는 의혹까지 나왔다. 

회장 선거 담합 논란에 대해 '반대 세력의 음해'라고 해명했던데,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선거 날 아침 허현 당시 광복회장 직무대행이 '같이 의논할 게 있다'며 연락을 해왔다. 이어 김진 후보를 제외한 후보 3명이 허 직무대행과 만났다. '우리 중 1차 투표에서 가장 많은 표를 받는 이에게 나머지 2명이 표를 몰아주자'는 식의 얘길 나누고 종이를 가져와 합의서를 썼다. 약자들끼리 서로 돕자는 순수한 취지였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1차 투표에서 내가 김진 후보를 1표 차이로 이기며(23표 대 22표) 1위를 차지했다.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3, 4위 후보는 합쳐서 9표를 얻었다. 이후 결선투표에 들어갔는데 내가 김 후보보다 4표 정도를 더 받아 당선됐다. 결과적으론 나에게 3, 4위 후보의 표가 몰린 것도 아닌 셈이다. 이게 전부다. 선거가 끝나고 3~4일 후에 선거관리위원장이 나를 찾아와 '누군가가 부정선거가 있었다고 주장하며 (반대 측에서 담합이라 주장하는) 합의서를 가지고 왔는데, 보니까 문제가 없기에 돌려보냈다'고 했다. 아이러니한 사실은 합의서를 선관위원장에게 가져갔다는 사람들이 합의서에 이름을 올린 후보 2명과 김 후보 등 3명이란 것이다. 이렇게 석연찮은 부분이 많은 의혹 제기이고 불법 선거가 아니라고 결론까지 났지만, 현재 그 어설픈 합의서가 나를 공격하는 세력에게 들어가며 논란으로 번졌다. 불법 선거를 주장하는 그들에게 아니라고 확인해 줬더니 이제 또 도덕성 문제로 걸고 넘어진다." 

파산 선고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잘 모른다"고만 답했다고 알려져 있다. 

"나는 파산한 적이 없다. 파산하면 법원에 가서 파산 신고를 해야 하는데 그런 적도 없고, 파산 여부는 본인이 아니면 (법원에서) 확인할 수도 없다. 공격하는 이들의 주장을 살펴보니 15년여 전 '사상계' 복간 준비를 하다가 빌린 돈을 갚지 못하고 기소돼 처벌받은 일을 옛 언론보도에서 찾아내 내가 파산했다는 식으로 의혹 제기를 한 것 같았다." 

서울 여의도 광복회관 정문 앞ⓒ시사저널 이종현

광복회 서울지부장 때 비자금을 조성하려 한 게 맞나. 

"아니다. 일단 서울지부장은 광복회 자산을 팔 수 있는 권리나 자격이 없다. 팔기 위해 시세를 알아봤던 건 사실이다. 지금 나를 몰아내려고 하는 세력이 당시 건물을 다 차지하고 있었다. 그들은 수년간 임대료, 전기세 등을 내지 않았다. 그 돈을 광복회에서 내줘야 했다. 내보내려 해도 나가지 않았다. 어떻게 할까 하다가 '그럼 건물을 없애버리면 되지 않느냐'고들 해서 건물을 팔든가 아니면 서울시, 보훈처 등의 다른 건물과 바꿀 수 없을까 생각해 봤다. 실제 의논도 했기에 서울시도 얼마나 힘든 일이 있었는지 다 알고 있다. 나는 지부장으로서 이걸 팔았을 때 액수가 얼마인지 등만 알아본 것이고, 어차피 결정은 본부가 하는 것이기에 보고를 할 뿐이었다. 실제로 김원웅 당시 회장과도 이 문제를 상의했다."

본인을 둘러싼 여러 의혹이 왜 동시다발적으로 제기된다고 생각하나. 

"예상을 뒤엎고 당선된 내가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를 거니 광복회 일각, 즉 기존에 이권을 누리던 세력의 불만과 반감이 어마어마하다. 날 끌어내려야겠다는 집념 하나로 찾아와서 난리를 치고 온갖 루머와 마타도어를 퍼뜨린다. 내가 아주 완벽한 사람은 아니지만 올곧게 살려고 노력했다. 물론 살아오는 동안 실수와 여러 부족한 면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최소한 그릇된 삶은 살지 않으려고 해왔는데, 이토록 매도당하니 힘든 게 사실이다. 처음엔 이에 대항해 싸움을 할까 하다가 주변에서 '광복회를 잘 이끌고 나가려면 부처가 돼라'고 조언해 주더라. 무차별적인 의혹 제기를 인내하면서 광복회에 유익한 일만 해나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광복회의 가장 심각한 구태를 꼽자면. 

"광복회원이 9000명 정도인데 중심에서 운영을 하거나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사람은 100명도 채 안 된다. 이 사람들이 여러 갈래 파로 나뉘어 경쟁하며 어떻게든 서로에게 흠집을 내려고 하는 일이 반복된다. 이런 부끄러운 일들을 정리해 나가려 애쓰고 있다. 구태와 적폐를 정리하는 가운데 터져 나오는 반작용과 모욕은 내가 다 끌어안고 갈 것이다." 

어느 수준의 개혁을 생각하고 있나. 

"환골탈태다. 한번 망신을 당하더라도 광복회의 부끄러웠던 모습을 국민에게 올바르게 알려서 싹 정리할 필요가 있다. 절대적으로 해야 하는 일이다." 

장호권 광복회장이 2013년 3월28일 오후 서울광장에 마련된 분향소에서 열린 고(故) 장준하 선생 겨레장 장례 예식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는 모습ⓒ연합뉴스

광복회의 재정 수준이 거의 파산 상태인 것으로 파악된다. 이를 타개하는 일은 구태와 적폐 청산 이상의 중요한 문제다. 이와 관련해서 그리는 청사진이 있나. 

"우선은 이 여의도 광복회관 건물을 이용해 자급자족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고 있다. 보훈처와도 여러 방향으로 논의 중이다. 적지 않은 규모의 조직과 예산을 들여가며 광복회를 운영하는 것도 50여 년 후엔 끝나지 않을까. 그 정도 시간이 지나면 독립유공자들은 물론 나를 포함한 2세들도 다 이 세상에 없을 것이다. 3~4세 시대에 이르면 광복회가 기념관 등을 운영하며 우리 역사의 알리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본다." 

역사의 알리미 역할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정신적 구심점이다. 국가적 문제가 생겼을 때 국민을 심리적으로 보듬을 수 있는 역할을 광복회가 하면 좋겠다. 광복회가 정사(正史)에 근거해 역사적 메시지를 내면, 그 메시지에 국민 누구나 공감하고 힘을 얻는 모습을 기대한다." 

광복회가 과거와 단절하고 앞으로 나아가려면 결국 내부 화합이 필요하겠다. 

"가장 근본적인 목표가 화합이다. 반대 측이 아무리 뭐라고 해도 내가 일일이 반응하지 않고 광복회가 독립운동가와 그 후손, 더 나아가 국민의 정신적 구심점으로서 제 역할을 해나갈 수 있도록 모든 구성원의 손을 잡고 화합해 나가겠다." 

올해가 광복 77주년이다. 8월에 있을 광복절 메시지는 어떻게 구상하고 있나. 

"민족의 의미가 많이 퇴색됐다. 민족을 언급하면 '좌빨이다' '진보다' 이렇게 공격하는 경우도 있다. 민족이란 개념엔 보수·진보가 없다. 우리의 뿌리를 제대로 알고, 이 뿌리를 지키기 위해 이뤄진 고생과 희생을 기억해야 한다. 그러면서도 한·일 관계는 미래 지향적으로 정립해 가야 한다. 일본으로부터 진정성 있는 사과를 받고, 민족적 감정을 풀어 이제는 공존해야 한다. 이런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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